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석열·최재형 ‘제로섬 대결’ 넘을 수 있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도운 논설위원

尹 입당 임박에 野 세 대결 전운
시너지보다 지지율 다툼 조짐
생전 崔 부친 “싸우면 이겨야지”

崔,‘尹 동지’에 공개회동 제안
둘 다 대통령病 환자는 아닌듯
경쟁과 협력 합의만 해도 윈윈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간의 숙명적 대결이 시작된다. 윤석열의 국민의힘 입당이 임박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버스’는 8월 말 출발한다. 최근 하락했다지만, 윤석열은 여전히 여야 전체 대선 후보 지지율 선두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최재형이 1위로 떠올랐다. 당내에서 지지율 경쟁을 벌이면, ‘윈-윈’보다 ‘제로-섬’ 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은 지난 15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왜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지를 ‘처음으로’ 설명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총장을 했는데, 곧바로 야당에 들어가 정치를 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많은 국민의 말을 듣고, 꼭 하라고 하면 결정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설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져도 계속 원칙을 지키겠다”는 말까지 했다. 마침 그날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윤석열은 입당 명분을 충족하기 위한 마지막 노력을 하는 것 같다. 비판을 받으면서도 추구해온 보수·중도·진보, 충청·영남·호남, 2030·4050·6070,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통합 노력’의 결과를 인재 영입으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 윤석열은 골수 진보 세력의 상징과도 같은 종교 단체 인사와도 만났다. 그러나 진영을 넘는 게 현실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최재형은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도 했으며, 일부 여론조사에서 10% 가까운 지지율도 기록했지만 정치인으로서 공식 인정받는 절차를 마무리한 것은 아니다. 기자회견을 열어 왜 감사원장을 중도에 사퇴했고, 왜 정치를 결심했으며, 어떤 나라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윤석열의 지난달 29일 정치 선언에는 국민의힘 의원 24명이 참석했다. 윤석열의 입당을 촉구하는 성명에는 41명이 참여했다. 국민의힘 의석(102석)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최재형은 의원 줄 세우기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하는데, 공식·비공식적으로 의원 30명 정도가 돕는다고 한다. 이들이 거친 세력 싸움을 벌인다면, 대선을 앞둔 당에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윤석열과 최재형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대통령병(病) 환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윤석열은 “훌륭한 사람들과 경쟁하면 좋고, 그 가운데 한 사람이 후보가 되면 되지, 꼭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최재형도 입당 결정 당시 “최선을 다해 경선을 하고, 만일 패배하면 깨끗이 승복하고, 선거대책위원회에 들어가 후보를 돕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치열한 경쟁은 오히려 야권의 정치적 파이를 키우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각 캠프의 인재 영입 경쟁이 보수 진영의 새 인물을 발굴하고, 정치에 참여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캠프는 상대적으로 경제 분야에서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이 그동안 만났던 성장과 미래산업·복지·노동 등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6·25 영웅 고 최영섭 함장의 아들인 최재형은 상대적으로 외교·안보 쪽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캠프가 구성되지 않았지만, 국내 정치권은 물론 주변국까지 깜짝 놀랄 인물을 안보 분야 책임자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쟁은 협력보다 갈등을 불러오기 쉽다.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 내에서도 끊임없이 양쪽 간의 싸움을 부추기려 할 것이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두 번 만났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에 임명됐을 때 감사원으로 최재형을 예방했고, 최 함장이 별세했을 때 조문을 갔다. 이번에는 최재형이 윤석열에게 회동을 제안했다. 두 사람이 만나 경쟁하되, 협력의 끈을 놓지 않기로 공개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그러면 안철수·홍준표·유승민·원희룡·윤희숙 등 다른 야권 후보들과도 협력할 수 있는 토대가 생긴다.

말년의 최 함장은 정치하려는 아들에게 “빛이 되라” “소신껏 하라”는 말을 남겼는데, 공개되지 않은 말이 하나 더 있다. 그는 아들 등을 두드리며 “싸우면 이겨야지”라고 했다고 한다. 최재형이 아직 그 말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누구와 협력하고,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