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글로벌 법인세 ‘소비자 전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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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최근 세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이 미국이 제안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제(디지털세)안에 합의했다. 앞으로 최저 법인세율을 15% 이상으로 하고,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다국적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해 20% 이상 세금을 물릴 수 있는 권리를 주기로 한 것이다. 그 적용 대상 기업도 확대됐다. 다국적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하지 말자는 취지이나, 실은 돈을 번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면서 세금을 더 거두려는 게 목적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인터넷의 발달로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공룡 ICT 기업들은, 고정 사업장(세무신고 법인)을 설치하지 않고 국경 간 인터넷 서비스 제공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매출과 이익을 기록한다. 하지만 법인세가 낮은 조세피난처(tax heaven)에 설치한 본사로 이익을 돌려 세금 부담을 줄여 왔다. 지난해 국내에서 5조 원의 매출을 올린 구글코리아의 경우 한국에 낸 세금은 고작 97억 원이었다.

현재의 국제 조세원칙은 1928년 국제연맹 회원국 간에 적용된 이중과세방지협약에서 시작됐다. 신자유주의 기조 아래 OECD는 중복 세금을 내지 않도록 국제 규범을 만들었고, 법인세 인하와 해외투자 장려 활동을 적극 펴왔다. 하지만 이익이 막대해도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 다국적기업에 대한 불만이 국제적 이슈가 되자 2012년 OECD는 조세 회피 방지 방안을 모색에 나섰다.

2018년 EU는 조세회피 기업에 대한 과세 방안을 마련키로 했지만, 아일랜드와 헝가리 등 낮은 법인세를 적용하는 회원국의 반발로 논의가 쉽지 않았다. 이듬해 7월 프랑스가 글로벌 ICT 기업에 디지털 서비스세를 부과하는 법을 제정하면서 조세 회피에 대한 실제 규제 조치가 발동됐다.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계 공룡 ICT 기업이 과세 대상이 되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프랑스의 디지털세를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간주하고 무역법 제301조 발동으로 보복 협박하면서 미·EU 간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지난해 EU는 7500억 유로에 이르는 경제회복기금을 만들기로 하고, 그 재원은 탄소국경세와 디지털세를 통해 조달키로 했다. 미국 역시 새로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디지털세에 관한 입장을 바꿨다. 지난 3월 31일 인프라 투자계획과 법인세율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21% 도입을 제안했다. 지난 6월 G7 정상회의에서 EU는 미국의 제안을 수용했고, 디지털세는 미·EU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합작품이 됐다. 2023년으로 예정된 디지털세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139개국 중 아일랜드와 아르헨티나 등 반대하는 9개국을 설득해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최소 법인세율이 20% 이상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법인세율이 15% 이상이므로 최저 법인세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이라지만 삼성과 SK 등 국내 대기업에는 부담이 될 것이다. 다만,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에는 세금을 더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해득실을 잘 따져 OECD 합의안에 반영시켜야 한다. 특히, 최저 법인세율 적용 효과를 상쇄하는 조치를 방지하고, 세금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