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장 高手>“골프 시작하니 ‘만취 불금’ 사라지고 월요병까지 훌~ 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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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라코리아 풋웨어본부 MD팀 차장 주유진

직장 상사가 클럽 물려줘 입문
4개월 연습뒤 첫 필드서 125타
자존심 상해 개인레슨 받기로
15개월후 38타 줄이는 ‘결실’
2년차에 87타 라이프 베스트

“숙취로 인한 주말 늦잠 사라져
건강한 휴일, 업무효율 향상도”

구력으로 치자면 초보 단계. 하지만 ‘장래’가 촉망된다. 특히 꾸준하게 연습하는 골프 모범생. 주유진(39·사진) 휠라코리아 풋웨어본부 MD팀 차장은 골프 입문 2년 차였던 지난해 7월 강원 원주의 오크밸리CC에서 87타라는 라이프 베스트 성적표를 받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간직할 교훈을 얻었다.

주 차장은 당시 전반 9개 홀을 1오버파로 마쳐 싱글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욕심이 앞길을 가로막았다. 지난 16일 만난 주 차장은 “‘오늘 일 한 번 내겠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흔들렸다”면서 “골프는 멘털 스포츠라는 점을 절감했고, 배우는 단계인 저에겐 좋은 경험이 됐다”고 설명했다. 주 차장은 “그날 욕심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뒤엔 연습할 때도, 필드에 나가서도 ‘욕심을 내는 순간 무너진다’는 문구를 머릿속에 담는다”면서 “저 자신을 다잡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덧붙였다.

주 차장은 3년 전 골프클럽을 처음 잡았다. 운동을 좋아했고, 대학 졸업 후 직장에 입사한 뒤 사회인야구와 탁구 등을 꾸준히 즐겼다. 그리고 친구들을 따라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주 차장은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끼리 모이면 골프가 대화의 주제가 됐다”면서 “‘이젠 골프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직장 상사께서 골프채를 물려주셨다”고 설명했다.

주 차장은 2018년 12월 헬스와 골프 패키지 회원으로 헬스장에 등록했다. 운동엔 자신 있었기에 ‘공만 잘 맞히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4개월 지나 ‘머리’를 얹었는데 당시 스코어는 125타. 홀마다 공을 잃어버리는 등 줄곧 헤맸다. 그런데 마음은 상쾌했다.

라운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 힘이 부쩍 는 기분이 들었다. 그림같이 펼쳐진 자연에서 에너지를 잔뜩 받은 덕분. 주 차장은 “처음 골프장 갔을 때 속이 뻥 뚫렸다”면서 “골프장은 온통 녹색이라 골프장에 있는 것만으로 모든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운동신경이 좋다고 자부했는데, ‘첫 출전’에서 민폐를 잔뜩 끼쳤다. 골프는 결코 만만한 스포츠가 아니고, 무척 민감한 종목이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오기가 생겼고,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독학’에 미련을 두지 않고, 20주 동안 개인 레슨을 받아 기량을 업그레이드했다. ‘개인 과외’의 성과는 곧 나타났다. 첫 출전에서 15개월이 지나 38타를 줄였다. 이젠 동반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골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주 차장은 “타인으로부터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단점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전문가의 레슨을 통해 내가 잘못하고 있던 것들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스코어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기량 향상 속도가 빠른 편이란 칭찬을 듣지만, 주 차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주 차장은 “다른 종목은 혼자서 시간을 투자하면 꾸준히 실력이 올라가지만, 골프는 일관성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서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계속 검증받는 작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2008년 대학을 졸업한 뒤 입사한 주 차장은 13년째 다양한 신발 기획, 출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1년 뒤 출시될 제품을 계획하고 제작 과정을 총괄한다. 주 차장 역시 직장인의 공공의 적, ‘월요병’에 시달렸다. 어울리길 좋아하는 성격이고, 특히 출퇴근 부담이 없는 주말이면 친구들과 거나하게 취하기 일쑤였다.

주 차장은 “골프를 하기 전엔 금요일에 술을 잔뜩 마시고, 토요일에 뻗어있고, 일요일엔 늦잠을 자는 게 루틴이었다”면서 “하지만 골프를 시작한 뒤엔 ‘불금’을 잊고, 금요일에 술을 마시더라도 자제한다”고 귀띔했다. 평일도 마찬가지. 퇴근한 뒤 스크린골프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기에 술 마실 시간은 확 줄어들었다. 주말엔 어김없이 골프장이나 연습장으로 달려간다. 주 차장은 “주말에 가까운 이들과 골프를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렇게 건강해져 집으로 돌아오면서부터 월요병이 사라졌다”면서 “당연히 업무 효율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