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1.9.22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1년 07월 16일(金)
무섭다, 재밌다, 놀랍다… 답답함 날릴 오싹한 이야기들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 스릴러 전문가 10인이 고른 10권의 책

“저, 여름이라서요….” 여기까지 운을 띄웠더니, 수화기 너머 웃음이 터진다. 뭘 원하는지 알겠다는 신호다. 척하면 척. 추리·스릴러 소설 리스트를 줄줄이 읊어준다. 이들은 추리 소설 읽기가 취미이자 일이다. 스릴러 마니아이자 전문가다. 이 분야 스페셜리스트 10인이 각각 한 권씩 골랐다. 추리·스릴러 소설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엘릭시르·황금가지·북스피어에서 자사의 책 중, 가장 ‘시원한’ 세 권을 추천했다. 사심은 줄이고, 오로지 진심으로. 계간 미스터리 한이 편집장, 영화 ‘헨젤과 그레텔’(호러) ‘남극일기’(미스터리) 등을 연출한 임필성 감독과, 스릴러물 많이 읽고, 또 보는 걸로 유명한 김봉석 문화평론가, 변호사인데 추리소설까지 잘 쓰는 도진기 작가도 남다른 리스트를 공유해줬다. 장르소설 팬들에겐 이미 익숙한 이름, 박현주·박산호·김은모 추리·스릴러 전문 번역가들이 꼽은 작품들은 어떤가. 긴말 필요 없다. 그저 펼쳐라. 본격적인 무더위에 지긋지긋한 코로나까지. 떠나고 싶은 곳도,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 그러니까 이 여름, 읽자. 10권이면 충분하다. 그러면 곧 가을 오고, 코로나도 떠날 테지. 박동미·나윤석 기자


극지방서 실종된 함선, 정체불명의 괴물이…
테러호의 악몽 1·2│댄 시먼스│오픈하우스


마침 곁에 두고 읽고 있는 책을 추천한다. 한참 전에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또 꺼냈다. 19세기 북서항로 개척을 위해 북극으로 떠난 두 함선의 실종 사건을 다룬다. 내가 연출한 영화 ‘남극일기’처럼 추운 극지방이 배경이라 추천하는 건 아니다(웃음). 현실과 동떨어진 ‘세팅’으로 우선 흥미를 끌지만, 그 안에서 인간군상이 벌이는 아수라장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품고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얼음뿐인 상황은 푹푹 찌는 무더위에 ‘추운 나라’로 멀리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선원들을 시체로 만들어버리는 정체불명의 괴물은 오싹한 호러의 분위기를 입힌다. 1·2권을 합쳐 900쪽이 넘는 대작이라 다 읽고 나면 며칠이 금세 지나가 있을 것이다. (임필성 영화감독)


살인사건 용의자 된 고교생… 영화같은 흡인력
과외활동│이시우│황금가지


등굣길에 우연히 살해당한 여학생의 시신을 마주한 고등학생. 뒤따라온 같은 반 여학생에게 신고를 부탁하고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구제불능 문제아에 전교 꼴찌 수식어까지 따라붙었기에, 이런 사건에 엮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웬걸? 어느새 학교에는 살인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는 소문이 퍼져있다. 억울한 마음에 사건 현장의 CCTV를 확보하려고 수소문하다가, 이 사건의 진범이자 권력을 이용해 살인을 즐기는 의문의 조직에 쫓기는 몸이 된다. 300쪽이 채 안 되는 소설은 한 편의 영화처럼 쭉쭉 이야기를 밀어낸다. 범죄집단에 쫓기며 정신없이 도시를 활보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마치 영화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을 연상케 하기 충분하고, 평소 스티븐 킹의 팬임을 자처하는 저자의 필력이 남다른 흡인력을 자랑한다. (김준혁 황금가지 주간)


살인 추적하는 프로파일러 神父… 실화 바탕 생생
영혼의 심판 1·2│도나토 카리시│검은숲


자기 말만 끝없이, 몽롱하게 늘어놓는 소설들이 있다. 반대로 ‘독자가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친절을 베푸는 작품들이 있다. 평가는 전자가 높은 경향이 있고, 후자는 은근히 무시당한다. 세상사가 그런 건지 모르지만, 그래도 난 ‘친절’ 쪽이 조금 더 좋다. 이탈리아 범죄학자이자 소설가인 도나토 카리시는 전적으로 후자의 길을 택한 작가다. 여러 작품 리스트 중에서도 가장 친절한(=재밌는) 작품이 ‘영혼의 심판’이다. 죄지은 자들이 남긴 방대한 범죄자료를 보유한 바티칸 ‘악의 도서관’을 무대로 프로파일러인 신부(神父)가 미제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실화’에 바탕한 이 스릴러는 현실을 잊게 할 만큼 흡입력이 강하다. (도진기 변호사·소설가)


고전적 구성 충실… 지적인 재미에 성찰·감동 더해
스완│오승호(고 가쓰히로)│블루홀식스


재일교포 3세인 오승호(고 가쓰히로) 작가의 책이다. 조용한 베드타운의 대형 쇼핑몰에서 벌어진 무차별 총격 테러 사건이라는 충격적인 도입부에서 시작해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전개로 이어진다. 추리소설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으로, 각자 다른 사건의 조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짜 맞춰 진실에 도달해야 하는 고전적인 구성 속에 참극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을 향한 날카로운 사회 비판, 청소년기의 복잡한 심리, 비극 속에서 발견되는 인간의 연약함과 그를 극복하는 숭고함까지 다 갖췄다. 추리소설 본연의 지적인 재미와 더불어 성찰과 감동이 함께 따라오는 소설이다. (박현주 번역가)


오지랖 넓은 동네 탐정, 女혐오 범죄와 싸우다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미야베 미유키│북스피어


최고의 작가다. (우리 출판사 책이라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다. 그가 만든 동네탐정 스기무라를 보라. 빈둥빈둥 앉아 있다가 다짜고짜 (미녀) 의뢰인을 맞이하는 종래 남성 탐정들과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요약하면 그는 ⑴ 탐정으로서 뛰어나지 않다 ⑵ 힌트를 자주 놓친다 ⑶ 맡게 된 사건은 꼬여버린 인간관계로부터 태어난 악의가 대부분이다. ⑷ 공감력은 높아 여성들에게 사랑받는다, 로 정리할 수 있다. 능력은 없는데 부지런하고 오지랖은 태평양인 그가 맞닥뜨린 상대는 ‘여성을 경멸하는 불쾌한 남자들’이다. 작가는 더러운 가해자들과 대결하는 스기무라를 통해 여성혐오 문화를 비춘다. “술만 마시지 않으면, 도박만 하지 않으면, 바람만 피우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라는 건 그걸 하니까 안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요.”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거듭되는 반전에 흥미진진… 결정적 한방까지
영원의 밤│이소민│엘릭시르


더위를 날려버릴 으스스한 이야기라고 하면, 역시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만 한 게 없다. 예술고등학교 발레 교사인 동생이 어느 날 의문의 사고를 당한다. ‘지젤’이 날 죽일 것이라며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하는 동생.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주인공은 기자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학교에 잠입해 학생들을 취재한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각 장을 A에서 Z로 나눈 형식부터 흥미로웠다. 이 순서대로 학생들의 진술이 이어지고, 조금씩 진실의 문이 열린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등장 인물이 계속 추가되지만, 소설이 집중력 있게 결말을 향해 가는 건 놀라울 정도. 이게 데뷔작이라니, 첫 소설이라니! 거듭되는 반전, 명료한 주제의식, 재미, 공감, 충격, 결정적 한 방! 근래 읽은 (아, 내가 만든 책 중에서…) 추리소설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 (임지호 엘릭시르 편집장 )


냉랭한 시선으로 본 부조리… 인간성은 무엇인가
얼굴 없는 살인자 │헨닝 망켈│피니스아프리카에


불쾌지수가 치솟는 요즘 ‘북유럽 미스터리’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외딴 농가의 ‘노부부 살인 사건’ 같은 클리셰에 ‘이민자 테러’라는 사회 범죄를 결합했다. 흔히 ‘북유럽’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잘 갖춰진 복지제도 아래 평화롭게 살아가는 일상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소설을 보면 그곳에도 똑같은 인간이 살고 있다는 것을, 인간이 사는 곳엔 어디나 끔찍한 폭력과 부조리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마냥 즐거운 휴가를 보내기는 어려운 상황 아닌가. 또 코로나19 이후의 일상에 대한 성찰도 필요한 시점 아닌가. 작가의 차갑고 냉랭한 시선을 따라가며 ‘인간성’이 무엇인지 되짚어보면 좋을 듯하다. ‘범죄소설 거장’ 망켈이 ‘발란데르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유머·슬픔 적당히 버무려… 결말은 카타르시스
이별의 수법│와카타케 나나미│내친구의서재


추리소설은 ‘범죄’ 없이는 얘기가 안 된다. 그래서 대부분 분위기가 어둡고 우울하다. 아무리 서사가 재밌어도 ‘휴가 와서 이런 소설을 봐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별의 수법’은 다르다. 일본 ‘코지 미스터리(가볍고 편안한 추리물)’의 여왕이 쓴 소설답게 너무 잔인하지도, 끔찍하지도 않다. 왕년의 스타 배우로부터 가출한 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40대 여성 탐정의 이야기엔 ‘유머’와 ‘슬픔’이 적당한 온도로 버무려져 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이라는 별명처럼 응급실에 실려 가고 심정지까지 겪는 주인공의 ‘개고생 스토리’는 배꼽을 잡게 하지만, ‘2011년 3월 대지진’을 서사의 기점으로 잡은 장치는 한 시대와 작별하는 먹먹함을 전한다. 사건이 깔끔히 해결되는 결말은 ‘산뜻한’ 카타르시스가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 (박산호 번역가)


인간은 사랑을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는가
여름의 시간│한새마 외 6인│나비클럽


사랑을 주제로 한 미스터리 앤솔러지를 추천한다. 사랑이란 주제와 미스터리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인간을 추동하는 힘 중에서 사랑만큼 강력한 것이 있을까. 책은 ‘사랑을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는 일곱 편의 단편을 싣고 있는데, 한새마, 김재희, 류성희 등 최근 한국 미스터리 장르에서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 (한이 계간 미스터리 편집장)


오래 사는 것이 행복?… 초고령 사회 그늘 세밀히
로스트 케어│하마나카 아키│현대문학


장수하는 것이 복이라고는 하지만, 돈이 없고 병약한 데도 오래 사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 ‘로스트 케어’는 인구 절벽 시대에 접어든 초고령화 사회의 어둠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흔히 말하는 ‘사회파 미스터리’지만 어둡고 어려운 소설일 거라 지레 겁먹지 마시라. 수수께끼 풀이를 중시하는 본격 미스터리의 묘미도 잘 살려 쏠쏠한 재미를 보장한다. 다만 소설 내용이 우리가 감당해야 할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 (김은모 번역가)


- 문화부 SNS 플랫폼 관련 링크



e-mail 박동미 기자 / 문화부  박동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약혼남과 여행 떠났다 실종된 20대 여성, 시신으로 발견
▶ 텃밭 민심 요동?…“호남 지지율, 이낙연 38.5% 이재명 30..
▶ 화천대유 ‘거액의 수상한 자금’ 역추적 진행 중
▶ 중국인 1명, 5년간 건강보험 30억원 타갔다
▶ 토니안 “어릴 때 부모님 이혼… 새어머니 여러 명”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중국인 1명, 5년간 건강보험 30억원..
이준석 “이재명 갑자기 왜 1원도 안받..
“세계적이라던 문준용, 왜 국민 혈세..
“숨진 목사 손가락 자른 뒤 반지 훔쳐..
SUV 중앙선 넘어 승용차·버스 ‘꽝꽝’..
topnew_title
topnews_photo 미국의 20대 여성이 약혼자와 함께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떠났다가 시신으로 발견돼 사건의 전말을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같이 여행..
mark텃밭 민심 요동?…“호남 지지율, 이낙연 38.5% 이재명 30.8%”
mark같은 학교 여친과 성행위한 중학생 성폭력범 될 뻔
‘D.P.’ 촬영지 부산 광안동 지하 벙커를 아십니까?
文, 마지막 유엔무대서 종전선언 승부수…北미사일..
‘LA 폭동’ 촉발 로드니 킹 사건 촬영 美시민 코로나..
line
special news 토니안 “어릴 때 부모님 이혼… 새어머니 여러 명..
가수 토니안이 가정사를 고백했다.20일 방송된 SBS 플러스·채널S ‘연애도사 2’에 토니안이 출연했다.이날..

line
빌라 매매가도 뛴다…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
오늘 1천700명 안팎…연일 ‘요일 최다’ 기록속 전국..
화천대유 ‘거액의 수상한 자금’ 역추적 진행 중
photo_news
배우 서이숙, ‘심장마비 사망’ 또 가짜뉴스
photo_news
‘예능감 짱’… 윤석열·이재명·이낙연, 예능 재미..
line

illust
코로나 방호복 입은 ‘의사 안철수’, 추석 연휴 검체채취 봉사

illust
“굉장한 놀이기구였다”…스페이스X 우주 관광객 무사 귀환
topnew_title
number 중국인 1명, 5년간 건강보험 30억원 타갔다
이준석 “이재명 갑자기 왜 1원도 안받았다고..
“세계적이라던 문준용, 왜 국민 혈세로만 지..
“숨진 목사 손가락 자른 뒤 반지 훔쳐가”…잔..
hot_photo
보호종 펭귄 64마리 떼죽음… 벌..
hot_photo
MLB 진기명기…외야 뜬공 맨손..
hot_photo
청산가리보다 10배 강한 독성 지..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1년 1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