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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평 게재 일자 : 2021년 07월 20일(火)
7·27 정전협정의 진실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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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유엔군 참전의 날’ 된 서명일 당시 南은 통일 없는 停戰 반대 이승만 韓美동맹 담보로 동의

韓·美·中共 정상 서명 없는데도 北 ‘김일성 서명’ 내세워 왜곡 조인장 앞 비석은 체제 선전장


오는 27일은 정전협정이 발효돼 6·25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68주년이 되는 날이다. 2013년 7월 27일은 ‘유엔군 참전의 날’이라는 대한민국 법정기념일이 됐다. 2020년 9월 이후부터는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그러나 7·27은 유엔군이 처음 참전한 날은 아니고, 1953년 유엔군 최고사령관이 정전협정에 서명한 날이다.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7·27을 기념할 수 없었다. 당시 서울에서는 ‘통일 없는 정전(停戰) 반대’를 외치는 시위들이 이어졌고, 변영태 외무장관은 “정전협정은 자유세계가 공산세계에 써 바친 항참서(降參書)”라고 했을 정도로 7·27은 수치스러운 날이었다. 이북에 가족을 두고 남쪽에서 약장사를 하던 한 월남민은 정전협정 체결 소식을 듣고 수면제를 먹고 자살했다. 당시에 7·27은 전쟁이 정지된 기쁜 날이기보다 통일이 멀어진 슬픈 날이었다. 6·25처럼 기습적으로 전쟁이 재개될 수 있는 위험을 남겨 놓은 불길한 날이기도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송환불원 포로 2만7000여 명을 전격 석방하는 등의 강수를 통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끌어낸 뒤에야 정전협정에 동의했다. 7·27 직후인 8월 8일 경무대에서는 1888년 연무공원, 1945년 광복군-미국 OSS(전략첩보국·CIA의 전신) 합동훈련 등의 맥을 잇는 한·미 군사동맹이 가조인됐다.

대한민국 국민이 7·27을 잘 기억하지 않는 동안, 정전협정에 김일성의 서명은 있고 이승만의 서명은 없다는 이유로 한국(군)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평양식 선전이 확산됐다. 그러나 정전협정은 원래 국가원수가 서명하는 것이 아니다. 군 최고사령관이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나 마오쩌둥(毛澤東)의 서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승만 대통령의 서명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김일성은 정전협정문에 씌어 있는 직함이 보여주듯이 수상으로서가 아니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서명한 것이다. 마크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은 작전권을 이양했던 한국군, 그리고 유엔 참전국 군대 전체를 대표해 서명했다. 중국공산당이 파병한 인민지원군을 대표해서는 훗날 문화혁명 때 숙청된 펑더화이(彭德懷)가 서명했다.

평양에서는 1953년부터 7월 27일을 성대히 기념했다. 흰색 군복을 입고 평양시민들 앞에 선 김일성은 ‘조선에서 정전의 달성은 외래제국주의 련합세력을 타승하고, 미제국주의, 리승만매국도당을 반대하여… 우리나라와 우리 인민이 쟁취한 위대한 력사적 승리’라고 선포했다. 6·25∼7·27 약 한 달의 ‘반미 공동투쟁 월간’ 동안 학교·교과서·대중매체 및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으로 대표되는 기념시설 등은 이러한 집단기억의 확대 재생산을 위해 총동원되고, 7·27 기념식으로 성료되고 있다.

평양의 7·27 승전신화는 김일성이 조선을 해방했다는 신화와 함께 3대 세습 수령체제를 지탱해오고 있는 이념적인 자원이다. ‘이승만도당과 미국’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개전(開戰) 책임을 뒤집어씌우던 6·25 북침신화가 점차 힘을 잃자 ‘미제의 침략과 박헌영 등의 미제 간첩행위’에도 불구하고 공화국 수호에 승리했다는 식의 7·27 승전신화의 확산에 보다 주력해 왔다. ‘우리의 7·27’ ‘7·27 행진곡’ 같은 선전가요는 물론 7·27 담배까지 만들어졌다.

7·27 승전신화의 압권은 1953년 7월 27일 양측 최고사령관들의 서명에 앞서 실무대표들이 서명했던 판문점 조인장 건물 앞 비석에 새겨져 있는 글이다. ‘1950년 6월 25일 조선에서 침략 전쟁을 도발한 미 제국주의자들은 영웅적 조선 인민 앞에 무릎을 꿇고 이곳에서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조인하였다.’ 현재 북측을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는 정전협정 조인장은 전 세계를 향한 선전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우익의 교과서 왜곡과 중국공산당의 역사 왜곡이 전 세계 민주시민의 반발을 초래했듯이 민족공산주의에 입각한 7·27 승전신화는 보편적 진실에 입각한 7·27 기억과 공존할 수 없다. 최후 승리를 외치는 몽롱한 7·27 승전신화를 명료한 7·27 진실로 밀어내고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것. 민주화된 대한민국 국민이 6·25와 함께 7·27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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