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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1년 07월 28일(水)
육중한 수장고 문 지나니… 꽁꽁 숨겨있던 반닫이·소반이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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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경기 파주시 탄현면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에서 관람객들이 ‘열린 수장고’에 직접 들어가 유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 같은 ‘개방형·전시형 수장고’는 유물 보관에 치우친 일반 수장고와 달리 보관과 전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 ‘개방형 수장고’ 가보니…

종류별로 다양하고 많은 유물
한꺼번에 비교하며 직접 관람
수집·보관·전시 전과정 이해

현대미술관·경주박물관 등
한국서도 대세로 자리잡아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문화 향유권’ 최대한 보장



파주=오남석 기자

지난 26일 오후 경기 파주시 탄현면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 대형 금고에 있을 법한 육중한 수장고 문을 통해 1층 16수장고로 들어섰다. 반닫이와 소반, 떡살 등 목재로 만들어진 민속유물들이 투명 유리관 안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빛에 약한 목재의 특성 때문에 조도(照度)가 낮게 유지되고 있었다.

이곳은 학예사나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도 드나들 수 있는 ‘열린 수장고’. 보관과 전시 기능을 동시에 갖춘 곳인 만큼 유물 한두 점이 전시돼있는 일반 전시실과 확연히 달랐다. 반닫이만 해도 평안도형, 강원도형, 경상도형 등 지역별 반닫이 25점이 한데 모여 있어 한눈에 비교할 수 있었다. 소반도 지역과 모양이 각양각색인 175점이 있었다. 또 유물과 거리를 두고 정해진 시선에서 관람하는 일반 전시실과 달리 유물을 바로 앞에서 이리저리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일반 전시실이 백화점 명품관이라면 ‘개방형·전시형 수장고’는 창고형 매장”이라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  지난 23일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 민속아카이브에서 한 관람객이 공개된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 김선규 기자

◇대세로 자리 잡는 개방형·전시형 수장고 = 지난 23일 문을 연 민속박물관 파주관처럼, 그동안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져 온 수장고를 일반에도 개방하는 개방형·전시형 수장고가 박물관·미술관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개방형·전시형 수장고를 기본으로 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2018년 12월 개관한 데 이어 2019년 5월에는 국립경주박물관에 만들어진 영남권 수장고가 문을 열었다. 국립공주박물관에 설치되는 충청권 수장고도 올 연말 개관을 목표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발굴 유물이 크게 늘어 주요 박물관 수장고가 대부분 포화 상태에 놓였고, 미술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향후 만들어질 수장고에는 개방형·전시형 수장고가 대부분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구체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박물관도 개방형·전시형 수장고를 갖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방형·전시형 수장고는 유물이나 작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치중하는 기존 수장고와 달리 보관과 전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기존 수장고와 마찬가지로 보안을 중시하되, 관람객의 접근성과 전시의 미적인 요소도 중시한다. 도기나 석재 유물처럼 온도·습도에 덜 민감한 유물은 관람객이 수장고 안까지 들어가 관람할 수 있는 ‘열린 수장고’에, 금속이나 골각 등 이보다는 온도·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유물은 대형 유리창을 통해 관람이 가능한 ‘보이는 수장고’에 보관된다. 종이나 섬유 등 온도·습도 변화, 자외선 등에 약한 유물은 대부분 이전처럼 비공개 수장고에 보관된다.

◇“문화 향유권 충족, 전시물에 대한 이해 높이는 계기”= 개방형·전시형 수장고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국민의 문화 향유권 증진’이 꼽힌다. ‘닫힌 수장고’가 아닌 말 그대로 ‘열린 수장고’다. 이경수 공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27일 통화에서 “유물을 쌓아놓기만 하고 보여주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며 “최대한 공개해서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개방형·전시형 수장고가 단지 유물 및 작품 보여주기 용만은 아니다. 일반 전시실에 비해 다양하고 많은 유물을 대중에게 공개할 뿐 아니라 유물의 수집과 보관, 전시에 이르는 전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전시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개방형·전시형 수장고를 둔 박물관과 미술관이 ‘보이는 보존처리실’ 등을 둬 학예사나 전문가들의 작업 과정을 공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아연 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일반 관람객에게 수장고는 낯선 공간인데, 개방형·전시형 수장고를 통해 완성된 유물만 보는 게 아니라 재료나 보존과학 등 유물이 실제로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전시실에 비해 개방형·전시형 수장고에서는 관람객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관람이 더 요구된다. 이는 관람객에겐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황경선 민속박물관 파주관 학예연구사는 “다양하고 많은 유물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개방형·전시형 수장고가 예술가나 작가 등에게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의 보고가 될 수 있다”며 “마치 큐레이터처럼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더 집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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