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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미숙의 시론 게재 일자 : 2021년 07월 05일(月)
부러진 ‘동맹 깃대’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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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동맹 외교 강조 前장관들 토론
盧·李 한미FTA로 ‘깃대’ 강화
朴·文 中선회 ‘톈안먼’ 3不합의

反日과 김정은 쇼에 집착한 文
북핵 위협에 안보 위기도 고조
망국적 외교 접고 정상화해야


최근 한 포럼 주최로 열린 전직 외교부 장관들의 비공개 토론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외교사령탑을 맡았던 송민순·유명환·김성환·윤병세 전 장관이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북핵 위기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자리였는데, 외교 최전선에 섰던 수장답게 이들이 내린 외교 현실에 대한 진단과 방향 제시는 분명하고 명쾌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동맹에 기반한 외교를 펴야 국익이 증진된다는 게 전 대화를 관통하는 중심 논지였다. 주최 측을 밝히지 않고 발언 내용도 실명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까다로운 사전 약속 때문에 제약이 많지만, 그래도 가능한 범위에서 소개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 동맹 친중·친북 외교가 초래한 안보 위기를 되돌아보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대한민국의 외교 깃대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한 장관은 “외교 깃발이 때로 흔들리고 찢길 수도 있지만, 외교 깃대는 어떤 경우에도 옮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깃대는 동맹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 가치 외교와 시장경제, 자유무역이고, 깃발은 그에 따른 구체적인 정책을 말한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반미면 어때”라고까지 했지만, 이라크 파병 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함으로써 경제동맹 기반을 마련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동맹을 가치동맹으로 발전시켰다. 동맹 기반 외교 깃대를 굳건히 한 것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랐고, 문 대통령은 중국과 ‘3불(不) 합의’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외교적 제스처 수준으로 동맹 깃대를 옮기는 차원이었다면, 문 대통령은 안보 주권을 중국에 내주는 약속이라는 점에서 아예 부러뜨린 것과 같다. 박 정부 시절 윤병세 당시 장관은 “미·중 러브콜은 딜레마가 아닌 축복”이라고 했다. 미·중이 모두 구애를 하는 만큼 한국은 미·중을 오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한술 더 떠 “미·중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할 수 없다”고 했다. 70년 전 이미 대한민국은 미국을 동맹으로 선택했는데도 문 정부 외교사령탑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중국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여서 외교 깃대를 옮기는 행동이다.

둘째, 중국의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몽과 함께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대중 환상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한 장관은 2019년 방중 때 중국 측 인사가 “한·중 수교 당시엔 배울 게 많았지만, 이제는 반도체 빼고 배울 게 없다”며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중국이 대국주의적 힘의 외교를 구사하는 상황인 만큼 깃발이 찢기는 일이 있어도 원칙 외교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과 동맹을 맺은 국가로서 중국에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사드에 대한 문 정부의 애매한 태도가 중국의 사드 보복을 더 키웠다는 지적인 것이다.

셋째, 북핵 폐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국의 선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에 대한 ‘전략적 관리’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핵 폐기보다 북한의 도발을 막으면서 핵 위협을 줄이겠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한 컨설팅그룹도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은 북한과 군축 회담을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한·일 설득 문제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선에서 협상을 하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남북한 전략적 비대칭 문제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 미·북 협상에 앞서 전술핵 재반입, 나토식 핵 공유, 한국 자체 핵 개발 등에 대한 한·미 담판이 필요한 이유다.

일본도 북핵의 볼모가 된다는 점에서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공조가 긴요하다. 한·일 양국이 과거사 논란으로 대립하기엔 안보 상황이 너무 위중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란 이름으로 포장된 대북 굴종 정책으로 김정은 쇼에 집착하는 동안 북핵 위협은 커졌고 안보는 더 위태로워졌다. 문 정권은 국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외교 깃대를 친중·친북·반미·반일 쪽으로 옮겼다. 이 같은 망국적 행태를 근절해 외교안보를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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