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아우성’… 전기차 100종 몰려온다

- 이제 순수전기차가 대세
현대車‘아이오닉6’ 기아 ‘EV6’
제네시스, 올해 전용 전기차 계획
벤츠·폭스바겐·GM도 속속 전환

- 배터리 직접 생산해 공급
현대차·LG, 10기가와트시 규모
印尼에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
볼보·포르쉐 등 기술 독립 나서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완성차 업체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기존 내연기관차의 엔진 배기량을 낮추는 다운사이징에 더해 파워트레인(전달동력장치)의 성능을 높이는 터보차저와 슈퍼차저 등의 기술을 개발하면서 각종 환경 규제에 대응해왔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내연기관 종말의 시대가 오면서 완성차 업체들에는 전동화 파워트레인 탑재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출시 일정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주도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확보하는 것을 관건으로 배터리 제조사와의 합작회사(JV) 설립 및 공동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배터리를 직접 만드는 데도 나서고 있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2025년까지 출시할 신형 전기차 모델은 100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현대자동차는 2040년까지 유럽과 미국, 중국 등 시장에서 전면 전동화를 달성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5 출시 이후 아이오닉6를 준비 중이다. 기아는 조만간 EV6를 국내, 유럽, 미국 등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는 2030년 선진시장에서 전동화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제네시스도 G80 전동화 모델 출시에 이어 올해 안으로 전용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등을 통해 2025년까지 총 23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2030년까지 전체 차종을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벤츠는 2022년까지 모든 세그먼트에 순수 전기차를 보유하고, 2025년부터 모든 차량 플랫폼은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다. 다임러 및 메르세데스-벤츠의 CEO인 올라 칼레니우스는 “특히 럭셔리 세그먼트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벤츠 또한 2030년까지 완전한 전동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신속히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벤츠는 순수 전기차로의 전환 가속화를 위한 대대적인 연구·개발(R&D) 투자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벤츠는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전기차 부문에 40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 아키텍처 개발, 차세대 배터리 R&D, 새로운 충전 시스템 및 최대 충전 인프라 구축, 전기차 생산 네트워크 확장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미 전용전기차 ID.3와 ID.4를 판매하고 있는 폭스바겐은 내년까지 27종의 전기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 산하의 아우디와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에서 각종 전기차를 출시하며 2030년까지 신차 판매 절반 이상을 전기차로 한다는 목표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 GM은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한 승용차와 SUV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스텔란티스도 산하 14개 브랜드 모두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2025년부터 신차는 모두 전기차로 내놓을 계획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신차 출시는 물론,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기 위한 합종연횡도 활발히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연간 전기차 배터리 약 15만 대분 이상인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셀은 2024년부터 현대차그룹이 생산하는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최근 2030년부터 생산하는 모든 차종을 100%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볼보는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와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도 나선다. 양사는 스웨덴에 R&D센터를 설립하고 2026년까지 연간 최대 5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포르쉐는 베터리셀 전문업체 ‘커스텀셀즈’와 합작회사인 ‘셀포스그룹’을 설립한다. 셀포스그룹은 연간 생산능력 100메가와트시(㎿h) 규모의 공장을 세우고 2024년부터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포드는 SK이노베이션과,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