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초래한 생태계 위기… 다정함으로 벗어날 수 있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공동 저자 브라이언 헤어(오른쪽)와 버네사 우즈가 자신들이 연구 중인 강아지들을 안고 있다. @Jeremy Lange

■ 문화일보·예스24 -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 기쁨’
- 3차 공모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공동저자 헤어·우즈

“공포·공격성으로 지배한다면
지배력을 갖는 것도 스트레스
이책은 인간본성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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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공격성을 통해 지배력을 유지한다면, 지배력을 갖는 것도 스트레스가 됩니다. 큰 물고기 입속에 들어가 기생충을 잡아먹는 청소놀래기의 사례처럼 포식자와 먹잇감 종도 협력해 그들의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자연에서 배우는 교훈입니다.”

문화일보·예스24 공동 기획 ‘국민 서평 프로젝트-읽고 쓰는 기쁨’ 3차 서평 대상인 새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이민아 옮김·디플롯·사진)의 공동저자 브라이언 헤어 미국 듀크대 교수와 같은 대학 연구원 겸 언론인 버네사 우즈는 23일 문화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친절함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른바 ‘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론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부부이기도 한 두 사람은 침팬지와 보노보 등 영장류뿐 아니라 개, 늑대 등을 통해 진화인류학을 연구해 왔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넘나드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이 책의 성격에 대해 이들은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로 봐 달라”고 했다.

―“우리 종족이 번성한 것은 똑똑해서가 아니라 친근하게 진화했기 때문”이라는 책의 메시지가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적자생존’이라는 잘못된 메시지가 대중의 의식 속에 너무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사람들이 친절과 연민이 약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돼 다행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데, 잔혹함보다는 친근함을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꽃은 곤충과 짝을 이루고, 포식 물고기의 기생충을 잡아먹는 청소 물고기 사례처럼 포식자와 먹잇감 종도 함께 일하며 그들의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만든다. 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많은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지만,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우리를 지속시키는 것은 협력과 작은 친절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관대하고 무자비한 종족”이라는 인간 본성의 역설에 대한 해법으로 ‘접촉’을 제시했다. 하지만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접촉이 늘었는데도 인종이나 종교 갈등은 더 심해지지 않았나.

“당사자들이 동등한 관계에서 접촉하는 게 중요하다. 흑인들은 노예 시절 백인과 많은 접촉을 했지만, 그것이 협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반면 진정한 우정은 외부인을 비인간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경향을 약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게 소통 채널을 열면, 단지 우리만의 반향실(echo chamber) 안에 갇혀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

―최근 자주 쓰이는 ‘인류세’라는 용어는 인류가 지구 생태계 전체에 위협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인류는 다정함 덕분에 기술과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포유류가 될 수 있었지만, 지구와 생태계를 한계상황으로 밀어붙였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이런 추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도 다정함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우리는 놀라운 속도로 백신을 개발했다. 우리 모두가 공통의 목표에 관심을 돌린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다른 사람과 연결하고 조율해 행동해야 한다.”

―한국의 이념 갈등, 특히 가짜 뉴스와 혐오 발언이 난무하는 걸 보면 다정함과 거리가 멀다.

“가장 위험한 형태의 혐오는 사람을 동물, 기계에 비유하거나 쓰레기, 기생충, 체액, 오물과 같은 혐오 본능을 유발하는 단어를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외부인을 인간 이하, 즉 비인간으로 취급하게 한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가 있다. 집단 학살과 인종 청소 등 극단적 폭력은 이런 비인간화의 결과다. 외부의 위협을 과장하는 가짜 뉴스 역시 비인간화를 촉진한다. 이탈리아의 시인 잠바티스타 바실레는 ‘혀에는 뼈가 없지만, 그것이 척추를 부러뜨릴 수 있다’고 했다. 언론 자유에 반하는 법적인 규제는 위험하지만, 우리 모두가 비인간적 언어 사용에 반대하는 강력한 문화적 규범은 만들 수 있다. 시민으로서 우리는 결단코 그런 언어가 정상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준비 중인 다음 책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책을 쓰고 있다. 그것은 강아지에 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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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서평 프로젝트’ 3차 서평 공모 대상 책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비롯해 ‘조선의 살림하는 남자들’(돌베개), ‘밝은 밤’(문학동네), ‘욕구들’(북하우스)이다. 1600∼2000자 분량으로 27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예스24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