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의 ‘검찰 파괴’ 내막 생생히 증언하는 ‘무법의 시간’

문재인 정권 초기에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등을 지지했던 인사가 ‘무법의 시간’이라는 저서를 통해 밝히겠다고 예고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조국 일가 수사를 전후해 문 대통령의 검찰 특수부 입장이 완전히 바뀌는 등 검찰개혁이 검찰의 권력범죄 수사를 막는 쪽으로 변질됐음을 ‘내부자 증언’ 형식으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의 권경애 변호사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저서를 준비 중이며, 곧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권 변호사가 직접 만나서 대화하거나 SNS 문자 등을 통해 주고받은 내용으로서, 대부분 실명을 밝히면서 권력의 막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생생하게 그 내막을 전한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 ‘적폐 청산’ 수사가 한창일 때는 검찰에 힘을 실어주다가 ‘조국 수사’ 이후 검찰개혁을 빌미로 ‘파괴’하고, 핵심 인사들이 비판자들을 회유·압박하는 정황이 담겨 있다. 문 정권이 애당초 약속과는 달리 ‘검찰 특수부’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대해 민변 반발이 거세지자 당시 이광철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친분이 있던 권 변호사를 2018년 6월쯤 만나 “검찰에 특별수사권을 남겨둬야 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특수부를 축소하겠다고 했지만 조국 수석이 되레 늘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2019년 10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조사 받던 날 조국 장관은 ‘특수부 해체’를 선포했다. 또, 조국 사태 이후 현 정권 비판 글을 SNS에 올린 권 변호사에게 이광철 비서관, 김현 전 의원 등이 ‘비판 글을 쓰지 말라’는 압박을 해 왔다고 밝혔다. “침묵하면 비례대표든 뭐든 원하는 자리 다 얻을 수 있다”는 회유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 조 전 장관의 장관 임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같은 민변 출신 김남국 의원은 조 전 장관이 임명되자 돌변해 “진영을 지켜야죠”라고 했다. 아직은 권 변호사의 일방적 주장이지만 너무 구체적이다. 문 대통령과 관련자들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