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드론으로 축구하고 농구하고… “집콕 스트레스 훨훨 날려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전남 순천시 순천성신원에서 지역 아동들이 드론에 축구공 형태의 외골격을 둘러 만든 드론 공을 조종하며 ‘드론 축구’ 시합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전남아동옹호센터·순천성신원 ‘어디든 놀이터’

코로나로 바깥 활동 제한·금지
양육시설 아동들 정서불안 심각

‘드론놀이 특공대’모임 만들어
주1회 15명 모여 다양한 놀이
닫혔던 마음 열리고 서로 이해

“뭔가 할수 있단 자신감 생겼죠”

“드론이 하늘 위로 둥둥 날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새 같았어요. 코로나19로 바깥에 나가지 못해 답답했는데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드론을 보니 저도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 더 넓은 곳에서 드론을 날려보고 싶네요.” (‘어디든놀이터’ 참여 아동 A)

“드론을 날리면서 저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이 생겼어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기다리는 것도 배우게 돼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어디든놀이터’ 참여 아동 B)

코로나19 시대를 통과하는 건 아동들에게도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다. 감염병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또래 관계가 단절되고, 미디어 의존 현상은 심해지고, 각종 학대에 노출될 위험도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유엔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아동 정신건강 문제가 코로나19로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의 경우 집단생활이란 특수성 때문에 일반 가정의 아동들보다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심리적·정서적인 어려움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가정에서만큼은 그나마 자유로운 일반 아동들과 달리 시설 내 아동들은 제약이 훨씬 많다.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을 최소화해야 하며 식사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외출이 금지돼 단절, 고립감, 스트레스, 불안감, 무기력 등에 시달리는 아동들. 이들을 제대로 보살펴줄 현실적인 손길이 부족하다.

지난 5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남아동옹호센터와 양육시설 순천성신원은 위기의 아동들을 구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수렁에 빠진 아이들을 밖으로 불러내, 접촉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으로 만날 수 있게 하는 놀이를 기획한 것이다. 이른바 ‘어디든놀이터-언택트편’.

감염병 시대에도 할 수 있는 적당한 비대면 놀이를 모색하던 중 드론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던 순천성신원 고등학생이 ‘드론놀이특공대’ 모임을 만들었다. 그는 평소 갈고닦은 드론 실력을 한껏 발휘해 또래 강사 겸 멘토로 나섰다. 이 학생을 주축으로 주 1회, 순천 지역의 아동 10명에서 15명 정도가 모여 드론을 날리기 시작했다.

드론 조종대를 처음 손에 든 아동들은 어색해했지만 설렘이 가득했다. 몇 차례 연습 끝에 드론 조종에 성공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성취감과 밝은 기운이 가득했다. 조종에 익숙해진 아동들은 드론으로 할 수 있는 놀이를 생각해냈다. 장애물을 만들어 드론으로 축구하기, 드론 미로 통과하기 등 다양한 놀이가 만들어졌다. 특히, 코로나19로 모든 스포츠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드론으로 농구, 축구를 하면서 아동들은 억눌린 에너지를 발산하고 스트레스를 훨훨 날려버릴 수 있었다.

놀이에 함께 참여했던 한 사회복지사는 “코로나로 외출이 제한되고 놀 권리가 제한됐던 아동들에게 놀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너무 감사했다”며 “아동들이 드론체험을 하면서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해소하는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승패에 상관없이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아동들은 즐거움 속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꼈다. 그동안 외부 요인으로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하던 아동들이 서로 도와주고 배려하며, 함께 마음껏 놀면서 그간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서로 이해하고 용기를 주는 시간을 가졌다. 놀이에 참여했던 아동들은 ‘즐거움’ ‘편안함’ ‘행복’ 등 긍정적 감정이 향상되고, ‘불안’ ‘슬픔’ ‘우울’과 같은 부정적 감정은 감소했다고 답했다.

또다시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 단계로 격상되면서 아동들의 드론은 잠시 멈췄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 아동들의 드론이 다시 훨훨 날 수 있길 바란다”면서 “어떤 상황에서든 아동들의 놀 권리가 보장되고,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재단이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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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시대의 빛과 거울이 될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들의 값진 사연을 전해 주세요. 제보 및 문의 : teacher@munhwa.com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