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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1년 07월 16일(金)
죄악 치부하지만 말고… 자살, 제대로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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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하여 | 사이먼 크리츨리 지음, 변진경 옮김 | 돌베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검색창에 ‘자살’이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이 달린 생명 사랑 캠페인 화면이 뜬다. 자살 예방 상담을 하는 각종 기관의 전화번호, 문답식으로 정리한 자살 예방 콘텐츠들이 배치돼 있다. 구글 검색창에 자살을 뜻하는 영단어 ‘suicide’를 쳐도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등 자살 예방 관련 사이트 링크가 상단에 나온다. 언론의 기사에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이 ‘자살’이라는 말을 대체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자살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이먼 크리츨리 미국 뉴욕 뉴스쿨 철학과 교수의 ‘자살에 대하여(원제 Notes on suicide)’는 이처럼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되고, 때론 당혹스럽고 분노를 유발하고 불쾌한 것으로 치부되는 자살을 ‘제대로’ 볼 것을 촉구하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광범위하게 퍼진 ‘자살 금지’라는 도덕적·법적 틀은 자살을 죄악으로 보는 생각에 뿌리를 둔다. 삶은 신이 준 선물로, 인간에게 이를 사용할 권한은 허락되지만 그 삶을 통치하거나 지배할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중세 기독교 신학과 형이상학의 논리가 대표적이다. 신이 아니더라도 군주나 국가, 공동체 등을 중심에 둔 관점에서 ‘자살 금지’ 기제는 현재까지도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자살을 죄악이나 나쁜 것으로 단순화하는 논리는 우리가 자살에 대해, 또 자살했거나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방해한다. 저자가 “우리에게는 자살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할 언어가 없다”고 밝힌 이유다.

저자는 자살자들의 유서와 여러 자살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자살이라는 주제 아래 함께 묶이는 현상을 서술할 더 섬세하고 다양하며 폭넓은 개념”을 찾아낸다. 조울증적인 자살과 복수의 성격을 띤 자기소멸, 질병 또는 파국적 변화로 인해 계획된 자살, 약물과 알코올의 결합으로 증가하는 의도치 않은 죽음 등을 하나로 뭉뚱그려선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런 성찰을 통해 자살을 찬성하거나 반대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자살할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자신의 목숨을 끊음으로써 구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살을 탈출구로 여기는 것은 ‘지나친 낙관주의’라는 얘기다.

저자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 많은 사람이 새롭게 일하러 가는 월요일에 유독 자살이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걱정한다. 모두가 비참할 때가 오히려 우울증을 대하기가 나을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다. ‘위기의 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자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토론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180쪽, 1만3500원.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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