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구멍 난 메리야스 입는 엄마… 나중에 예쁜 꽃무늬로 바꿔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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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교육감賞 진연우

사랑하는 엄마께

엄마, 난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요. 엄마는 제게 평생 친구가 돼 달라고 하셨죠. 당연히 엄마가 제일 좋은데 친구 해드려야지요. 엄마는 저를 배 속에 가지셨을 때 혹이 너무 많아서 수술을 앞두셨죠. 그런 수술을 앞두고 있다가 제가 있는 걸 아신 후 결국 수술을 포기하고 저를 선택하셨잖아요. 아빠가 직업도 없고 돈도 없으셨는데, 배 안의 혹에다 아이까지 생겨서 걱정이 많으셨다면서요. 그래도 저를 보면서 그 힘겨움은 기억도 안 난다고 하셨죠. 제가 너무 예뻤다면서요. 이렇게 예쁜 연우 낳아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엄마, 전 엄마의 구멍 난 메리야스를 봤어요. 엄마는 옷 속에 입어 안 보이니 괜찮다고 하셨죠. 제게는 예쁜 앵두 그림이 그려진 메리야스를 사주시고 엄마는 낡고 구멍 난 메리야스를 입으신 거 다 알아요. 엄마도 예쁜 옷 입고 싶으신데, 제게 사주시느라 못 사신 거겠죠.

엄마, 코로나19 때문에 아빠가 회사를 쉬고 계시고 저희는 집도 없어 할머니 댁 마당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지요. 그래도 우리는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엄마 말씀처럼 우리는 모두 건강하고 함께 모여 살고 있잖아요.

엄마, 예쁜 집 생기면 공주 이불과 2층 침대를 사주신다고 하셨죠. 하지만 저는 엄마 품과 엄마 냄새가 제일 좋아요. 컨테이너가 넓고 책도 많아서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요.

엄마, 제 꿈은 의사예요. 의사가 되면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고 돈도 많이 벌어 부자가 될 수 있잖아요. 엄마의 구멍 난 메리야스는 예쁜 연우가 꼭 분홍색 꽃무늬 메리야스로 바꿔드릴게요.

엄마, 우리는 돈이 없어도 행복해요. 억만금을 줘도 안 바꿀 연우와 윤우가 있잖아요. 그러니 아프지 마시고 항상 건강하게 곁에 계셔주세요. 며칠 전 엄마가 손가락을 다쳐 피가 나는 걸 보게 돼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절대 아프시면 안 돼요. 제게 약속해주세요. 제가 받아쓰기도 열심히 하고 수학 문제도 잘 풀게요. 제가 학교 끝나고 나올 때 엄마가 기다리고 계시다 안아주시면 기분이 진짜 좋아요. 고추밭에서 일하신 뒤라 땀 냄새가 나고 신발에 흙도 묻었지만 전 괜찮아요.

하나뿐인 우리 엄마, 연우의 엄마가 돼 주셔서 감사해요. 엄마의 구멍 난 메리야스를 연우가 바꿔주는 그 날까지 우리 행복하게 살아요. 행복이 가득한 우리 집이 너무 좋아요. 엄마는 마늘을 까시고 저는 엄마께 편지를 쓰고, 점점 깜깜해져 가는 밤이네요. 엄마 품에 안겨 자야겠어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 딸 진연우 올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