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서바이벌·TV중계… 정치인재 발굴 ‘이준석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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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18세~79세 지원…경쟁 오디션
당·국민간 소통 늘린다는 구상

“토론이 자질의 전부 아냐” 반론
당의 정체성 반영에 한계 우려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호 공약으로 실시하는 ‘나는 국대(국민의힘 대변인)다’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완전 개방 당직 선발제다. 인기 TV 경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처럼 일반 국민이 TV로 생중계되는 토론 배틀을 보고 문자 투표를 던져 직접 본선 진출자를 선발한다. 그동안 당 대표에 귀속된 대변인 선출 권한을 일반 유권자에게 돌려줘 당과 국민의 소통 및 공감 능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 기성 정치권의 잘못된 인사 관행을 개혁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지만, 일각에선 “토론 능력이 대변인 자질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23일 “국민이 우리 당의 대변인을 직접 뽑아주시는 것”이라며 “논리뿐 아니라 종합적인 매력도 측정을 통해 매우 훌륭한 당 대변인이 탄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 배틀은 이날 영상 및 논평 심사, 24일 압박면접 심사를 거쳐 27일부터 본격적인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진다. 이 대표는 “압박면접에서는 상황 대처 능력을 우선해서 볼 것”이라며 “사전에 후보들이 제출한 논평 영상에서는 표현력을 위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8강전인 2 대 2 토론 배틀부터는 TV 생중계와 아이돌 그룹 멤버를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방식의 문자 투표도 실시한다. 단순한 논리 싸움이 아니라 토론 참가자를 국민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끼는가 하는 요소가 선발 기준에 포함된다. 국민의힘은 이번 당직자 공개 선발이 정치권에 횡행해온 줄 세우기, 보은성·선심성 인사 관행을 타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언론 노출 빈도가 잦아 대외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대변인이라는 요직부터 공개 선발해 앞으로 다른 당직까지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정한 선발을 거쳐 선출된 대변인은 ‘공정’이라는 당의 핵심 가치를 그 자체로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방식으로 선발된 대변인이 당의 정체성과 가치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냐는 반론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당을 대변하려면 당이 가진 정체성과 가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며 “말을 하는 기교와 기술에만 치중하게 되면 정당이 가진 일체감을 통한 소통이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숨어 있던 인재를 찾아내고, 정치에 대한 국민 관심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면서도 “시험·경쟁 지상주의가 과연 진짜 공정한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도 “대변인을 공개경쟁으로 뽑으면 젊음, 여성, 전문직, 학벌처럼 여론시장에서 높이 평가될 요소를 가진 사람이 뽑히기 쉽다”며 “민주주의에서는 여론시장에서 주목받는 사람에게만 혜택이 가고 목소리가 약한 사람은 배제되는 단점이 있는데, 그러한 불평등한 대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민·손고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