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클래스 >중국 역대 지도자 리더십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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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주의’ 마오쩌둥, 문화혁명 수렁
‘실용주의’ 덩샤오핑, 톈안먼사태 탄압
‘균형주의’ 장쩌민, 파벌다툼 초래
‘안정주의’ 후진타오, 독재명분 제공
‘권위주의’ 시진핑, 1인 독재 강화

1949년 공산 중국 성립후 5代 100년 통치
毛, 공산혁명 영웅… 1인 독재 만든 장본인
鄧, 흑묘백묘론 경제 성장… 인권탄압 오점
江·胡, 타협 통한 입지 확보… 안정적 성장
習, 강력한 반부패 투쟁… 중국굴기 본격화

지난 1일로 창당 100년을 맞았던 중국 공산당은 지도자가 변화할 때마다 큰 도약과 변화를 겪었다. 1949년 ‘신중국’ 성립 이후 집권했던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으로 이어지는 4세대에 걸친 중국 지도부는 강한 인내심으로 때를 기다렸고, 민심을 파악해 기민하게 대처하면서 현재의 중국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때에 맞는 제각각의 개성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권력의 정점에 섰다. 하지만 권력 장악 과정에서 이들이 보여준 냉혹함과 인권유린은 두고두고 비난을 받고 있고,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 ‘문화혁명’을 온몸으로 겪은 5세대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976년 마오쩌둥 사망 이후 확립된 집단지도체제를 뒤집고 ‘권위주의 독재’로 회귀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전 세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2022년 마오쩌둥 사후 금기가 됐던 3연임에 도전하는 시 주석의 부패 척결을 앞세운 ‘황제’ 리더십은 패권 도전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중 갈등 역시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산북두(泰山北斗)의 영웅’ 마오쩌둥의 강한 존재감 = ‘마오 전 주석(원저 : Mao, The Man Who made China)’을 저술한 필립 쇼트는 마오쩌둥에 대해 “혁명 이론가로는 블라디미르 레닌에 비견되고 군사 전략가로는 레온 트로츠키를 넘어서며 권력 기술자로는 스탈린을 넘어선다”고 평가했다. 구소련의 공산혁명에서 3명의 지도자 역할을 혼자서 해냈다는 것이다. 20세기 초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과 치른 두 차례 국공내전에서 남다른 전략적 식견을 보여줬고, 현재까지도 모범이 되는 탁월한 게릴라 전술을 개발해 생존에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인민 친화적 면모를 과시해 중국 인민들의 민심을 얻는 것은 물론 저우언라이(周恩來)를 비롯한 라이벌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하지만 후과도 깊었다. ‘영웅주의’에 입각해 전개한 대약진 운동의 참담한 실패와 아사자 속출, 이후 권력을 되찾기 위해 전개한 문화혁명은 중국을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했다. 류샤오치(劉少奇), 주더(朱德), 펑더화이(彭德懷), 린뱌오(林彪) 등 혁명동지를 숙청하면서 중국 공산당 1인 독재의 ‘원형’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후계자를 자처한 덩샤오핑마저도 마오쩌둥에 대해 “공이 7, 과가 3”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마오쩌둥 연구자 프랑크 디쾨터는 “마오는 국민의 복지를 걱정하는 자애로운 지도자를 연기하는 폭군”이라고 평했다.

◇흑묘백묘(黑猫白猫)의 실용주의자 덩샤오핑의 명과 암 = 마오 전 주석과 그 측근들의 지속적인 견제로 수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결국 살아남아 ‘부도옹(不倒翁·오뚜기)’이란 별명을 얻었던 덩샤오핑은 집권 뒤 “희든 검든 쥐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라는 명언을 남기며 대대적인 개혁·개방을 시작했다. 식민지 시대와 마오 전 주석 시대를 거치며 경제적으로 크게 쇠퇴했던 중국은 그의 개혁·개방 이후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고, 이는 지금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 경쟁을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꼽힌다. 정치적으로도 독재체제를 구축한 마오 전 주석과 달리 임기제를 도입했고, 외교적으로도 ‘도광양회(韜光養晦·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로 대표되는 28자 방침을 내세우면서 타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결단력과 통찰력을 보여준 위대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의 결단력은 반대세력을 억누르는 데도 과감하게 작용하며 오점이 됐다. 집권 초기 ‘엄타(嚴打)’를 통해 범죄자들에 대한 엄벌주의를 주창했지만, 개혁·개방의 수혜자들인 기업가나 유산자들에 대해선 관대했다. 이는 결국 1989년 톈안먼(天安門) 시위를 촉발시킨 원인이 됐고, 이 과정에서 덩샤오핑은 반정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인권을 탄압한 지도자가 됐다.

◇‘물실호기(勿失好機)’, 징검다리 지도자 장쩌민·후진타오 = 카리스마 넘치는 혁명 1세대가 퇴조하면서 이후 3·4세대 지도자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다. 상하이(上海)방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리더인 장쩌민과 후진타오가 대표적으로, 이들은 처음 상무위원으로 발탁돼 권력의 정점에 설 때만 해도 ‘무파벌주의자’로 분류될 정도로 큰 힘을 갖지 못했다. 대신 이들이 택한 전략은 안정적 국정운영 속에서 절호의 기회를 기다리는 ‘물실호기’. 정계 유력자들과의 타협을 통해 입지를 조금씩 확보했고, 그 결과 중국은 경제발전과 함께 오랜 기간 안정이 지속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경향은 대외정책에도 투영됐는데, 후 전 주석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HO)에 가입해 미국 주도 질서에 편입하는 등 안정적인 노선을 택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나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전 세계가 휘청거릴 때 중국이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렇지만 완전히 권력을 장악하지 못한 만큼, 공산당 내부 암투는 심화됐다. 장쩌민은 국가주석에서 물러난 뒤에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꽤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파벌 다툼을 초래했고, 후진타오도 시진핑 집권 때까지 공청단 출신들을 대거 현직에 남겨놓았다. 미국의 압박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대내적으로는 ‘유약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남기며 시진핑의 독재체제 구축의 명분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제’ 시진핑의 ‘1인 체제’ 복귀…부패척결 기반으로 한 독재 강화 우려 = 중앙 권력에서 배제돼 있었기 때문에 장쩌민·후진타오 파벌의 ‘얼굴 마담’으로 여겨졌던 시진핑은 주석에 등극한 뒤 반전을 만들어 냈다. 문화혁명 당시 하방(下放·지방 좌천)을 경험했던 시진핑이 푸젠(福建)성 당서기 시절 적극 추진했던 부패 척결을 내세워 권력을 본인에게로 집중시킨 것. 시진핑은 “호랑이든 파리든 다 때려잡겠다”며 반부패 투쟁으로 민심을 얻었고, 이를 통해 견제 세력인 상하이방과 공청단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외교에서도 미국이나 외부에 대해 할 말을 하는 ‘유소작위(有所作爲)’로 전환하면서 ‘중국 굴기’를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시진핑 집권 기간인 지난 10년간 중국에서는 숙청과 탄압의 피바람이 이어졌다.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강경 탄압과 내부검열 강화, 대만과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시진핑은 지난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을 위협하면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선전포고’를 날렸다. 3연임이 결정되는 2022년 시진핑의 ‘1인 권위주의 독재’ 체제 개막이 예고된 가운데, ‘황제’ 시진핑의 행보에 중국의 미래, 더 나아가 전 세계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