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4단계 거리두기’ 유감 3大 이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 前 대한의사협회장

세계 각국 코로나 확진 늘어도
치명률 급감 내세워 방역 완화
한국 초강력 조치 적절성 의문

과학적 근거 전무한 뒤죽박죽
국민은 고생, 文정부는 무책임
코로나 종식 의지조차 의구심

지난 4월 전 세계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80만 명을 웃돌며 최고점을 찍었다. 두 달 뒤 그 수치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7월에 들어서자마자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중심이 돼 세계 대다수의 나라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도 미국과 영국 등은 낮은 사망률(치명률)을 근거로 오히려 방역 지침을 완화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는 델타 변이가 확산됨에 따라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 12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최고 수준인 4단계로 격상했다. 그리고 최근 비수도권의 방역 단계도 3단계로 격상하는 강력한 조치를 했다. 이 조치로 인해 또다시 위기에 빠지게 된 자영업자들이 시위를 불사하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확진자 수를 강조하며 최고 수준으로 올린 방역 단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 정부의 이 방역 강화 조치는 과연 적절한 것이었는가. 아래에 꼽은 것은 정부의 4단계 격상 조치가 마땅치 않은 3가지 이유다.

첫째, 확진자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위험률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였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감염의 실제 위험은 감염 자체가 아니라 사망이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월별 평균 치명률(감염 대비 사망)은 1.94%였다. 그런데 6월의 치명률은 0.34%로 코로나19가 시작된 이래 최저 수치를 기록했고, 7월의 치명률은 25일 기준으로 0.17%로 6월보다도 더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감염 시점과 사망 발생 시점 사이의 시차를 고려하더라도 매우 낮은 수치이고, 치명률이 3%를 웃돈 올해 1월 대비 거의 2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다. 치명률이 20분의 1로 떨어졌다는 것은 감염자가 10배 늘어도 사망자 수는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영국이 방역 지침을 완화한 것 역시 낮은 치명률에 근거한 조치였다. 확진자 수로 볼 때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조치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겠지만, 사망자 수로 볼 때는 과연 5000만 국민을 경제적 위기와 불편으로 몰아넣은 이 조치가 필요했는지 크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과학이 실종된 조치였다. 4단계 조치를 해도 지하철과 버스는 여전히 사람들로 만원이다. 그러나 택시는 2인까지만 탑승이 가능하고 3인은 탈 수 없다. 그룹 운동을 할 때 배경음악의 속도는 분당 120비트 아래를 유지해야 한다. 헬스장 러닝머신 속도는 시속 6㎞를 넘어서는 안 된다. 수영장의 샤워 시설은 이용해도 되지만, 헬스장의 샤워 시설은 이용할 수 없다. 오후 5시 50분까지는 한 테이블에 4명이 앉아 있을 수 있지만 10분이 지나 6시가 되면 2명은 자리를 떠나야 한다. 이 모든 조치의 과학적 근거는 전무하다. 아무런 근거 없이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셋째, 국민만 고생하는 방역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새롭게 출현한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해 각 나라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대응했다. 어떤 대응책이 옳았는지는 결과를 통해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마스크를 쓰고 접촉을 줄이는 것 △감염원을 차단하는 것 △백신을 조기에 확보해 접종하는 것, 이 3가지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이다. 국민은 마스크를 쓰고 서로 접촉을 줄여야 하는 의무를 다했다. 자영업자들은 손해를 감수했고 예비부부들은 결혼을 연기했으며 교회는 예배당 문을 닫았고 기업들도 불이익을 감수했다. 국민은 이렇게 고생하며 주어진 의무를 다했는데 정부는 의무를 다했을까.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초기에, 감염원인 중국발 입국자를 차단하는 조치를 끝내 하지 않음으로써 감염 확산을 방치했다. 그뿐만 아니라, 백신 확보에도 실패해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중국발 입국자를 차단할 필요가 없고 백신 구매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교수가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발탁돼 여전히 근무 중이라는 사실은 현 정부가 감염 차단 실패와 백신 확보 실패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할 뜻이 전혀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 정부가 과연 진정으로 코로나19의 종식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