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인생을 ‘띄엄띄엄’ 살고 있진 않나요?

얼마 전 본가에서 겪은 일입니다. 아버지가 TV 화면을 향해 연신 리모컨 버튼을 누르고 계시더군요. 채널을 돌리시는 게 아니라 재미없는 부분을 넘기려는 시도였습니다. 그래서 한 말씀 드렸죠. “아버지, 이건 본방송이에요.”

스마트폰을 활용해 유튜브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는 시청 패턴이 늘면서 적잖은 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는데요. 스킵(skip), 건너뛰기 기능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려는 겁니다.

밀레니엄 세대에는 익숙한 또 다른 표현이 있습니다. ‘스압주의’. ‘스크롤바의 압박이 예상되니 주의하라’의 준말이죠. 온라인 게시물 중 유독 길이가 길거나 혹은 지루할 경우 꼼꼼히 읽지 않고 마우스의 스크롤바를 계속 내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표현입니다. 습득해야 하는 정보가 지나치게 많거나 재미없는 상황을 유독 견디지 못하는 요즘 현대인의 세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행태이기도 하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매번 이 시기가 되면 유독 건너뛰기 기능을 많이 쓰곤 합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때죠. 무슨 의미냐고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세요. 대한민국에 금메달을 안긴 양궁의 예선전과 결승전, 어느 경기를 보셨나요? 예선, 본선 다 건너뛰고 결선만 보진 않으셨나요? 혹은 평소 펜싱에 관심이 없었는데,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 나선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결승 경기만 돌려 보지는 않았나요?

그런 시청 행태를 비판하고자 하는 말은 아닙니다. 저 역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도쿄올림픽’ 페이지에서, 메달이 걸린 경기를 뜻하는 ‘MEDAL’이라고 표기된 경기 위주로 클릭을 하니까요. 어찌 보면 이는 사람의 본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스스로 ‘너무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반성해봅니다. 결과보다 과정에 주목해야 하고, 험난한 과정을 겪는 속에서 깨닫게 되는 것이 더 많다고 배우고 또 가르쳤지만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더 우월한 결과를 가진 이에게 집중되고 또 기억되니까요.

어른들이 “사람을 띄엄띄엄 보지 말라!”고 하시던 말씀이 기억 납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매사를 이렇게 띄엄띄엄 보던 시대가 없었던 것 같은데요. 코로나19 시대, 우리에게 힘을 주는 태극전사들의 피 땀 눈물이 담긴 서사만큼은 ‘정주행’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