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답답한 집안 벗어나 친구들과 다트·림보…“키즈카페 부럽지 않아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6일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종합사회복지관 실내 프로그램 실에서 지역 아동들이 ‘나만의 우산 만들기’ 체험에 참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부산종합사회복지관 ‘이바구 놀이터’

수건 돌리기·병뚜껑 알까기 등
창의적 놀이 콘텐츠 경험 제공
프로그램 참가비 대부분 지원

비대면 희망땐 놀이 꾸러미 대여
획득한 칩으로 물품 구매도 가능
“참가한 아이들 표정 확 밝아져”

“제가 다녀본 놀이터 중에 ‘이바구(이야기의 경상도 방언) 놀이터’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여러 놀이기구가 있는 키즈카페가 전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니까요.”

부산 동구에 사는 김민제(10) 군은 지난 26일 지역 내 구봉산에서 열린 ‘이바구 놀이캠프’(숲 속 야외놀이·실내 자유놀이)에 참석한 뒤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군은 이날 진행된 흡착 볼 다트 던지기, 사방치기, 림보 통과하기, 샤프심 빨리 빼기, 수건 돌리기, 병뚜껑 알까기 등 다양한 놀이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친구들과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김 군은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 매번 프로그램이 열리는 날만을 기다린다”며 “놀이기구 몇 개만 설치한 일반 놀이터보다 (이바구 놀이터가)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지역 놀이문화를 활성화하고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기획된 놀이혁신 선도사업 ‘아슬아슬 얼렁뚱땅-이바구 놀이터’가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은 학부모와 아동들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 공모에 선정된 이후, 매월 넷째 주 토·일요일(참가자 기준 월 1회·8시간) 부산 동구 거주 만 6∼12세 아동들에게 다양하고 창의적인 놀이 콘텐츠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프로그램에 참여키로 한 아동 120명은 자신의 성향과 욕구에 따라 원하는 놀이를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이미 체험한 놀이를 변형시키거나 창작·개발하는 시간도 가지며 창의력을 마음껏 뽐내는 아동들도 많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복지관은 아동 놀이 환경 만족도가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부산 동구를 사업 대상지로 정해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지역은 산 중턱을 지나가 경사가 가파른 도로가 많고 오래된 월세 주택 등이 밀집돼 있어 아동들이 마음 놓고 놀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놀 거리가 없다 보니 매일 집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아동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부터 이바구 놀이터 사업이 본격 시작된 이후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들이 눈에 띄게 밝은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평소 거친 언행과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등 사회성이 떨어졌던 한 아동은 꾸준히 놀이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규칙을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형제가 많아 결핍이 컸던 한 아동은 놀이를 통해 얻은 칩(숲 속 매점에서 물품 구매가 가능한 화폐)으로 원하는 것을 구매하는 과정을 거치며 주체성과 성취감을 키워 되레 주변 친구들에게 나눔을 베풀기도 했다. 저소득·다문화 가정 아동들도 경제적 부담으로 갖기 힘들었던 놀이·야외활동 참여 기회를 얻으며 전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번 프로그램 참가비는 월 13만 원 수준이지만 아동 가정의 경제 상황에 따라 등급을 분류해 1등급은 1만3000원, 2등급은 2만6000원을 각각 본인 부담금으로 내면 된다. 나머지는 모두 국비로 지원된다.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해 놀이캠프 대신 비대면 참가를 희망하는 아동에게는 창의적인 놀잇거리로 구성된 놀이 꾸러미를 월 1회 빌려준다.

학부모 백숙미(38) 씨는 “아이가 즐거운 놀이에 참여하며 한 뼘 더 자란 것 같아 너무 기쁘다”며 “놀이를 통해 얻은 칩으로 동생 선물까지 사오는 기특한 모습을 보여 참가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노지영(여·39) 과장은 “아동들은 평소 놀면서 배우고 자라기 때문에 그만큼 그 경험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며 “이바구 놀이터를 통해 많은 아동이 능동적인 활동에 참여해 감정을 배우고 타인을 이해하며 사회를 알아가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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