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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평 게재 일자 : 2021년 08월 05일(木)
공약도 선진국 기준에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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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올바른 정책 중요성 입증한 DJ
외환위기 딛고 IT강국 길 닦아
여야 주자들도 실질 대책 내야

향후 20년 AI와 빅데이터 시대
미국과 유럽 능가할 비전 내고
교육 혁신 통해 인재 양성해야


김대중 정부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이루면서 1998년 2월에 출범했다. 하지만 취임식 다음 날 신문 사설에는 ‘IMF 위기만 극복해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란 내용이 실릴 만큼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출범했다. 그런데도 김대중 정부는 재임 기간에 연간 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고,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닦았으며, 김 대통령은 한국인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1990년대부터 태동한 인터넷 환경에 매우 알맞은 경제정책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00년 12월 전국 144개 주요 거점을 광케이블 초고속 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하는 정보고속도로를 개통했다. 그 이듬해 2월에는 취임 3주년을 맞아 정부 중앙청사와 과천청사를 연결하는 ‘최초의 화상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빛의 속도로 바뀌는 세상에서 장관들이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최소 창업자본금도 2000만 원으로 낮추면서 적극적인 예산 투입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그 결과 임기가 끝날 무렵에는 인터넷 가입자가 2700만 명을 넘어섰고, 세계가 한국을 IT 강국이라며 부러워했다.

이런 여건에서 현재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탄생했고,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됐다.

오는 일요일 2020도쿄올림픽이 끝나면 국내에서는 본격적인 대선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현재 10명이 넘는 대선 예비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여권의 후보들은 탄소중립, 정치개혁, 매월 일정액의 기본소득 및 기본주택 공급 같은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다. 야권에서는 현 정부의 실책에 대해 법치와 공정, 자유와 자율, 혁신과 창의의 정신을 바탕으로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여야 대선 예비후보들이 하나같이 내세우는 것은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대선 주자가 고려하지 못한 3가지 중요한 사안이 있다.

첫째, 대한민국을 어떻게 지속적인 세계적 강국으로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다. 5∼6년 전부터 시작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의 세계적 확산에 따라서 IT 강국이라는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년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주도한 세상이라면, 향후 20년은 AI와 빅데이터가 모든 산업으로 확산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서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디지털 인프라 플랜을 구축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새로운 통신망 구축을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경제의 생존과 성장을 확보할 수 있는 국가적 정책 비전을 찾아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어렵게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둘째, 어떤 공약을 제시하더라도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명확한 기준 없이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만 몰입해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면, 세계 속의 한국, 더 나아가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한국을 만들기 어렵다.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1964년 UNCTAD 설립 이후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지위가 바뀐 첫 번째 사례다. 경제적 관점에서 한국은 이제 세계 10대 선진국 지위를 공고히 했다. 부동산, 일자리, 노동정책, 복지와 같은 다양한 제도들도 이제는 한국이 세계 속에서 갖는 국가적 위상이라는 기준에 부합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 이번 대선은 세계 10대 선진국이라는 기준에 맞는 제도와 법률들을 만드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

셋째, 새로운 미래와 세계적 선진국의 위상을 창조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 혁신 공약이 필요하다. 사교육과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는 AI가 주도하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대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공교육 혁신 공약이 아니라, 창의적 역량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 혁신 공약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한 공약은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성장시키고 지속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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