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어스 ‘베이비 원 모어 타임’
2000년대 여가수 중 음반판매량 1위는 브리트니 스피어스(1981년생)다. 그녀의 시간표는 꿈꾸던 대로 채워졌을까. 데뷔곡 ‘베이비 원 모어 타임’(1999)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내가 계획한 건 그게 아니었는데’(That’s not the way I planned it)
노래 제목, 혹은 노랫말 속에 가수의 운명이 숨어있다는 건 미신일까, 통계일까. 최근 바다 저편에서 들려오는 유명가수의 주장과 호소는 오래된 드라마 제목 하나를 소환한다. ‘가족끼리 왜 이래’(KBS 2TV 2014∼2015) 턴테이블에선 옛날 노래도 슬며시 잠을 깬다. ‘쉬지 말고 노래해라/ 언젠간 스타가 되고/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테니까’(Don’t stop singing/ You’re gonna be a star someday/ You’re gonna make a lot of people happy)(헬렌 레디 ‘Keep on Singing’ 1974 중)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철환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가족조차도 비극을 감지 못한 걸까. 결과론이지만 ‘럭키’(2000)는 스피어스의 일기장 같은 노래다. ‘이건 럭키라는 소녀의 이야기다(This is a story about a girl named Lucky) 아침에 일찍 눈을 뜨면(Early morning she wakes up) 누군가 똑똑 문을 두드린다(Knock knock knock on the door) 완벽하게 미소로 치장할 시간이다(It’s time for make up perfect smile) 그들이 기대하는 바로 그 모습대로’(It’s you they‘re all waiting for)
한때 스피어스의 콘서트 투어 제목은 ‘서커스’였다. 같은 제목의 노래(2008)도 있다.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들만 있지/ 하나는 쇼를 하고 하나는 그걸 보고’(There’s only two types of people in the world/ The ones that entertain, and the ones that observe) 인생의 절반을 공중곡예사처럼 보낸 스타는 어느 날 줄에서 내려와 현실을 폭로한다. “여러분에게 비밀 한 가지를 말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동화 같은 삶을 원한다… 내 삶이 멋져 보였겠지만 전혀 아니었다.” 그리고 지난 13년간 착취를 당했다며 친부(제임스 스피어스)의 후견인 자격을 박탈해달라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법원에 요청했다. 앞에서는 팬들이 ‘브리트니를 풀어주라’(Free Britney)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아빠는 딸이 데이트하는 걸 감시하고 부엌수납장 색깔까지 간여했다. 글자 그대로 ‘전지적 참견시점’이었다.
고난이 항상 나쁘기만 하겠는가. 고난에도 유익함이 있다. 누가 조력자이고 누가 방관자인지를 가려준다. 라이벌로 분류돼온 크리스티나 아길레라(1980년생)는 10대 시절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스피어스를 응원하고 나섰다. ‘인간의 삶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인권선언(?)도 게시했다. 한때 남자친구였던 저스틴 팀버레이크(1981년생)도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했다. 감정싸움을 벌일 때 이런 노랫말까지 주고받은 사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밤에 난 기도하지/ 네 얼굴이 어서 사라지기를’(At night I pray/ That soon your face will fade away)(브리트니 스피어스 ‘에브리타임’ 중) 누군가는 우스개로 가족(FAMILY)이 ‘아빠 엄마 사랑해요’(Father And Mother I Love You)를 줄인 말이라고 했다. 가족 사이에도 안전거리가 필요하다. 상대가 신호를 보낼 때 놓치면 위험하다. 사랑은 지켜보는 게 아니라 지켜주는 거다. 병원과 법원에서 무대로 돌아가 ‘원 모어 타임’ 하려면 지금은 후견보다 후원이 절실하다.
작가
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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