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ISMS 인증·실명계정 의무화… 조건 충족한 가상화폐 거래소 4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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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3개월

은행과 제휴 입출금계정 튼 뒤 임원 등 자격심사 받아야… 9월 24일까지 사업자 등록 못하면 무더기 폐쇄
금융당국 - 은행권, 관리감독 책임 서로 떠넘기기… 업계도 자체정화 나섰지만 ‘상폐’ 잇따르며 투자자 피해 속출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오는 9월 24일을 일컬어 ‘데드라인’ ‘시한부’라는 말로 공포심리를 공유하고 있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이날까지 ‘등록’을 마치지 못한 가상화폐거래소는 폐쇄 수순을 밟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업계가 등록 마감 시한을 앞두고 해당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분주하지만,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불협화음으로 가상화폐 소비자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화폐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면서 특금법은 어떤 법이고,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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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화폐 사업자 등록 마감일이 8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당국이 지난달 15일 시작한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컨설팅이 7월 중 완료된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달 10일 가상화폐거래소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 컨설팅 계획을 안내했다. 지난 2월 17일에는 금융감독원과 FIU가 나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매뉴얼’을 배포하기도 했다.

◇특정금융정보법, 왜 가상화폐 시장에도 적용하나 = 금융위가 가상화폐 업계를 찾아 직접 컨설팅까지 하게 된 바탕에는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특금법이 자리하고 있다. 특금법은 금융회사에 의심스러운 거래나 고액 현금거래를 당국에 보고하도록 해 고객 확인,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금융사에 부과한 법률이다. 금융거래를 이용한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등의 범법행위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금융사에 적용되던 이 법을 최근 가상화폐 시장을 통한 범죄의 우려가 커지면서 확대하게 됐다.

가상화폐 시장에 맞춰 지난 3월 24일 공포된 개정 특금법은 신규 및 기존 가상화폐 사업자가 FIU에 신고해 사업자 등록을 하도록 했다. 기한은 특금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인 오는 9월 24일까지다. 신고 없이 영업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가상화폐 사업자로 등록하기 위한 신고 절차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고, 은행과 제휴해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정)을 튼 다음, 마지막으로 가상화폐 사업자의 대표 및 등기임원의 자격요건을 금융당국으로부터 심사받게 된다. 이 가운데 가상화폐 사업자에게 실명계정을 만들도록 한 조치는 가상화폐 시장의 ‘금융실명제’로 불릴 만큼 중요한 절차로 꼽힌다. 이를 위해 가상화폐거래소는 최근 은행권과 실명계정 제휴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책임’을 놓고 금융당국·은행 간 줄다리기 = 당국이 특금법 시행으로부터 6개월의 기한을 열어두고 있지만, 그사이 실명계정까지 확보할 수 있는 가상화폐거래소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상화폐거래소 시한부’설이 나온 이유다. 7일 현재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는 20곳,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는 4곳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은행이 실명계정 연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4개 거래소의 생존 여부도 안갯속이라는 평가다.

혼란의 원인은 당국과 은행의 책임 회피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가상화폐거래소 관리감독 책임을 금융당국이 은행에 떠넘기고 있다”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자금세탁이나 이런 부분의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며 반박했다. 다른 금융자산도 자금세탁 방지에 대한 판단은 은행이 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나설 수 없다는 이유다. 앞서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거래소 자금세탁 사고와 관련해 면책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은행연합회의 요구도 거부했다. 은 위원장은 “테러자금에 면책을 주는 것이 용납되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당국이 강경한 반응을 보이면서 은행권도 가상화폐거래소 등과의 실명계정 제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이미 가상화폐거래소와 제휴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때 거래소와 제휴설이 오간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도 사태를 관망하는 모양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 때도 은행이 판매를 맡았다가 관련해 징계를 받는 등 책임을 지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실명계정을 내준 거래소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재를 받거나 돈을 물어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알트(잡)코인’ 솎아내기 시작한 가상화폐거래소 = 당국과 은행이 손사래를 치는 사이 가상화폐거래소는 생존을 위한 ‘자체 정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작업이 이른바 ‘잡코인’ 정리다. 특금법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상장한 코인이 많을수록 심사에 부정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비트는 지난 6월 페이코인(PCI), 마로(MARO)를 비롯한 5개 코인을 상장폐지했고 6월 28일까지 24개 코인의 거래 지원을 종료했다. 다른 거래소도 비슷한 상황이다. 거래액 2위 빗썸은 최근 4개 코인을, 5위권 거래소인 코인빗은 8개 종목의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28개 코인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프로비트는 전체 코인(365종)의 무려 66%에 해당하는 145종을 상장폐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래소의 자정 작업으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코인의 가격이 급락하는 데다, 거래가 정지돼 다른 거래소를 전전하는 사례도 나타나는 실정이다. 상장폐지에 따른 급락으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은 커뮤니티 등에 “거래소가 심사를 통해 상장을 결정해놓고 내부 규정만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해도 되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민간에서도 특금법 신고 지원에 손을 내밀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지난달 29일 ‘특금법 신고 지원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했다. 전·현직 금융기관 인사 10명 안팎으로 구성된 이 TFT는 특금법상 신고대상에 해당하는 모든 회원사가 신고기한까지 주요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가 자체 정화에 나섰지만,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