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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1년 08월 10일(火)
4인 4색 ‘수묵화의 절정’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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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서울 인사아트센터의 박대성 개인전을 찾은 대학생들이 작품 ‘불국설경’(448×199.5㎝, 2021)을 감상하고 있다.

■ ‘전통의 현대적 계승’ 이끈 거장들, 인사동 일대서 개인전

- ‘진경산수화 새 경지’ 박대성
불국사 설경 등 역동적 붓질

- ‘호남 수묵화단 계승’ 하철경
명소 사철 풍경 담은 40여점

- ‘독보적 수묵 인물화’ 김호석
표제작 ‘사유의 경련’등 전시

- ‘수묵 추상의 개척자’ 서세옥
대표작 ‘인간 군상’ 7점 소개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수묵화(水墨畵) 대가들이 서울 인사동 일대에서 나란히 전시회를 열어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진경산수화의 새 경지를 연소산(小山) 박대성(76), 호남 수묵화단의 맥을 이은 임농(林農) 하철경(68), 수묵 인물화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 온 김호석(64) 화백이 주인공이다. 수묵 추상의 세계를 개척해 한국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산정(山丁) 서세옥(1929∼2020) 화백의 개인전도 펼쳐지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세계 각국으로부터 전시 초대를 받으며 한국 미술의 전통 미학을 널리 알려왔다. 이재언 미술평론가는 “4인 4색의 개성으로 수묵의 폭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침체한 한국화 화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8일,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박대성 화백의 전시 ‘정관자득(靜觀自得: Insight)’엔 관람객이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임에도 인기가 높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다. 지인들과 함께 온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우연히 만나기도 했다. 수묵화는 나이 지긋한 이들만 좋아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듯 젊은 관객이 많았다. 한 대학생은 “이건희 컬렉션에 박 화백 작품이 포함돼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전시가 궁금해서 와 봤는데, 정말 좋다”며 감탄을 했다.

박 화백이 거주하고 있는 경주의 불국사 설경뿐만 아니라 금강산과 제주 등의 풍광이 시원했다. 새가 하늘 위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듯한 부감법(俯瞰法)과 다시점(多視點)을 이용한 작품들은 풍경의 실감을 역동적으로 전했다.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수 있습니다.

전시장을 지키고 있던 박 화백은 관객들에게 작품을 설명해주는 한편 사진 촬영 요청에 기꺼이 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노라니 지난 3월에 있었던 경주 솔거미술관 사건이 절로 떠올랐다. 한 아이가 그의 작품에 올라가 훼손하고, 아이 부모는 그 모습을 방치하며 오히려 사진을 찍어 논란이 됐다. 보험가 1억 원 상당의 작품을 망가트린 것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으나, 그는 아이가 미술관에서 좋은 기억을 갖기 바란다며 용서했다.

“자비로움과 자유로움, 거리낄 것 없는 삶의 태도를 100% 실천하느냐가 목표이다. 그래야 붓도 제자리를 간다.” 전시장 벽면에 쓰여 있는 박 화백의 어록은 그림으로 도를 닦는 그의 정신세계를 엿보게 한다.

가나아트가 주최한 이번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박 화백은 내년 7월 미국 서부의 LA 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초대전을 하고, 같은 해 가을에는 미국 동부 대학교들 초청으로 순회전을 펼친다.

하철경 화백의 개인전은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열렸다. 호남의 대표 사찰인 송광사, 대흥사, 내소사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사계절 풍경을 담아낸 작품 40여 점을 선보였다.

하 화백은 남종산수화의 전통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가꿔왔다는 평가를 듣는다.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보니, 극도의 세묘(細描)와 함께 색채의 생동감이 두드러졌다. 흥취를 절제하면서도 화중유시(畵中有詩)의 서정을 오롯이 담아낸 공력이 느껴졌다. 그는 한국예술인단체총연합회장 등을 지내면서도 창작에 힘써 국내외에서 64회의 개인전을 펼쳤다.

김호석 화백의 개인전은 서울 팔판동 아트파크에서 지난 4일 개막했다. 오는 28일까지 여는 이 전시는 갤러리 1층에 표제작 ‘사유의 경련’ 1점만을 전시했다. 500년 전의 한 선비가 투명한 알 안경을 쓴 인물화이다. 한 수집가가 이미 산 작품을 갤러리가 관객을 위해 전시한다는 것이 독특하다. 더 이채로운 것은, 인물의 눈이 없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김 화백은 “전통을 재검토하고 재해석하기 위해 인물화의 정점인 눈을 지우고 비웠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역사와 인물 뒤에 숨어 있는 의미에 천착해 온 그가 인물화의 핵심을 지우는 시도를 통해 미술사적 새로운 성과에 도전한 것. 갤러리 측은 “화가의 눈이 경련을 일으키는 시대의 불통을 성찰한다”고 했다. 김 화백은 “그림을 보는 이마다 해석이 달라서 흥미롭다”고 했다. 그는 지인들이 그림을 본 후 저마다의 해석으로 글을 쓴 것을 모아 책 ‘이 그림 하나의 화론-시선의 경련’을 펴낸다.

전시장 2층에서는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네 개의 눈이 있는 ‘황희’, 뒤돌아 있는 모습의 ‘송담 큰스님’ 등 5점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11월 타계한 서세옥 화백의 전시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인간 군상’ 7점을 소개한다. 인간을 단순한 기호로 그리면서도 희로애락을 담아냄으로써 추상과 구상을 넘나든 작품들이다. 한학을 공부한 세대로서 일필휘지의 동양 문인화 전통을 따르면서도 서양의 전위예술 성과를 녹여낸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미국 뉴욕에 본점을 둔 갤러리 리만머핀의 서울지점(안국동)에서 전시한다. 오는 9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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