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100년>‘시진핑 대관식’ 준비하는 中 공산당…‘폭주하는 변형독재’에 앞길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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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홍색관광’ 열풍… 유적지서 살펴본 ‘공산당 과거와 미래’

1차 당대회장 기념관 신축전시
오성홍기 앞서 ‘공산당식 경례’
전시 길목 마다 시진핑 사진들
애국·민족주의 감정고취 일색

‘習 1인체제’위한 법·제도 정비
개헌 통해 임기제한 규정 폐지
반대세력 탄압 강도 점점 세져

“習 독재, 中 발전 속도 늦추고
사회갈등·국제적 긴장 높일것”

지난 12일 중국 상하이(上海)시 황피난루(黃陂南路)의 중국 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1차 당 대회)장. 현재까지도 중국 정치의 핵심 의결기구인 당 대회가 처음으로 열렸던 이 장소 옆에는 엄청난 규모의 신축 기념관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는 7월 1일 중국 공산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 3일 문을 열었다.

직접 찾아간 현장에는 몇 가지가 도드라져 보였다. 먼저 원래 당 대회가 열렸던 장소를 압도하는 신축 기념관의 어마어마한 크기다. 또 신축 기념관의 전시는 빈곤을 탈출하는 ‘샤오캉(小康) 사회’라는 공산당의 비전과 미래를 설명하면서, 전시의 중요한 길목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공산당=시진핑’ 공식의 선전장 같았다. ‘변형 사회주의’로 출발해 사실상 자본주의를 수용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로 이어지는 100년을 지나온 공산당이 이제 ‘1인 독재 권위주의’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셈이었다.

그런 점에서 ‘홍색(紅色) 관광’은 100년의 과거를 활용해 미래 100년의 공산당 독재를 위한 ‘애국주의’ ‘민족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실제로 전시실 마지막에 위치한 오성홍기와 입당 선서문 앞에서 부모들은 공산당식 경례를 하는 어린 자녀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고, 일부는 벽에 적힌 선서문을 큰소리로 낭독하기도 했다. 여기에 중국식 ‘감시 사회’까지 더해진다면 중국이 “비자유주의적 통제 기제가 발달한 ‘디지털 레닌주의 제국’”이 될 것이라는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의 지적은 어쩌면 곧 실현될 미래처럼 보였다.

◇‘홍색관광’, 시진핑 영구집권을 위한 역사의 도구화 = 지난 14∼16일까지 찾아간 장시(江西)성 징강산(井岡山), 루이진(瑞金), 난창(南昌) 유적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탄생지로 불리는 난창의 ‘8·1 기의(起義) 기념관’도 1927년 난창 봉기 당시 총 지휘부 건물이었던 구기념관 옆에 더 큰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새 기념관에는 ‘강군의 꿈’이란 이름으로 18차 당 대회 이래 시 주석의 국방 및 현대화된 군 건설에 대한 주요 주장과 성과 등이 대대적으로 전시돼 있었다.

징강산에도 ‘홍군’과 관련된 수많은 기념 시설이 있었지만, 핵심은 시 주석이 최근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는 마오쩌둥(毛澤東) 관련 유적지였다. 마오쩌둥이 당시 거주했다는 ‘마오쩌둥 고거(故居)’는 단체 관광객들이 잇따라 입장하며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주변에 징강산 투쟁 전몰자들이 묻혀 있는 혁명열사능원이나 당시 상황을 설명한 징강산 투쟁기념관, 투쟁자들을 위한 대형 조형물이 세워진 난산(南山) 공원 등에는 인적이 뜸했다.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성과로 꼽히는 대장정(大長征)의 시발점으로 ‘혁명 수도’라는 뜻의 루이징(瑞京)으로도 불리는 루이진도 마찬가지였다. 마오쩌둥이 우물을 파며 민심을 얻었다는 장소인 ‘훙징(紅井)’은 15일 평일 아침부터 마오쩌둥의 애민 정신과 시 주석과의 관계를 공부하기 위한 유치원생들의 단체 관람으로 붐볐지만, 인근 중화소비에트기념관에서는 관리인이 기자에게 “중국인도 잘 안 오는 곳에 외국인이 찾아왔다”며 오히려 놀라워했다.

◇공산당 100주년은 ‘마오주의’로 회귀하는 시진핑 대관식 = 중국 공산당 100년이 1949년 중국인민공화국 성립 후 마오쩌둥 1인 체제에서 다수의 집단지도체제로 변화한 역사라면, 새로 시작되는 100년은 오히려 ‘1인 체제’로 역사를 되돌리는 과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2월 새로 편찬한 ‘중국공산당 약사(簡史)’에서 마오쩌둥의 최대 실책인 문화대혁명 부분을 대거 삭제했고, 대신 전체의 4분의 1을 시 주석 집권 9년간 업적으로 채웠다. 2017년부터 시 주석이 집중해온 ‘마오쩌둥=시진핑’ 선전의 일환으로, 시 주석도 마오쩌둥에게 부여됐던 ‘당의 조타수’라는 표현을 본인에게도 사용하고 있다.

시 주석의 1인 독재를 위한 법·제도적 장비도 완비된 상태다. 집단지도체제가 규정한 주석 임기 5년 연임에 따라 시 주석의 임기는 2022년 종료돼야 하지만, 시 주석이 2018년 헌법을 개정해 이미 임기제한 규정을 폐지한 것. 또 올해 1월부터 군사정책 수립 및 결정 권한 규정을 국무원에서 공산당 중앙군사위로 이관했다.시 주석은 권력의 3대 핵심인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 군사위원장까지 모두 겸임하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4차 전체회의에서 가결된 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시 주석은 측근인 리잔수(栗戰書) 정치국 상무위원을 통해 부총리 임면도 할 수 있다. 사실상 무소불위 권력으로, 이를 바탕으로 반중 세력은 물론 공산당 내 엘리트 반대세력에 대한 숙청·탄압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로완 캘릭 호주 그리피스대 아시아연구소 수석연구원은 “7월 1일 공산당 100주년 기념행사는 시 주석의 대관식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내부 경쟁 사라진 공산당은 中에 ‘독’…“오히려 100년 업적 위협할 것” = 공산당 100년 집권의 비결은 초기에는 마오쩌둥의 강력한 리더십이었지만, 1976년 마오쩌둥 사후에는 치열한 당내 엘리트 경쟁 덕분이었다. 당원 9191만 명 중에서 전인대 대표는 2800명에 불과하고, 여기에서 다시 권력의 핵심인 중앙정치국원이 되려면 상위 25명 안에 들어야 한다. 최종 심급은 국가주석을 비롯한 7인으로 구성된 상무위원회인데, 이 집단체제가 당내 경쟁을 보장하는 한편, 당파 간 균형도 이룰 수 있는 제도였다.

그런데 시 주석이 이를 무너뜨리면서 중국에서도 ‘공정한 경쟁’ 체제가 흔들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대외적으로 지금보다도 더 강경하게 나설 가능성도 높다. 미국 애틀란틱 카운슬의 댄 네그라 수석연구원은 “중국에서 과거의 독재정권은 장기적으로 안정, 번영, 평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시진핑 독재 체제도 중국의 속도를 늦추고, 사회적 갈등을 증가시키며, 국제적인 긴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저드 블란쳇 수석연구원도 최근 포린어페어스 7·8월호 기고문에서 “야망과 정책집행은 같은 게 아닐 수 있으며, 시 주석이 전임자들이 이뤄놓은 업적을 위협하는 위험한 궤도에 들어섰다”고 평했다.

상하이·루이진·난창 = 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