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 인터뷰 >박용택 “예능 잘하려는 욕심 없어…그저 즐길뿐인데 재밌다는 말 듣네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스포테이너 박용택은 티캐스트 ‘노는 브로’ 촬영 현장에서도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한껏 멋을 냈다.

■ TV예능 ‘노는 브로’로 끼 폭발 前프로야구선수 박용택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다
선배 예능인 추천에 출연 결심
아무런 부담·노력도 없이 임해
그게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듯

他방송·기획사 러브콜 많지만
여유도 없고 이미지 소모 꺼려

선수땐 별로 칭찬 못받았는데
해설은 칭찬 일색에 재미 만점
LG트윈스는 인생의 전부였고
예능은 ‘제2 인생’의 출발점

“야구로는 욕먹었는데 ‘방송 잘한다’고 칭찬받으니 신기합니다, 하하.”

‘프로야구 LG트윈스’라는 수식어를 떼어낸 박용택(42)은 이렇게 말하고 유쾌하게 웃었다. 물론 이는 엄살이다. 2002년 LG트윈스에서 프로 데뷔 후 19년간 ‘원클럽맨’(one club man)으로 뛰며 한국프로야구(KBO) 역대 최다 안타(2504개), 최다 경기 출장(2236경기) 기록을 세운 그는 LG트윈스를 넘어 KBO의 전설이자 산증인이다. 하지만 6월 말 그가 출연 중인 예능 ‘노는 브로’(연출 박지은)를 만드는 서울 상암동 티캐스트 사무실에 만난 그는 ‘KBS 해설위원’이라고 적힌 명함을 내밀며 “이제는 해설위원이니 LG랑 엮지 말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예능 새내기, 야구 해설위원 등 새로운 수식어를 얻어 “요즘 표현으로 ‘본캐’는 해설위원, ‘부캐’는 예능인”라고 스스로를 칭했지만 LG트윈스 팬들에게는 영원한 ‘용암택’(용암처럼 분출하는 타격을 뽐내는 박용택이라는 의미의 애칭)인 그와의 수다가 시작됐다.


―19년 현역 선수 생활을 마친 후 무엇이 가장 달라졌나.

“다음 날 일정에 대한 걱정 없이 술을 마실 수 있게 됐다. 현역 시절, 월요일에만 경기가 없기 때문에 요일을 따져가며 술을 마시는 강박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음날 걱정하면서 일부러 잠자리에 드는 일이 없다. 식사량도 많이 줄였다. 현역 은퇴 후 운동량을 줄인 게 아니라 아예 없어졌다. 어느 날 자고 있는데 허리가 아파서 못 움직이겠더라. 그래서 식사를 조절하고 운동도 간간이 하고 있다. 1주일에 한 번 가면 성공이다.(웃음)”

―요즘 박용택의 1주일을 말해 달라.

“해설위원 일이 중심이다. 1주일에 두 경기 해설하고, 스튜디오 녹화에 두 번 참여한다. 2주일에 한 번씩 1박2일 동안 ‘노는 브로’를 촬영한다. 책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를 나누고 정리하는 건데, 2주에 한 번 정도 6시간 이상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면 1주일 중 딱 하루 정도 시간이 비는데, 그때는 골프를 친다. 보기 플레이어다. 내가 왼손잡이 타자였는데 골프는 오른쪽으로 친다. 비거리는 260m 정도다.”

―요즘 ‘노는 브로’에서 예능감이 대단하다. 왜 첫 프로그램으로 ‘노는 브로’를 선택했나.

“출연 전 소위 ‘방송쟁이’들과 이것저것 상의했다. ‘하지 말라’고 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노는 브로’ 섭외 요청이 왔다고 하니까, ‘그거 아주 좋다’고 하더라. 이 프로그램이 일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예능 새내기들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이라 ‘손해 볼 것 없다’고 조언해줬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용택(오른쪽 세 번째)은 ‘노는 브로’에서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로 먼저 자리 잡은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구했나.

“(웃으며) 서장훈, 안정환 같은 선배 정도면 방송에 대해 물어볼 수 있다. 서장훈 형이 진행하는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했는데 ‘뭐든 즐겁게 하라’고 조언해줬다. 그게 진심이고 정답인 것 같다. 선수 시절이 정말 힘들고 즐겁지 않았지만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해설이든 방송이든 잘하지 못하면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방송인이 된다는 것은 꿈도 꾼 적이 없다.”

―욕심이 없다고 하기에는 예능 프로그램에 정말 잘 적응하고 있지 않나.

“내가 봐도 자연스럽다. 이런 얘기하면 (제작진이) 서운해 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방송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부담도 없고 노력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재미가 있더라. 나를 보는 사람들도 ‘재미있다’고 말해주니 거기서 즐거움을 얻고 더 재미있게 하려 한다.”

―예능 출연을 더 늘릴 계획은 없나.

“출연 제안은 많다. 연예기획사들의 러브콜도 계속 오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정해놓은 일들이 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일회성 게스트로 출연하는 건 지양하려 한다. 이미지가 소모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고정 프로그램도 2개 넘기는 어렵다. 요즘은 아내와 함께 출연하는 부부 예능 섭외가 많이 들어온다. 아내가 외모도 괜찮고 엉뚱하고 재미있기는 하다. 하지만 동반 예능 출연은 부정적이다. 제가 세운 기준은 지키려 한다.”

―그러다가 서장훈, 안정환처럼 예능계에서 주목받으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말해 뭐하나? 당연히 해야지. 여장(女裝)이 문제인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하. 개인적으로는 ‘썰전’ 같은 프로그램을 선호한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서 관련 프로그램이면 참여하고 싶다. 고교 야구대회를 예능 프로그램처럼 만들어 관심을 불러 모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해설위원 활동은 어떤가.

“너무 재미있다. 원래 야구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선수 각각의 스토리나 야구 룰, 기술적인 부분까지 관심이 많았다. 그동안 쌓아온 이야기들을 써먹을 수 있으니 좋다. 처음에는 한 경기 해설을 준비할 때 10시간 정도 필요했는데, 이제는 3∼4시간으로 줄었다. 나머지는 해설을 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정보를 찾아보며 순발력을 발휘한다.”

―이제 겨우 3개월 됐는데 해설이 안정적이라는 평이 많다.

“사실, (현역으로) 야구하면서 칭찬받은 적이 별로 없다. LG팬들한테조차도. 그런데 해설을 시작했더니 칭찬 일색이다. 회사에서도 그렇고 커뮤니티에서도 반응이 좋다. 그래서 기분이 정말 좋다. 선수 시절 ‘견적택’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선수들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으면 ‘견적 낸다’고 했었다. 요즘은 ‘해설택’이 견적을 잘 낸다고 하더라.”

―19년간 LG트윈스에서 뛰었다. LG트윈스 경기를 중계할 때는 중립을 지키기 어렵지 않나.

“그 반대다. 오히려 LG트윈스에 대한 안 좋은 평을 해서 팬들이 서운해 할까 우려된다. 일반적으로 같은 회사에 20년 다닌 사람들이 그 회사에 무조건 감사하고 고마워할까? 저야 좋은 기억이 대부분이지만, 워낙 LG트윈스를 잘 알기 때문에 부족한 점도 눈에 많이 띈다. 선수들은 표정만 봐도 그 날의 컨디션을 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해설한다. 그래도 자꾸 LG트윈스를 가리킬 때 ‘우리가’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생방송 중에 그렇게 말하면 큰 사고이기 때문에 항상 주의한다.”

―요즘 LG트윈스가 ‘우승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해설을 맡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 해설을 맡는다고 해도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 아직도 경기장에서 제 유니폼을 걸어놓는 팬들이 계신데 ‘아이고∼ 저렇게 좋을까’ 싶다. 그렇다고 그라운드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이제는 후배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승까지 차지한다면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놓은 감정의 빗장을 한 번쯤 열어도 되지 않을까? (해설위원이지만) 그때만큼은 프로야구 10개 구단 팬들이 모두 인정해줄 것 같다.”

―박용택에게 LG트윈스는 어떤 존재인가.

“제 인생의 전부였다. 제 꿈이 LG트윈스에 입단하고 LG트윈스에서 은퇴하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야구선수로서 꿈을 이룬 사람이다. 물론 우승을 못 해서 아쉽지만 그건 부수적이다. 이 정도 했으면 ‘LG트윈스의 박용택’이 됐다고 생각한다. 선수 생활을 하며 딱히 잘못한 것은 없는데 제가 한 것보다 더 칭찬받고, 더 질타받기도 했다. 팬들이 저한테 관심이 많기는 했다.(웃음)”

―그렇다면 ‘노는 브로’는 어떤 의미인가.

“박용택이라는 사람이 사는 ‘제2의 인생’의 출발점이다. 그 출발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야구 할 때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는데, 방송 출연은 ‘내가 잘해야 해. 뭔가를 이뤄야 해’라는 부담이 없기 때문에 더 편하고 즐거운 것 같다.”

―요즘 스포츠 소재 예능이 많은데, 야구 예능에 출연한다면 어떨까.

“19년 프로 생활을 포함해 평생 야구를 해왔기 때문에, 야구가 소재가 되면 완전히 본캐릭터가 나올 것 같다. 야구만큼은 저는 굉장히 깐깐하고 까다롭다. 해설을 하면서도 없는 장점을 찾아서 칭찬해주는 것이 어렵다. 되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좋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야구에서는 그게 안 된다. 야구 예능에 출연해도 웃으면서는 못 할 것 같다, 하하.”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