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해킹 먹잇감된 가상화폐거래소…6곳서 최소 2000억원 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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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멍 뚫린 사이버안보 - (上) 北 ‘전방위 사이버 위협’

대북제재 등으로 경제난 가중
불법수익 올릴 수단으로 악용

사이버공작, 2010년대 본격화
초반엔 도박프로그램 유포하다
방식대담해지고 탈취규모 확대

사이트 공격 뒤 비트코인 요구
최소 8건… 기업들 피해 ‘쉬쉬’
ATM 해킹해 현금 털어가기도


특별기획팀 = 허민 전임기자, 박준희·나주예 기자, 안수교 인턴기자

북한이 배후세력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해킹그룹에 의한 사이버 위협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 봉쇄, 대북 제재로 인한 밀수출 루트 차단 등으로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 당국이 불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방법이 해킹 같은 사이버 공작뿐인 만큼 국내 금융기관이나 가상화폐거래소 등의 각별한 보안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국내 사이버 안보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금전적 이득을 노리는 북한 배후 추정의 사이버 공작은 2010년대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국내 업자들과 손잡고 악성코드가 설치된 사행성 불법도박프로그램을 유포하는 방식이었다. 지난 2014년 검찰은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돈을 벌려고 북한 해커와 손잡고 해킹 프로그램을 들여와 국내에 유포시킨 일당 세 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지난 2011년 4월 해킹 프로그램 제작자를 찾던 중 북한 정찰총국 산하로 추정되는 ‘조선백설무역회사 심양(瀋陽)대표부’ 소속 해커와 접촉해 1400만 원을 주고 원격감시 프로그램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이 이런 방식으로 국내업자에게 불법도박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수익을 분해해 약 1000억 원대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이후 북한 배후 추정 해킹그룹의 사이버 공작은 더욱 대담해졌다. 직접적으로 국내 사이트를 해킹하거나 금융기관 해킹에 나선 것이다. 지난 2016년 5월 해킹 피해를 본 인터파크는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피해를 봤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과 정보합동조사팀은 해킹에 사용된 IP와 악성코드가 북한이 과거 사이버테러에 동원한 것과 유사하다는 점 등을 바탕으로 ‘북한 정찰총국 소행’으로 판단했다. 당시 해킹 조직은 인터파크 측에 3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가 대중화되고 그 가치가 상승하자 북한의 사이버 위협은 직접적으로 가상화폐를 노리기 시작했다. 피해가 외부로 알려진 사건만 2017년 이후 최소 8건에 달한다. 북한이 배후로 추정되는 해킹그룹은 2017년 4월 A 가상화폐거래소를 해킹해 21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탈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같은 해 2월과 7월에는 B 가상화폐거래소를 해킹해 고객 관련 개인정보 3만여 건을 유출하고, 700만 달러(약 84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도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가상화폐거래소는 북한 배후 추정 해킹그룹의 주된 먹잇감이 됐다. C 가상화폐거래소는 같은 해 4월과 7월 두 차례 해킹 피해를 보아 총 27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두 차례 피해를 본 B 가상화폐거래소는 2018년과 2019년에도 한 차례씩 해킹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사건으로 2018년 6월에는 3100만 달러(약 370억 원) 상당, 2019년 3월에는 2000만 달러(약 24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각각 탈취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 배후 추정 해킹그룹은 2018년 6월 D 가상화폐거래소를 해킹해 50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탈취했으며, 2019년 11월에는 F 가상화폐거래소를 해킹해 58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탈취하는 등 점점 가상화폐 탈취 규모도 확대하고 있다.

그 밖에도 북한 배후 추정 해킹그룹은 은행권의 ATM을 해킹해 직접 현금을 탈취하거나 민간 기업에 랜섬웨어(탈취한 데이터에 대한 몸값을 요구하는 악성코드) 공격을 가해 대가를 요구하는 방식의 사이버 공격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간 분야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피해업체 측이 관련 기관에 신고하거나 조사를 요청하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 원장은 “북한의 과거 사이버 공격은 국가기관 사이트 해킹 같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난 때문에 금전적 이득을 노리는 사이버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