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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현안 인터뷰 게재 일자 : 2021년 08월 04일(水)
“메타버스가 노동환경 혁신할 것… 한국 살며 美본사 근무, 먼 미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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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버스 분야 국내 권위자인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메타버스 권위자 김상균 강원대 교수

코로나로 탐험·성취·소통 욕구 막히며 메타버스 주목받게 돼
박탈감 큰 MZ는 ‘21세기 콜럼버스’… 신대륙 탐험하듯 열광
교육·마케팅·유통분야 변화이끌어… 명품업체들도 속속 탑승
인간관계 넓고 얕아지겠지만 ‘꼰대 문화’없애는 데 도움줄 것


인터뷰 = 장병철 기자

재계와 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는 사람이 있다. 국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분야 권위자인 김상균(48)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다. 김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현상을 15세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에 빗대 “현실에 지친 ‘21세기 콜럼버스’들이 그들만의 신대륙을 찾아 떠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메타버스가 바꿔갈 미래와 관련해 “자신의 체형을 본뜬 아바타를 통해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시대가 다가왔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일상생활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는 메타버스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나갈지를 김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미리 들여다봤다.

―‘메타버스’를 아직도 낯설어하는 독자들이 많은데 쉽게 말해서 뭔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나 ‘배달의 민족’처럼 음식을 시켜 먹는 앱도 메타버스의 일부다. 게임도 메타버스적인 성격이 절반 정도 있다. 이런 특징을 모두 묶어 보면 메타버스는 아바타, 즉 별도의 캐릭터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온라인 세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배달의 민족도 메타버스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했는데 그러면 메타버스의 종류는 크게 어떻게 나눌 수 있나.

“메타버스는 크게 담는 그릇(공간)과 내용물(콘텐츠)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증강현실(AR)’ ‘가상세계’ ‘라이프 로깅(life logging·사물과 사람에 대한 일상적인 경험·정보를 캡처, 저장, 공유하는 것)’ ‘거울세계’ 등으로 나뉜다. 먼저 그릇과 내용물이 다 현실인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인 지구다. 이 상황에서 현실이라는 그릇 위에 가상의 내용물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증강현실이다. 증강현실의 대표적인 예로는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고’를 들 수 있다. 다음으로 그릇도 가상이고 내용물도 가상인 판타지 세상을 가상세계라고 부른다. 가상세계의 대표적인 예는 게임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나 ‘로블록스’다. 라이프 로깅은 그릇은 가상이고 내용물은 진짜인 경우로 증강현실과 대칭점에 있다. 라이프 로깅은 내 삶(콘텐츠)은 현실인데 이걸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디지털 가상공간에 띄워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형태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한 발 더 들어가 있는 게 바로 거울세계다. 배달의 민족, 카카오택시처럼 현실 비즈니스를 가상공간에 끌어 담아 놓는 것이 거울세계의 대표적인 사례다.”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하면서 인간의 욕망이 큰 타격을 입지 않았나. 인간은 항상 탐험하고, 성취하고, 끊임없이 소통하고 싶어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세 가지가 다 안 됐다. 여행도 제대로 갈 수 없고 사람들 간 소통은 자연스레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메타버스로 새로운 세상을 찾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젊은 세대가 유독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뭔가.

“최근 한 조사에서 7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영화 매트릭스 같은 가상세계가 구현되면 거기에 들어갈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응답자의 60% 정도가 ‘들어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해지는 것인데 삶의 가치를 찾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현실이나 가상이나 상관없지 않으냐’는 젊은 세대의 인식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본다. 가상공간이라도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주고 살아간다면 그 자체로도 삶의 가치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온 셈이다. 또 자본의 논리로 봤을 때 젊은 층이 왜 매트릭스를 많이 골랐겠는가. 이는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박탈감 때문이다. 지금 젊은 친구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대기업에 취업해도 내 집 하나 마련하기 힘들다. 이미 대규모 자산은 기성세대가 주식과 부동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결국, 콜럼버스가 신대륙으로 탐험을 떠난 것처럼 이들도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될 분야는 어디인가.

“교육과 마케팅, 유통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가 엄청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벌써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기존 교실에서는 한 명은 서 있고 나머지는 다 앉아 있는 형태의 수업이 보편적이었는데 이 경우 필연적으로 ‘의자 권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심리학적으로 한 명이 의자에 앉아 있으면 그 사람한테 힘이 쏠리고 반대로 한 명이 서 있으면 서 있는 사람한테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메타버스는 기본적으로 의자 권력이라는 것이 없어지는 공간이고 학생들을 편하게 해주는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만큼 잘 활용한다면 좋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현장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수업하다 보면 학생들이 종종 ‘대면할 때보다 발언하기가 훨씬 편하다’는 피드백을 보내오곤 한다.”

―유통과 마케팅 분야에서는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나.

“내가 쓰는 앱 중에 ‘이케아 플레이스’라는 것이 있다. 이 앱을 활용하면 이케아 제품 2000여 개를 직접 내가 원하는 공간에 띄워서 배치해볼 수 있다. 예전에는 기술적으로 어설픈 부분이 많았는데 휴대전화 성능이 향상되면서 기술들이 매우 정교해졌다. 기술이 더 좋아지면 이케아 같은 기업들이 점점 오프라인 매장이나 대형 매장을 없애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이제 고객은 사고 싶은 가구를 미리 앱을 통해 자신의 집에 배치해보고 온라인으로 주문만 하면 된다. 절대 안 들어올 것 같았던 명품 업체들도 속속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에 외국에서 옷을 시착하는 증강현실 앱이 나왔다. 내가 사고 싶은 옷을 나를 본뜬 아바타에 미리 입혀 보는 앱이다. 그런데 그 회사가 실험한 결과를 보니 이 앱을 활용하자 반품률이 기존 대비 70%나 떨어졌다. 온라인 몰에서 반품률이 이 정도로 떨어진 것은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다. 반품률이 조금 더 떨어지면 이제는 오프라인 매장을 아예 갈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메타버스가 사람들 관계를 어떻게 바꿔갈 것으로 예상하나.

“인간관계는 지금보다는 좀 더 넓어지되 깊이는 얕아질 것 같다. 이걸 사람들은 안 좋게 생각하기도 하는데 좋은 점도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관계가 좁고 깊었다. 직장에서도 무조건 사수와 부사수의 관계가 형성되고 ‘싫어도 우린 가족이야’라는 문화가 강했다. 모든 것을 그 좁은 네트워크 안에서 해결하다 보니 이른바 ‘꼰대’ 문화가 생겨났다. 메타버스는 이런 좁은 네트워크에서 벗어나게 하는 만큼 꼰대 문화를 없애고 좀 더 자유롭게 소통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물리적 활동 반경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물리적 활동 반경은 인간관계와 반대로 더 좁아질 것 같다. 팬데믹이 종식되면 보복 소비 때문에 비행기 소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원거리 이동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 나만 해도 미국 뉴욕에 학회 일로 출장을 가면 하루 이틀 정도 머물다 바로 비행기를 타고 다시 와야 한다. 3시간 회의를 위해 왕복 2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야 하는 셈이다. 메타버스 기술이 발달하면 이런 식의 대규모 이동은 크게 줄 것으로 예상한다. 메타버스의 진화는 근무 형태에도 다양한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한국에 살면서 페이스북 한국지사가 아니라 본사 직원으로 근무하는 것이 이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물리적 제약 없이 내가 원하는 곳에 살면서 원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일이 앞으로는 가능한 것이다. 결국 이런 변화는 사람들의 노동 환경에 엄청난 혁신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다.”

―메타버스 시대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신종 범죄다. 가상세계의 일종인 로블록스 안에 있는 공간이 5000만 개에 달하는데 그 안을 CCTV가 모두 비출 수 없고 경찰이 돌아다니면서 범죄를 막을 수도 없다. 아이템 사기는 흔한 일이고 메타버스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 세금 문제도 있다. 그 안에서 이미 경제 활동이 이뤄져 부가 창출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세금을 어떻게 매길지도 준비가 덜 돼 있다. 이런 부분은 각국 정부가 나서서 보완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e-mail 장병철 기자 / 산업부  장병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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