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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게재 일자 : 2021년 07월 30일(金)
성폭력 일삼는 상사의 이름을 여성끼리 공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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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들러 베이커 ‘위스퍼 네트워크’

어느 날 엄마는 우연히 중학생 딸의 휴대전화에 불쑥 떠오른 문자 메시지를 발견한다. “걸레” “쌍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마치 총알처럼 그 단어들이 그녀의 가슴에 박혔다. 보낸 이가 같은 반 남학생임을 확인하고 비로소 납득했다. 지난 두 달간 딸이 왜 우울해했는지, 왜 걸핏하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방 안에 처박혀 있었는지, 왜 죽고 싶다고 고함을 질렀는지. 당연히 이 일을 문제 삼으려 했지만 같은 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는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원만한 해결을 원하는 남편과 갈등하는 사이에 결국 사건이 벌어진다. 딸이 교실에서 남학생을 때려 코피를 터지게 한 것이다. 학폭 위원회가 소집되자 엄마는 새로운 정황을 알게 된다. 남학생들이 떼를 지어 딸의 치마를 들추거나 운동화를 숨기고,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욕설을 보냈다는 것. 딸은 그만하라고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했지만 소용이 없자 선생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는 것. 하지만 선생님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걔들이 그러는 건 네가 예뻐서야. 남자애들은 원래 그렇거든. 관심을 끌려는 거지”였다는 것이다.

한편 “그만해”라는 말을 들어도 그걸 ‘끈질기게’ 혹은 ‘더 세게’ 나가도 되는 기회로 해석하는 남자들은 엄마가 다니는 직장에도 있었다. 이를테면 세계 최고 수준의 스포츠 브랜드 회사에서 수석 변호사로 일하며 곧 CEO가 될 남자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늘 새로 입사한 부하 직원에게 성적 관계를 요구하고 거부하면 업무상 불이익을 주지만, 피해 여성들에게는 사법제도 밖에서 보복의 두려움 없이 제대로 항의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없었다. 앞서 피해를 본 선배들이 이후 후배들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정도일까.

실제로 로펌에 다니는 동안 인사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남성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던 챈들러 베이커에게 도움을 준 사람도 선배 여성이었다. 자신을 비롯한 대부분의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며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을 깨달은 베이커는 소설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공론화한다. 제목이 된 ‘위스퍼 네트워크’(문학동네)란 여성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로, 자신이 종사하는 산업의 남성 권력자 중 성희롱이나 성추행 혐의가 있는 이들의 명단을 은밀하게 공유하는 것을 일컫는다.

‘위스퍼 네트워크’는 ‘여성 스스로가 강간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여성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지침에 따라 행동하면 ‘모든 남자를 강간범으로 간주한다’고 불평하는 이(필 바커)들에게 마침맞은 소설이지만, 그조차도 읽기 싫다는 분이 있을 테니 내가 한 줄로 요약해 보겠다. 어떤 경우에도 동의 없이 타인의 몸을 만지지 말고, 성적인 말로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마세요.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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