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향해 던진 김어준·추미애의 칼날, 부메랑 돼 김경수·노회찬에 꽂혔다

-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 전모

김어준 “댓글부대 매크로 조작”
추미애 동조 몇주 뒤 警에 고발
노회찬, 특검 수사중 극단선택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 사건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놓고 ‘친문(親文)이 친문을 위하려다 친문을 파괴한 자책골’이라는 비유가 회자되고 있다. 친여권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 씨가 쏘아 올린 의혹을 당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론화했고 민주당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불거졌다. 급기야 여권이 야권을 겨냥해 제기한 댓글 조작 의혹에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마저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22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7년 12월 김어준 씨가 라디오 방송과 팟캐스트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포털 댓글과 관련, “이거 전부 댓글 부대가 단 댓글”이라며 “댓글을 달 때 위에서 지시를 받아서 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김 씨는 2018년 1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기사 댓글에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매크로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김 씨의 의혹 제기 이후 같은 달 당시 추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댓글 조작단이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악의적인 프로세스도 진행되고 있다”며 “철저히 추적해 단호히 고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이 있고 약 2주 뒤 민주당은 네이버에 이어 경찰에 기사 댓글 조작 의혹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 같은 여권의 기민한 대응은 포털 댓글 사건의 중심에 보수 진영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경찰이 수사해 보니 댓글을 조작한 이들은 ‘드루킹’ 김동원 씨와 민주당 당원들이었다. 여권 지지자였던 김동원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인 2017년 5월 김 전 지사에게 인사 청탁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김동원 씨는 태도를 바꿔 정부를 공격하는 댓글을 달았다. 당시 민주당은 오히려 김 전 지사가 ‘드루킹의 협박 피해자’란 주장을 펼치며 방어에 나섰다.

이처럼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야권은 검·경 수사가 미진하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2018년 6월 문재인 정부 첫 특별검사로 허익범 특검을 임명했다. 수사 중 노 전 의원이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노 전 의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해완·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