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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평 게재 일자 : 2021년 07월 22일(木)
기본소득의 3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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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허경영 공약만 본래 취지 부합
그 외 주장은 ‘국민 용돈’ 변종
안심소득·공정소득·NIT는 복지

기존 복지 전면 폐지가 대전제
양극화 키우고 복지死角 확대
용어 논쟁보다 실효성 따져야


설날이 되면 세뱃돈을 초등학생에게 가장 적게, 대학생에게 가장 많이 주어 차별화한다. 반면,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는 주지 않는다. 금액이 다르지만 이들이 느끼는 만족감, 즉 행복감은 같을 것이라고 보는 조상들의 지혜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소득 격차 해결 방법도 유사하다. 그러나 200여 년 전 토머스 페인이 제기한 보편적 기본소득 개념이 마치 이런 문제의 해법인 양 한국에 등장했다. 기본소득은 경제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개인에게 최저생계비 수준의 소득을 현금으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효율적 행정관리를 위해 현재 복지 혜택을 모두 환수해야 한다는 전제도 돼 있다.

국내에서 기본소득 원칙에 가장 적합한 주장은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다.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평생 1인당 연 1800만 원의 국민배당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의 50%가 넘는다. 하지만 기존 복지제도는 어떻게 할 것이며 막대하게 소요되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 외의 주장은 보편적 기본소득의 변종이다. 현재 복지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액을 주자는 것인데, 소득이라기보다는 용돈 수준이다. 이원재 비영리민간연구소 랩 대표는 1인당 연간 360만 원을 지급하자고 했다. 무려 187조 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현재 사회복지자금 총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단기계획으로 1인당 연간 50만 원을 제안했는데 월 4만 원에 그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해외에서도 기본소득 논쟁과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스위스다. 1인당 소득의 약 30%에 해당하는 매년 약 3600만 원 기본소득 지급안에 대해 70% 이상의 국민이 거부했다. 현재 기본소득이 지급되고 있는 지역은 미국 알래스카다. 월 14만 원 정도를 지급하는데, 국부펀드의 운영 수익에 의한 배당 개념이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음의 소득세(NIT), 안심소득, 공정소득 등은 기존 복지정책의 기본방향과 큰 차이가 없다. 용어만 다를 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나 근로장려세제(EITC)와 유사하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도 중위소득 20∼30% 대상으로 안심소득을 실험한다지만 그 목적은 불명확하다.

기본소득 논쟁에서 고려해야 할 점을 살펴보자. 먼저, 기존 사회복지제도가 너무 복잡해 불필요한 행정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따라서 기존 복지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국민에게 동일 금액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저소득층은 기왕에 받던 지원보다 더 적은 금액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이런 점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둘째, 기존 복지정책도 소득보장 수준이 낮고 사각지대가 많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은 기준 중위소득 30% 이하 가구에 최저생계비 수준의 소득을 보장한다. 2021년에는 1인 가구 기준으로 매년 약 660만 원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이 계층 모두가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이미 폐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부양 의무자 자산관계나 미확인 등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계층이 있다.

셋째,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정부 정책에 의한 소득분배 개선 효과가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한다. 소득 격차 및 양극화 해소 목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소득을 주면 오히려 소득 격차를 악화시킨다.

용어 논쟁 대신에 어떻게 하면 저소득층의 소득보전금액을 늘려서 소득 격차와 양극화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를 논의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호 대상자의 기준을 전면 폐지하고 소득보전 금액이나 대상자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다만, 용돈 수준이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을 주고 싶다면 국민배당금을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 알래스카와 같은 아이디어로 경제성장이 이뤄지거나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소득이 줄어들면 일정 금액을 배당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복지국가의 보편성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상관없이 복지 혜택을 동일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 조상들이 설날에 자식들에게 주는 세뱃돈의 원리가 바로 이런 것이다. 받는 금액은 다르더라도 이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동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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