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Q :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상처가 큰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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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어린 시절 아버지는 술에 취해 들어와 엄마를 때리고, 엄마는 제게 화풀이를 하셨어요. 부모님은 다툴 때마다 저 때문에 이혼을 못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지금은 제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그런 광경이 떠오를 때면 제가 사람들 사이에서 필요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은 암흑과 같습니다. 다행히 우울과 대인공포를 극복해 직장을 가지고 좋은 남편도 만났습니다. 아기를 갖게 됐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께 받은 상처가 이렇게 큰데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네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주원 원장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A : 과거를 잊으려 하지말고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위로하세요
▶▶ 솔루션

어릴 적 부모님이 힘들게 하고, 그런 적이 한두 번도 아니라니 그 같은 엄청난 일을 어떻게 쉽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잊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정말로 잊은 것이라기보다는 더 이상 과거의 기억 때문에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내려놓았다는 말은 잊었다는 말과는 다르고, 그 일이 현재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는 의미입니다. 정말로 잊었다면 잊었다는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아야 합니다.

과거의 기억 때문에 괴로운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당연히 괴로웠을 것이다’고 스스로를 위로해줘야지, 그런 것 하나도 못 잊느냐는 식으로 이야기는 건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왜 아픈 과거를 잊어야 좋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까? 나를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부모님을 만났다고 해서 왜 좋은 부모가 될 수 없습니까? 모르는 사이에 부모님의 말과 행동을 닮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걱정하고 있으므로 좀 더 조심하면 됩니다. 그것조차 모르는 사람보다 훨씬 훌륭합니다. 걱정되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부모와 같은 길을 가지는 않습니다.

현재의 남편이 아빠 같은 사람이 아니고 좋은 사람이라니 정말 다행이고, 그 사람을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일입니다. 사람은 자기 부모는 선택할 수 없지만, 배우자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배우자를 만났다는 것은 최소한 삶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잘하신 것 아닙니까? 물론 배우자의 좋은 가정환경과 구김살 없는 성격에 내가 위축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내가 배우자를 보완해줄 수 있는 다른 좋은 점이 있기에 배우자도 날 택한 것 아니겠습니까.

나쁜 기억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오신 겁니다. 어린 시절의 불우함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왔고, 그 삶은 자랑스러운 것인데 자랑스러운 삶의 증거를 왜 잊습니까? 내가 어떤 태도로 대하든 과거의 기억은 거기에 그대로 있습니다. 더 이상 반복되지 않으며, 무력하게 당하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내 삶을 선택할 힘이 있습니다. 트라우마는 내가 이런 상황에서도 잘 살아왔다는 증거입니다.

하주원 원장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