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위상 향상된 지방의회, 주민 신뢰 확보가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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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창 건국대 행정학전공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차기 회장)

지방의회의 나이가 성년을 지나 이립(而立)이 됐다. 올해로 지방의회가 새롭게 출발한 지 30주년이다. 지방자치제도는 ‘일정한 지리적 경계 내에서 지역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을 선출하고 지역의 일들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통치양식’이다. 지역주민, 단체장, 지방의회의원이 자치행정의 중심적인 사람이다. 지역주민들은 지역에서 성실한 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을 잘 선출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한편 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은 지역주민들로부터 받은 소임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동안 지방의회는 제도적으로 ‘강(强)단체장 약(弱)의회제’로 돼 있다는 불만이 있었다. 지방의회의 역할과 권한이 매우 제한돼 있다는 볼멘소리로 지방의회의 낮은 신뢰도를 핑계해 왔다. 단체장이 ‘의회사무국 직원 임면’과 ‘재의요구권’의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열악한 ‘정책보좌시스템’으로 지방의정 활동의 소극성을 변명해 왔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작년 말에 통과되면서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이 크게 향상됐다. 이제 열악한 제도를 핑계 삼기는 어렵다. 지방의회가 새롭게 출범한 지 벌써 30년, 이제는 ‘이립’해 지방자치제도의 기초를 세우고 결실해야 하는 시기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자치분권으로 인한 결실이 상당하다.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기여했으며, 중앙정부가 ‘국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하게 된 동인(動因)이 됐다.

문제는 아직도 지역주민들의 지방의회에 대한 평가가 곱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인한 지방의회의 위상 강화에 즈음해 지방 의정을 성실하게 감당하겠다는 국민적 약속이 있어야 한다. 지역주민들로부터 “잘했다”는 칭찬을 받아 지방의회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것이 ‘발등에 불’이다. 지방의회는 무엇보다도 지방의회 운영 자율화, 정책지원 전문인력, 그리고 인사권 독립 등의 역량이 강화됐다.

한편 낮은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먼저, 지방의회 내부위원들로만 구성돼 있는 ‘윤리특별위원회’의 ‘제 편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이 언론의 도마 위에 늘 올랐다. 이제는 내·외부 위원들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서울특별시의회는 지역주민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24개 과제를 선정했고, 11개 과제를 개선·시행하고 있다. 또한 지방의회 최초로 국민권익위원회와 청렴문화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지방의회의 청렴 수준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신뢰를 회복해 나간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바 있다.

둘째, 지방의회 의정활동(성과)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성과평가의 자료를 지역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지역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지방의회의 신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의원 겸직 제한·영리 행위 금지·의정활동의 투명성 등을 함께 고려해 무엇보다 낮은 지방의회의 신뢰를 제고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지방의회가 새롭게 발족된 지 30주년을 맞아 지역 주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지방의회로 거듭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