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전문가 반대에도 귀 닫은 채… 민주당 ‘언론 악법 독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 대표, 강병원·김영배 최고위원. 김낙중 기자

국회 입법처 “징벌적 손배제
해외서도 사례 찾기 힘들어”
문체부 1차관도 “과도” 지적
논의시간 일주일밖에 안남아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언론중재법)은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언론만을 겨냥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로 규정한 사례가 없다고 국회에서 답변했다. 신중한 검토가 요구되지만, 민주당은 반론에 귀를 닫은 채 8월 국회 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2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하한액을 두는 부분은 정말 다른 입법례도 없고 너무 과도하기 때문에 상한액만 규정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야당 의원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규정한 나라가 없다’는 질의에도 “아마 있더라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또한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 열람차단 청구, 기사삭제 청구 해외 입법례’를 요청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해외 주요국에서 유사한 입법 사례를 찾지 못했다”고 회신했다. 입법조사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본적으로 영미법계 국가들을 중심으로 판례를 통해 제도화됐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은 특정 영역을 규제하는 법률 또는 규칙에 명시되기보다는 사실상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제도화됐고, 특히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로 규정한 사례는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하고 하한선까지 설정하는 언론중재법 핵심 내용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에서 “해외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밝힌 것이다.

친여 성향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 또한 “시민의 언론 피해 구제 강화라는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권력자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대응 장치를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불량식품’ 관련 언론 인터뷰 발언을 언급하며 “언론이 유력 대통령선거 후보 발언을 지면에서 은폐하는 건 국민의 선택권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언론이 주요 발언을 선택하는 게 가짜뉴스이며 오보”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충북지역 기자간담회에서 “5배는 약하다”며 “악의적으로 가짜뉴스를 내면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8월 국회가 오는 17일 시작되는 만큼 본회의가 예정된 25일까지 논의 가능 시간도 사실상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절차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