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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자랑합니다 게재 일자 : 2021년 08월 13일(金)
달리기를 통해 ‘함께’ 라는 긍정 에너지를 나누는 빛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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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 한승기

인생을 살다 보면 그냥 주저앉고 싶을 만큼 어려운 고비를 만날 때가 있다. 그나마 피 끓는 젊은 시절엔 고난을 이겨 낼 열정이라도 있지만, 중년의 나이가 되면 매사에 자신도 없고 의욕도 사라진다. 내가 그랬다. 커다란 시련 앞에 모든 게 엉망이었고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안갯속을 헤매던 시간들.

더 힘든 일로 지금의 고통을 잊고 싶다는 생각에 어느 날 문득 마라톤을 한번 해보기로 했다. 많은 사람이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는데 도대체 42.195㎞를 뛰는 게 어떤 건지 알고 싶었다. 곧바로 그해 가을에 있을 춘천 마라톤 대회에서 첫 풀코스를 뛰기 위해 장거리 연습을 시작했다. 햇볕이 몹시 따가웠던 어느 무더운 일요일 아침, 나는 혼자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을 뺑뺑 돌고 있었다. 덥기도 하고 힘도 들어 잔뜩 찡그리며 뛰고 있는 나에게 생판 모르는 어떤 남자가 무리와 함께 뛰어가면서 말을 건다. “같이 뛰어요. 같이 뛰면 안 힘들어요.”

‘뭐래?’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무시하고 계속 뛰고 있는데 다시 만난 그 남자가 또 지나가면서 말한다. “같이 뛰어요. 같이 뛰면 안 힘들어요.”

고개를 들어 앞서가는 그의 유니폼을 보니 ‘일산 호수마라톤, 한승기’라고 쓰여 있었다. ‘가수 이승기랑 이름이 같네’라고 생각하며 고집스럽게 그날 나 홀로 훈련을 마쳤다.

며칠 후, 춘천을 가야 하는데 이동 문제가 마땅치 않았던 나는 훈련하면서 봤던 일산 호수마라톤클럽 이승기가 아닌 ‘한승기’라는 사람이 떠올랐다. 대회는 가야 했기에 인터넷을 찾아 일단 동호회에 가입했다. 그리고 회원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해 잊지 못할 첫 풀코스 마라톤을 멋지게 완주했고, 그 이후로 한 번만 뛰어보겠다던 풀코스 마라톤을 지금까지 11년째 즐겁게 달리고 있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백호(白虎)’라는 닉네임을 가진 한승기는 나이로는 후배지만 나에겐 멋진 마라톤 선배이다. 183㎝의 큰 키에 100㎏이 넘는 거구의 백호는 동호회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마라톤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대단하다.

이뿐만 아니라 마라톤만큼이나 사람과 막걸리를 좋아해서 만년 ‘거북이 팀’에서 그냥저냥 달릴 줄만 알았는데 최근 1년간 4000㎞가 넘는 엄청난 주행거리를 쌓아 80㎏대로 체중 감량을 하고, 주력까지 크게 늘어 곧 ‘번개 팀’에서 뛰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백호는 그 열정만큼이나 긍정적인 마인드와 행동력으로 회원들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많은 노력을 하는 동호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큰 산과 같은 존재다. 탁월한 기획력으로 회원들이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벤트를 추진하고, 새로 가입한 회원들에게는 의미 있는 닉네임을 지어주기도 한다. 백호가 회원들에게 지어준 닉네임은 연두, 초록, 백록, 청솔, 청목 등 아름답기도 하지만 부르기 좋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다.

백호와 나는 훈련하는 팀이 달라 많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백호를 통해서 마라톤에 입문하게 됐고, 마라톤을 하면서 아름다운 인연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내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사람이다. 지치고 고단한 일상에서 그 존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고 미소를 짓게 되는 그런 인연이 가까이 있다는 건 분명 큰 복이라 생각한다.

요즘 그의 닉네임이 백호에서 ‘영타’가 됐다. 막걸리를 좋아해서 가수 영탁과 유사한 닉네임을 지은 걸까 했더니 엄청난 주행거리로, 변신에 성공해 영타(Young Tiger)가 됐다. 그가 지닌 절대 긍정의 마인드를 배우고 싶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달리고 싶다. ‘같이 뛰면 안 힘드니까!’

오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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