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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1년 06월 22일(火)
‘지라시 정치’ 싹부터 엄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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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근거도 없고, 실체도 없는 지라시(전단지)의 한 줄 내용 때문에 결국 목숨을 끊어야 했던 여배우의 죽음과 이러한 전단지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찌라시: 위험한 소문’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대개 이런 전단지는 연예계나 증권가에서 유통되는, 참으로 저급한 배설적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런 쓰레기 문화가 가장 진지해야 할 정치권에 ‘X파일’이란 이름으로 유행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파일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있다”는 말을 흘리고, 최근 장모 씨가 자신의 SNS에 “윤석열 파일을 입수했다”며 “국민 선택을 받는 일이 무척 힘들겠다”고 주장하면서 전단지의 체급(?)을 올렸다.

장 씨는 파일 내용과 입수 경위를 공개하라는 여론의 요구를 거부한다. 정치 참여를 밝히거나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도 하지 않은 인사에 대해 여당 대표가 ‘X파일’을 띄우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보좌관을 지냈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시절 비전전략실에서 일했던 인사가 불을 지폈다. ‘윤석열 X파일’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전단지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영화 속 사람들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는 것 같다.

마치 X파일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거짓’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보다 더 비겁하고 치졸한 전략이다. ‘거짓’은 해명을 통해 진실을 밝히면 되지만, 무언가 커다란 흠결이 있음을 암시만 할 뿐 그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은 투전판의 노름꾼들이나 하는 행동이다. 전단지의 진실이 밝혀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대중으로부터 잊힐 수 있다. 진실이 밝혀져도 죽은 여배우가 다시 살아올 수는 없다.

선거에서 이런 전단지는 그 파급력이 더 크다. 진실이 밝혀졌을 때는 선거가 끝난 후일 수 있다. 2002년 대선 때 부사관 출신 김대업 씨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장남의 병역 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관련자 대책회의가 열린 뒤 병적 기록이 파기됐다”고 폭로해 선거판이 요동쳤다. 대법원에서 김 씨에게 명예훼손·무고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했지만, 이 후보는 대선에서 낙선한 뒤였다.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카더라 방송’ 식(式)의 전단지를 통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장 씨 발언에 대해 민주당은 “우리와 무관하다”고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일단 여당 대표가 ‘X파일’ 이야기를 꺼낸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 윤 전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로 공식 참여한다면 당내 경선 등을 통해 철저한 검증이 이뤄질 것이다. 따라서 전단지를 통해 상대방을 흠집 내는 저질 정치의 싹은 초기에 발본색원해야 한다.

송 대표와 장 씨는 X파일을 가지고 있다면 당장 공개하고, 없다면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수사 당국은 파일 작성 및 유포자를 적극 찾아내야 한다. 이를 방치한다면 2002년 대선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도 전단지의 생성·유통에 알게 모르게 동조하고 있을 수 있다. 전단지에 흔들리고, 그것을 퍼 나르기보다는 선거판을 흔들려는 세력에 일침을 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미확인 전단지에 휘둘리는 나라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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