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코노미>“중앙은행 통제탓 가상화폐 소멸” vs “투자자산으로 역할 커…존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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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이후 가상화폐 운명
세계 각국서 ‘엇갈린 전망’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세계 각국이 디지털 화폐(CBDC) 개발에 나서면서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화폐의 운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CBDC 개발로 기존 가상화폐는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여전히 살아남아 투자자산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8일 외신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선 CBDC와 기존 디지털 화폐에 대한 공생 가능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7월 15일 CBDC 발행 검토계획을 공개하면서 “디지털 화폐가 등장한다면 기존 가상화폐는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CBDC는 대다수 가상화폐의 치명적 약점인 가격변동성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지급을 보장하고, 지나친 가치 변동도 통제하는 만큼 안정적이고, 관리도 비교적 투명하다. 또 CBDC는 다른 가상화폐처럼 별도의 은행 계좌 개설 필요 없이 중앙은행에서 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만큼, 통화 구조가 대폭 간소화·단순화돼 비용이 절감된다. 수수료 등의 발생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 독일 도이치뱅크는 CBDC의 등장으로 기존 가상화폐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CBDC는 가치 없는 가상화폐를 밀어내는 한 환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후 지난 달 16일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가상화폐의 가격은 일제히 하락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이 CBDC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다른 가상화폐를 의도적으로 밀어낼 가능성도 높은데, 실제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활성화하면서 자국 내 코인 투자는 물론 채굴까지 금지하는 등 기존 디지털 화폐에 대한 강한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CBDC의 순기능에도 여전히 가상화폐가 존속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미 자산가치와 투자가치를 획득한 만큼 계속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불릴 정도로 화폐보다 가치를 저장한 자산으로서 역할이 더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오히려 CBDC로 코인을 매매할 경우 규제 리스크가 자연히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화폐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CBDC에 대한 불신과 강한 통제는 다른 가상화폐의 필요성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구입을 위해 가치가 폭락한 자국 볼리바르 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사용한 것처럼 국가경제가 붕괴위기에 처한 상황의 국가에선 사설 가상화폐의 필요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 영국 경제전문지 뉴스테이츠먼은 “현재 디지털 아트의 거래를 위한 대체불가능토큰(NFT)이나, 특정 스포츠팀의 팬클럽 내 투표 등을 위해 사용되는 가상화폐 등은 CBDC가 대체할 수 없는 기능”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