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文정권 ‘임대차 재앙’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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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며칠 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을 경험했다.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의 2년 실거주 요건을 도입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가와 재건축 아파트 가격 앙등을 초래한다고 비난받던 정책이었다. 이유야 무엇이든 과감히 철회해 또 다른 비난을 받고 있지만, 시장 정상화로 가는 길목의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조만간 그 올바른 선택의 결과로 해당 전세시장의 매물 증가라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지금 엉망이 된 주택시장은 현 정부와 여당의 단선적이고 이념적인 시각에서 무리하게 이뤄진 실험적 정책 때문이라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임대차 3법을 생각하면 항상 떠오른 장면이,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뒤 여당 주요 당직자가 승리의 환호성을 올리던 장면이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입을 모아 비판했던 법안을 통과시켜 놓고 어떻게 저런 승리감에 도취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가슴이 아팠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니 역시 참담한 실패다.

그나마 수도권을 제외하면 안정적이던 전세는 지난해 7월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의 시행과 함께 전국적인 급등세로 전환됐다. 부동산114 지수로 서울시의 상승률은 시행 전 1년간 10%에서 시행 후 1년간 21%로, 경기도는 9%에서 무려 27%로, 지방 광역시도 5%에서 16%로 급변했다. 장기간 안정적이던 월세도 그 기간 경기도와 서울에서 10% 가까이 올랐다. 더 큰 문제는 거래량이다. 전월세 시장의 거래량은 전국적으로 3분의 2토막 나고, 매매 거래량은 반토막이 났다. 거래량 감소는 가격의 하락세를 동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의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이주가 필요한 가구의 선호 지역에 매물이 줄어들어 전월세가 급등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도 도입 초기의 과도기를 지나면 안정될 것이라지만, 이런 동맥경화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임대차 2법의 문제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중가격이다. 한 예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같은 동(棟)의 계약금액이 갱신 건은 4억 원인데 신규 계약 건은 9억 원이라는 보도가 과장은 아니다. 이런 이중가격의 문제점은, 그 여파가 2년 뒤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지금 갱신권을 이용해 눌러앉은 임차인은 2년 뒤 전세 시세가 10억 원이 된다고 가정하면 현 전세금의 1.5배인 6억 원의 추가 전세금을 장만해야 주변 지역에서 유사한 아파트 전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중가격의 폐해는 임대차 2법을 유지하는 한 지속적인 갈등 요인으로 남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임대료 규제의 장기적인 부작용이 현실화하지는 않고 있는 시점이다. 임대료 규제를 계속 유지하면 민간 임대주택 공급 위축과 질적인 저하로 결국 국민은 더 열악한 주거에 비싼 주거 비용을 지불하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김부겸 총리도 최근 현 정부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방법이 있다면, 정책을 어디서 훔쳐라도 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잘못된 바람이다. 지금은 땜질식 실험적 보완책을 더할 게 아니라, 정책 실패의 근원인 규제를 덜어내는 ‘버림의 미학’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