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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1년 08월 18일(水)
동맹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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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 前 駐유엔 대사

아프가니스탄 정부 함락과 탈레반의 정권 탈취는,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철군 발표 때 이미 걱정스럽게 예견되긴 했었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닥쳐오고 극심한 혼란을 야기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앞으로 샤리아 율법에 따른 가혹한 신정체제가 뒤따르겠지만,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는 현실적으로 탈레반 정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동안 아프간 정부가 무능, 부패, 주인의식 실종 등으로 정통성을 잃었다면, 미국으로서는 2001년 60여 일 만의 작전으로 탈레반 축출에 성공한 뒤 이에 도취해 분별력을 잃은 채 군사전략과 목표가 흔들리는데도 우유부단하게 시간만 끌며 막대한 군비와 인명 손실을 자초했다. 또한, 탈레반의 의지와 인내력에 대한 오판과 정보 실패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쉬운 전쟁은 없으며 명쾌한 승리는 더더욱 없다는 베트남전의 뼈아픈 교훈을 미국이 놓친 대가다.

미국이 아프간의 수렁에서 빠져나옴으로써 향후 아태전략과 쿼드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신속히 탈레반에 우호의 손을 내미는 데서 보듯, 중앙아시아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반대로 테러와의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평가를 남긴 미국의 위상은 현저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오는 12월 50여 개국 참여를 목표로 제1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를 준비 중인 바이든 대통령에겐 정치적인 타격으로 작용할 듯하다. 동맹국들의 대미 신뢰도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이번 사태가 미국시대의 종언으로 해석되는 것도 과장이다. 이 사태에서 몇 가지 함의를 끌어낼 수 있다.

첫째, 일반적으로 대개의 상황은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다가 갑자기 종국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이번 아프간 사태도 지난 20년간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변화해 오다가 파국은 순식간에 왔다. 베를린 장벽 붕괴의 경우도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다가 갑자기’의 패턴이었다. 북한도 가중된 경제난과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 등이 간단없이 제기되고 있다. 언제 급박한 상황이 도래할지, 항상 대비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둘째, 미·중 간 패권 경쟁의 심화로 양 강대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나 국제 관계에 있어 미국의 비중과 역할은 지구상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우리 안보에 있어 한미동맹의 위치는 결정적이며, 따라서 한국의 선택지는 확연하다.

셋째, 그러나 우리의 운명을 오로지 동맹에만 맡길 수는 없다. 월남은 전쟁을 수행하면서 미국에만 의존하며 부패에 빠졌기 때문에 멸망했다. 동맹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우리는 항상 자조(自助)와 자강(自强)을 깊이 새겨야 한다. 그런데 연합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연판장에 74명의 국회의원이 서명하고, 국립외교원장은 연합훈련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정부는 북한 김여정의 눈치를 보며 연합지휘소 훈련을 축소 진행하고 있다. 광복회장은 벌써 몇 번째 망언과 국가 정체성 왜곡 발언을 일삼아 광복절의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국방은 무척추동물처럼 흐물거리며 위축돼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고 고쳐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내년 5월에 들어설 새 정부는 무엇보다 먼저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 첫 번째 조치가 동맹 복원의 가시적 조치로, 1993년 이후 사라진 팀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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