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의 ‘오늘의 미래는’>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갖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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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내려온다’

“우아하게 삶을 종료할 선택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줄 알았는데, 몇 번에 걸친 개작을 통해 나는 사실 온전한 자신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하고 싶었음을 깨달았다.”

‘우아하게 삶을 종료할 선택권’과 ‘온전한 자신으로 살 수 있는 권리’는 언뜻 보면 전혀 다른 맥락처럼 읽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문장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온전한 자신으로 산다는 말은 삶을 종료하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다는 것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삶이 끝나는 때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모습으로 누추하거나 비극적이지 않게 눈을 감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최종적으로 바라는 욕망이리라. 스스로 숨을 끊는다는 맥락에서 자살과 비슷하지만 쓸쓸하지 않게, 타인에게 이번 생의 축복과 안녕을 받으며 죽을 수 있는 안락사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죽음의 마지막 권리이다.

앞서 인용한 말은 오정연 작가가 단편소설 ‘마지막 로그’를 쓰며 느꼈던 점이며,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마음에 깊이 새겨질 문장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죽음을 통해 살아 있음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죽음의 존엄성은 결국 삶의 존엄성과 다르지 않은, 누구든, 무엇이든, 태어났다면 자신의 뜻대로 죽을 수 있는 권리. 이 권리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은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된 미래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자신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안락사 센터로 들어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센터에 들어가면 죽을 날짜를 지정하고 그전까지 센터에 있는 문화시설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바쁘게 살아오며 누리지 못한 특혜를 누리며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은 실로 멋진 일처럼 느껴진다. 센터가 사람들의 마지막을 멋지게 만들어주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순적이게도 센터의 인공지능 로봇은 의뢰인의 감정을 읽으며 언제든 결정을 번복하게끔 유도한다. 한마디로 센터에 들어간 인간들은 언제든 죽음을 취소할 수 있다.

그렇게 독자는 소설을 읽는 내내 주인공이 결정을 번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실제로 안락사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읽다 보면 오정연 작가가 가지고 있는 죽음과 노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으로, 소설집 ‘단어가 내려온다’(허블)에 수록돼 있다.

소설가

※천선란의 ‘오늘의 미래는’ 연재를 마칩니다.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