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총수 부재 리스크 장기화… 정부, 결단내려야”

전문가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적격심사 앞두고 한목소리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 위기
삼성 초격차 전략도 흔들려
사면보다 경영 제약 많지만
가석방 조치라도 서둘러야”
가석방 결정땐 13일 출소할듯

정부가 9일 오후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적격 여부를 심사하기로 한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서둘러 결단을 내려 이 부회장이 국가 경제를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산업에서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런 투자는 당장 성과가 나지는 않는 만큼 일반 CEO가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삼성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이는 이 부회장뿐인 만큼 정부가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요 글로벌 업체들이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잇따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대만의 TSMC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총수 부재 장기화 등으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서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초격차’ 전략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이 TSMC를 따라가야 하는 후발주자인데 이런 상황에서 실기할 경우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가석방의 경우 특별사면과 달리 경영 활동의 제약이 많지만 어쨌든 사면이 아니라면 가석방 조치라도 서둘러 실시해서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이라도 이뤄지면 지지부진했던 반도체 투자에 어느 정도라도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오는 2030년까지 171조 원을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당장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제2 공장 건설 계획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이 발목을 잡힌 사이 경쟁사는 발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 1위인 TSMC는 지난 4월 앞으로 3년간 1000억 달러(114조 원)를 투자해 미국에 공장 6곳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파운드리 세계 3위권인 글로벌파운드리(GF)를 300억 달러(34조 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외형을 급속도로 키우고 있다.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 부회장은 최근 서울구치소의 예비 심사를 통과해 최종 심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가석방이 결정되면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풀려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병철·곽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