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도쿄로 왔지요”… 부부 선수들의 ‘허니 올림픽’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테니스 부부’ 엘리나 스비톨리나(왼쪽)와 가엘 몽피스. 가엘 몽피스 SNS

■ 佛 테니스 몽피스·스비톨리나
올림픽 개막 일주일前 결혼
성적 부진했지만 값진 추억

■ 美 펜싱 마인하르트·키퍼
아내, 플뢰레 개인전서 첫 金
남편 “함께 하면 멋질 수 밖에”

■ 英 사이클 제이슨·로라
금메달만 10개 합작‘골든커플’
내달 2~8일 금빛 사냥에 나서

‘부부 올림피언’이 도쿄올림픽을 누비고 있다.

게렉 마인하르트와 리 키퍼는 미국 펜싱 국가대표 부부. 지난 25일 아내 키퍼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이 여자플뢰레 개인전에서 획득한 첫 올림픽 금메달. 키퍼는 우승을 확정한 뒤 곧바로 자신을 지켜보던 마인하르트에게 달려갔고, 마인하르트는 ‘꿈같은 순간’으로 묘사했다. 다음 날인 26일은 남편 차례. 마인하르트는 남자플뢰레 개인전에 출전했지만 첫 경기(32강전)에서 패해 탈락했다. 마인하르트는 세계랭킹 2위이기에 충격이 컸고, 전날과는 반대로 마음을 졸이며 남편의 경기를 지켜보던 아내 키퍼는 아쉬움을 삼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펜싱부부’ 리 키퍼(왼쪽)와 게렉 마인하르트. 게렉 마인하르트 SNS

하지만 둘은 펜싱 최초의 메달리스트 부부로 등록되는 영예를 안았다. 마인하르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30일 오전 USA투데이에 따르면 둘은 “값진 성과는 ‘내 것’이나 ‘그의 것’이 아닌 ‘우리가 해낸 것’”이라고 표현했다. 둘은 펜싱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마인하르트는 17세이던 2008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고, 키퍼는 이듬해 대표팀에 뽑혔다. 그리고 사랑을 나눴고 2017년 약혼했다.

마인하르트는 “키퍼는 나를 강하게 만들어준다”면서 “그와 함께하는 건 무엇이든 멋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키퍼는 “남편의 경기를 지켜볼 때 (내가 경기할 때보다) 더 떨린다”면서 “(탈락했지만) 그동안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고, 금메달 획득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남편”이라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이클 부부’ 로라 케니(왼쪽)와 제이슨 케니. 케니 SNS

테니스의 가엘 몽피스(프랑스)와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는 도쿄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앞둔 지난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결혼했다. 그리고 달콤한 신혼여행 대신 함께 도쿄로 왔다. 스비톨리나는 “지금은 올림픽, 테니스에 집중할 때”라며 “신혼여행은 11월에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스비톨리나는 결혼 직후 SNS 계정 명칭을 ‘엘리나 몽피스’로 바꿨지만, 도쿄올림픽엔 스비톨리나로 출전했다.

둘은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부유한 부부다. 몽피스는 통산 1963만6167달러(약 224억6000만 원), 스비톨리나는 2056만6678달러(235억3000만 원)의 상금을 벌었고 합치면 부부가 획득한 상금만 460억 원에 달한다. 몽피스는 남자단식 1라운드에서, 스비톨리나는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무더위에 지칠 대로 지쳤지만 둘에겐 오랫동안 공유할 추억이 생겼다. 스비톨리나는 “올림픽은 항상 중요한 대회이고 나라를 대표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자랑스럽다”며 “항상 최선을 다하고 더 많이 싸우기 위해 나를 끝까지 몰아붙였다”고 말했다.

영국 사이클 대표팀의 제이슨-로라 케니 부부는 금메달 부자다. 둘이 합작한 금메달만 10개. ‘골든커플’이다. 제이슨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와 은 1개를 거머쥐었고 로라는 금 4개를 목에 걸었다. 둘은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 결혼해 도쿄올림픽에는 부부로 참가했고, 다음 달 2~8일 진행되는 사이클 경기에서 동반 금메달 사냥을 펼친다.

대만 남자골프 대표인 C T 판(판쩐쭝)의 도쿄올림픽 캐디는 아내 미셸이다. 판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1승을 거뒀고, 리우올림픽에선 공동 30위에 올랐다. 판은 “도쿄올림픽에서 영광을 차지할 ‘비밀무기’가 있다”며 “그건 바로 캐디인 내 아내”라고 밝혔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