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초등 4 ~ 6학년 전용 놀이공간… “아이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홍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개관한 서울 중랑구 면목사회복지관 ‘열면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고 놀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서울 중랑구 면목사회복지관 ‘열면 놀이터’

공원엔 초등 저학년용 기구뿐
도서관엔 어린이·일반자료실
놀 곳, 공부할 곳 애매 ‘낀세대’

그물놀이·암벽놀이대·노래방…
트윈세대가 원하는 시설 갖춰
즐겁게 놀고 쉬는 만남의 장소

“트윈세대만 놀러 와!”

초등학교 고학년은 청소년이라고 하기엔 어리고, 어린이라고 하기엔 성숙하다. 어린이와 청소년(Teenager) 사이(Between)에 낀 평균 8∼12세의 ‘트윈 세대(tween generation)’.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사회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여 적당한 대우를 못 받고 있다.

공원에 가면 유아나 초등 저학년들을 위한 놀이시설 아니면 어른들을 위한 운동기구들뿐이고, 도서관에도 유아실, 어린이실 다음은 일반 자료실, 종합자료실이다. 놀 공간도 제대로 학습할 공간도 없고, 과도한 사교육과 학습에 시달리는 이들이다. 우리나라 아동의 삶 만족도가 매우 낮고 박탈지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가장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서울 중랑구 면목사회복지관은 트윈세대에 집중했다. 특히 초등학교 4∼6학년에 해당하는 고학년 아동들을 주목했다. 최근 몇 년간 아동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들이 민·관 단체들의 노력으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주로 영·유아나 저학년 초등학생에 맞춰져 있었고, 초등 고학년을 위한 놀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면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9∼12세까지의 학령기 후기 아동들은 자립적인 외부활동이 가능해지고 공간을 선택해 활동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서 “이 시기 아동들은 부모와 함께 놀이활동을 하거나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혼자 또는 친구들과 함께 놀이활동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의 아동들에게 안전하고 즐겁게 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상시적 또래 놀이 공간이 필요한 이유다.

서울 지역 내에서도 중랑구 내에는 아동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부족했다. 중랑구는 실내놀이 카페를 포함한 유료놀이 공간도 7개에 불과했다. 면목동 내에 위치한 놀이카페의 경우, 대부분의 아이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갈 수 있는 곳에 있었다. 또 중랑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한부모 가구 수(649가구) 1위, 기초생활수급자(1만6559명) 3위, 장애인 인구(2만153명) 5위로 사회적 취약계층 아동의 거주비율이 높은 지역이지만 아동을 위한 교육, 양육, 여가문화 시설 등 아동복지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면목사회복지관은 이런 사회적·지역적 상황을 고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힘을 모아 올해 3월 초등학교 4∼6학년 전용 실내놀이터인 ‘열면 놀이터’를 개관했다. 놀이터는 사업이 진행되는 전 과정을 아동들의 주도로 진행했다. 중랑구 내 4∼6학년 10명의 아동기획단은 본인들이 원하는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서부터 놀이터 디자인 완성까지 모두 관여했다.

놀이터 개관 후 홍보 역시 아동들이 도맡았다. 완성된 놀이터에 대해 아동이 직접 홍보지와 영상을 제작해 온·오프라인으로 홍보활동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마을 주민을 만나 아동이 직접 놀이터를 소개하지는 못하였으나 각각의 영상을 SNS에 올려 주변 지인에게 홍보하고, 다니는 학원과 문구점 등에 부착하는 등의 방법으로 놀이터를 알렸다.

코로나19로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중랑구 초등 4∼6학년들의 만남의 장소가 됐다. 쭈뼛거리며 놀이터에 발을 내딛는 아동들이지만 그물놀이대와 암벽놀이대에서 몸을 풀고, 코인노래방과 오락실게임장에서 함께 어울리다 보면 누구나 친구가 된다.

면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지역의 한 학부모가 자녀가 놀이터 활동에 참여하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말씀하실 때 뿌듯했다”며 “아동들이 많이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역에 꼭 필요한 놀이공간이 조성됐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개별 아동과 1대 1로 소통하는 시간이 늘면서 지역 아동들을 조금 더 가까이 관찰하며 이들의 놀이문화와 성장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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