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대통령令으로 檢 형사부 수사 제한… 권력수사 막고 상위법 충돌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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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조직 개편

검찰총장 승인 있어야 6대 범죄 수사… 일각선 “장관 승인 없애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총장 권한 커져 통제 수월”
반부패부와 강력부, 공공수사부와 외사부 통합… 직접수사 부서 축소에 수사력 약화 우려도

전국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직접수사 기능을 제한하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이 지난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전국 25개 지청이 직접수사를 하기 전 법무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은 검찰 안팎의 비판을 받다가 최종안에서 빠졌다. 하지만 여전히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를 전담할 반부패강력부 등이 없는 지방검찰청과 지청은 ‘검찰총장 승인’이 있어야 인지(認知)수사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총장 의지에 따라 정권·권력 수사 관련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상위법인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서의 ‘검사의 수사 개시권 보장’ 등과도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와 향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檢 조직 개편, 정권·권력수사 못 하게 형사부에 재갈 =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검찰조직 개편은 반부패강력부가 따로 없는 일선 지검과 지청에서 6대 범죄를 수사하려면 해당 검찰청의 형사 말(末)부가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올해부터 6대 범죄에 한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다. 즉, 정권 입장에선 믿을 만한 검찰총장과 지검장, 여기에 일선 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형사 말부장만 잘 앉히면 정권·권력 범죄 수사를 원천적으로 차단 또는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수원지검 일선 형사부에서 진행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와 대전지검 형사부에서 추진한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 등과 같은 사례가 더는 나오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를 두고 검찰 내에선 “법무부 장관의 ‘지청 수사 사전 승인 조항’을 삭제하며 크게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총장에게 권한을 몰아줘 수사 통제가 오히려 수월해졌다”며 “그간 중요 범죄를 어느 부서가 맡을지 몰라 그나마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었지만, 이젠 그런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법무부가 지난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지난 25일 단행된 검찰 고검 검사급(차·부장검사) 인사에서 현 정권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 출신 검사들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고향인 충청 출신 검사들이 주요 지검·지청 형사 말부장 및 반부패강력부장에 임명(문화일보 2021년 6월 28일자 10면 참조)됐다. 중간간부 인사에 앞서 친정권 검사장들이 대검찰청과 주요 검찰청의 요직을 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 차단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진 사건의 성격과 긴급성에 따라 대검에 사후 보고가 용인됐지만, 이 또한 불가능해졌다. 법무부는 검찰 조직개편 논란에 “형사부 등 수사부서를 3원화(형사부·형사 말부·전담부)해 검찰 직접수사는 꼭 필요한 사건에 집중하고, 그 외 수사역량은 인권보호와 민생사건 수사 및 처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구현했다”며 “다만 총장 승인 절차로 인해 사건처리 신속성 등이 저해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는 총장이 정하도록 위임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형사 말부를 제외한 일선 형사부가 6대 범죄 중 ‘고소된 경제범죄’는 직접수사하도록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경제범죄라도 제3자가 제기하는 고발이나 인지 사건은 수사할 수 없다. 특히 선거철에 형사 말부는 공소시효가 6개월인 선거사건을 처리하느라 권력형 범죄수사 등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란 우려도 팽배하다. 또한, 지난해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분산하는 내용 등을 담은 권고안까지 냈지만, 도리어 이번에 총장 권한을 늘린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 일각에선 “윤석열 전 총장이 자리를 계속 지켰다면 법무부가 총장 권한을 늘리는 개편안을 밀어붙였겠냐”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온다.

◇직접수사부서, ‘인권보호부’로 전환…강력부는 반부패부와 통합 =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가 제한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대전지검, 광주지검, 부산지검 등 8개 지검에서 직접수사 부서가 ‘인권보호부’로 전환됐다. 인권보호부는 경찰에 대해 보완수사 요구, 시정조치 요구, 재수사 요청 등의 사법통제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또 일선 지검의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부는 강력부와 수사 기능이 통합됐고, 공안 사건을 담당하는 공공수사부는 외사부와 합쳐졌다.

하지만 일방적인 수사 기능 통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전국에서 마약범죄와 같은 강력범죄를 가장 많이 취급하는 수원지검의 경우 앞서 대검에 “강력부를 반부패부와 통합하면 수사력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번 개편을 통해 부산지검엔 반부패강력부가 신설된다. 2019년 10월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 방안의 하나로 서울중앙지검과 대구지검, 광주지검 외의 반부패부를 폐지했는데, 박 장관이 1년 8개월여 만에 일부 반부패부를 부활시킨 것이다. 서울남부지검에는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비직제)이 신설됐다. 지난해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한 이후 금융범죄 대응 역량이 낮아졌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신설된 협력단은 검사가 직접수사하지 않고 수사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에 대해 한 현직 부장검사는 “직접수사가 담보되지 않은 타 기관과의 협력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령으로 檢 직접수사 제한…상위법 저촉 지적도 =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상위법인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저촉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간 검찰 내부 사무분장을 통해 업무를 나눴을 뿐 권한의 크기를 제한하지는 않았는데 이를 정식 직제로 나눠버리면 권한 침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196조에 따르면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돼 있다. 검찰청법 4조에는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와 공소제기를 할 직무와 권한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앞서 대검도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직제로 제한하는 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직무와 권한, 기관장의 지휘·감독권을 제한할 수 있어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지만, 법무부는 끝내 대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