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경총, 3년만에 최저임금 ‘이의제기’… 역대 재심의 사례는 없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분야별 대표들이 지난 8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내년 최저임금 9160원… 노동·경영계 모두 반발
소상공인 “고용 축소 내몰려”… 구직자 60% “동결 또는 내려야”

노동계 “1만원 안돼 생존위기”
강도 높은 총파업 예고하기도
한노총 위원 표결 참가했지만
민노총 위원은 전원 집단퇴장

경영계, 지역·업종·직군별로
차등적용 요구해왔지만 무산

최저임금위서 노사 대립 팽팽
나머지 공익위원 표결 절대적
勞使 모두 제도 개선엔 공감대

19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8720원)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고시됐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무산됐지만 인상 폭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반발하고 있다. 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지불 능력이 한계에 달했고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정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이 이뤄지지 않아 취약계층이 생존 위기에 놓였다면서 강도 높은 총파업을 예고했다. 최저임금이 해마다 사회적 갈등을 되풀이하자 노사 양측에서는 결정 방식과 심의 주체 변경 등 전면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 최저임금 9160원 어떻게 산출했나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가 비교적 높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 전망을 일부 반영한 결과다. 시급 기준으로 440원(5.1%) 올랐으며 월 209시간, 주 40시간 근무했을 때 월 환산액이 191만4440원으로 올해보다 9만1960원 오른다. 440원을 적정한 인상 폭으로 산출한 근거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3개 기관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등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들 기관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평균을 각각 4.0%, 1.8%로 계산했다. 이 두 지표를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 0.7%포인트를 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4차 대유행이 불러올 경제적 후유증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 경총 이의제기했다는데 절차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5일 최근 의결된 2022년 적용 최저임금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서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이의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경총이 최저임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경총은 최저임금 시급 인상률 5.1%의 산출 근거가 부족하다는 등 크게 4가지 근거를 들어 이의를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이의제기 절차는 최저임금법 제9조 2항에 따른다. 이 조항에 따르면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나 사용자를 대표하는 자는 최저임금이 최초 고시된 날부터 10일 이내에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고용부 장관은 이의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장관이 이의를 무시한다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3. 돌이킬 수 있나, 과거 번복 사례는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올해(적용연도 기준)까지 노사단체들이 27차례 이의를 제기했지만 재심의는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부 장관은 노사단체의 이의제기 내용을 검토한 후 ‘이의를 제기할 만한 사안’으로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최저임금을 다시 다루는 재심의 요건은 엄격하다. 재심의가 열린다 해도 재적위원 과반수가 출석해 그중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최저임금위 위원 수가 27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최소 14명이 출석해 10명 이상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최저임금위에는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이 참여해 의결하는 만큼 노사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이미 해당 사안이 심의 과정에서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한계점도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투쟁문화제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4. 미지급할 경우 처벌은

최저임금은 근로자를 1명 이상 고용한 모든 사업장에 무조건 적용되고, 위반 시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최저임금법 제6조 1항 위반)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며, 사안이 중대한 경우 이 두 가지 처벌을 동시에 받을 수도 있다. 또 사용자가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수준을 저하시키는 경우(최저임금법 제6조 2항 위반)에도 똑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았을 경우 근로자는 관할 지방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하거나 고용부 홈페이지 전자민원마당에서 진정서를 제출하면 된다. 조사 후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은 금액의 지급 결정이 떨어지게 되는데, 그 이후에도 지급하지 않는다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주의할 점은 소멸시효다. 임금의 소멸시효는 3년으로, 3년 안에 청구해야 한다.


5. 알바 줄고, 폐업 속출할까

자영업자들은 물론 청년 아르바이트 근로자·구직자들 역시 폐업 증가와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 등 후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자영업자 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그나마 유지하던 고용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며 “이번 인상은 비용 상승, 일자리 감소, 폐업 증가 등 경기 악순환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 단체가 소상공인 10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도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37.4%가 최저임금에 부담을 느껴 1인이나 가족경영 형태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최저임금이 5% 오를 때 일자리가 최대 10만 개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근로자나 구직자들 역시 매장 근무 시간이 줄고 폐업까지 가는 최악의 수순을 밟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서 구직자 10명 중 6명은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내려야 한다고 답했다.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최저임금 인상이 되레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다수 저소득층 근로자 역시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6. 최저임금위에서 정부 영향력은

최저임금위에서 정부의 영향력은 사실상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매년 되풀이되는 갈등에서 각각 전체 최저임금위원 중 3분의 1씩을 차지하는 사용자 측 위원과 근로자 측 위원은 첨예하게 대립해 팽팽하게 동률을 유지할 수밖에 없고, 나머지 3분의 1인 공익위원의 표결이 결국 절대적인 선택권을 지니게 된다. 공익위원은 정부에서 추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정 시한이 정해진 최저임금의 실질적인 결정권을 결국 정부가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을 중재하는 의미에서 들어간 공익위원이지만, 현재와 같이 뚜렷한 입장 차이로 인해 매년 파행을 거듭하는 구조에서는 정부 입장에 따라 사용자 측에 기울거나 근로자 측에 기울어진 표결을 강력하게 유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실제 결정을 정부가 독점 추천한 공익위원이 주도했는데도 형식상으로는 근로자와 노동자 양측의 추천위원들이 함께 논의하는 구조라 이를 핑계로 책임도 회피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공익위원 추천 권한을 노사나 국회에 나누자는 의견도 제시된다.


7.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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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는 지역별 또는 업종별·직군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이번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해외에는 지역별 차등을 두고 있는 국가가 많다. 지역별로 물가 수준이 다른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일본만 해도 지역별로 생계비, 물가 등에 차이가 큰 점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미국도 연방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주별로 이를 최저한도로 해 금액을 달리 결정할 수 있게 한다. 경영계는 업종별·직군별로 사업자의 지불 능력과 생산성 등이 다르므로 이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경영계는 “이를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에는 최저임금 인상발 대규모 해고 사태를 초래할 수 있어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8. 노동계, 5.1% 인상 관련 생각은

최저임금위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한국노총의 경우 근로자위원 5명이 끝까지 남아서 표결에 참여한 반면, 민주노총의 경우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9030∼9300원)에 반발하면서 근로자위원 4명이 회의 도중 전원 집단 퇴장했다. 인상 구간의 상한이 1만 원에 못 미친 데 따른 반발이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로 증폭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불가피했다”며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구간은) 도저히 받아들이고 논의할 수 없는 수치”라며 하반기 총파업 투쟁을 경고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이후 성명을 통해 “공익위원 선출 방식의 변경이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또 “사문화된 업종별 차등적용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며 “장애인, 수습 노동자 등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차별과 배제의 조항도 삭제가 필요하다”면서 최저임금법 개정을 촉구했다.


9. 미국과 유럽의 최저임금 결정

미국은 연방 최저임금을 연방의회가 정하면 주정부가 동일하게 유지하거나 높은 수준으로 법에 명시한다. 의회가 정하기 때문에 야당이 반대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저임금 2배 인상 공약(7.25달러→15달러)에 따라 민주당이 지난 1월 연방 최저임금을 2025년까지 5단계에 걸쳐 15달러 이상 인상하는 법안을 제출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EU 내 최저임금제 도입 방침을 발표했다. EU는 본래 단일 최저임금이 각국 노동시장의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보고 회원국이 나라별 사정에 맞게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입장이 변했다. 최저임금 설정이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임금 불평등과 양극화를 줄이고 내수 진작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중위 임금의 60%를 최저임금 하한선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일부 회원국의 반발로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10. 美·日·EU 등 최저임금 얼마

일본은 오는 10월부터 적용되는 전국 최저임금을 930엔(약 9695원)으로 올렸다. 일본 후생노동성 중앙최저임금심의회는 지난 14일 전국 평균 최저임금 기준을 현재 시간당 902엔에서 930엔으로 28엔(3.1%) 올리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인 5.1%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일본상공회의소 등 경영계는 역대 최대 폭의 인상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본 외 주요국들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양극화 극복과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연방정부 계약직 노동자 최저임금이 시간당 10.95달러(1만2550원)에서 15달러(1만7193원)로 37%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 명령에 서명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경기가 회복되며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인력난이 심화하자 실질 최저임금이 40달러(4만5000원)까지 급등한 상태다.

독일은 지난해 9.35유로(1만2660원)였던 최저임금을 내년 7월까지 10.45유로(1만4307원)로 단계적 인상하기로 했다. EU를 탈퇴한 영국은 지난 4월 만 23세 이상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시간당 8.72파운드(1만3700원)에서 8.91파운드(1만4000원)로 2.2% 인상했다. 호주의 법정 최저임금은 올해 7월부터 기존 19.84호주달러(1만6700원)에서 시간당 20.33호주달러(1만7200원)로 인상됐다.

권도경·이정민·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