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클래스 >김범수, 창업·M&A ‘끝없는 도전’ 뒤 전문가에 ‘경영 위임’…재산 절반 사회환원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기준 순자산 129억 달러(약 15조2000억 원)로 국내 1위, 세계 170위 부자에 등극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3월 경기 판교 오피스에서 카카오톡 서비스 개시 10주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카카오 제공

■ 대한민국 최고 부호 오른 김범수 카카오 의장

순자산 15조2000억원 보유
국내 1위·세계 170위 올라

2010년 카카오톡 성공한 뒤
다음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
자회사 150여개 대기업 등극

“가장 잘 이해·판단할 사람이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가 돼야”
적임자에게 계열사 전적 위임

김범수(55)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주요 재계 총수를 제치고 대한민국 최고 부자가 되면서 리더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오너가 출신이 아닌 김 의장이 카카오그룹을 시가총액 5위로 키우며 ‘흙수저 벤처 신화’를 쓴 것은 수차례의 창업과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등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특유의 도전 정신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1위, 전 세계 170위 부호 등극=23일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BBI)에 따르면 김 의장은 지난 20일 기준 129억 달러(약 15조2000억 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BBI는 블룸버그가 세계 500대 부호를 선정해 발표하는 일일 지수로, 세계 주요 부자들의 보유 현금, 주식, 부채 등 자산 변동을 정리해 순위를 매긴다. 김 의장은 한국인으로는 1위, 전 세계에서는 170번째 부자다. 김 의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08억 달러·212위)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99억1000만 달러·246위) △김정주 넥슨 창업자(67억5000만 달러·398위) 순이었다.

김 의장의 자산은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주가 상승과 카카오뱅크 등이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급증했다. 블룸버그는 “브라이언 김(김 의장의 영문 이름)의 자산이 올해 60억 달러 이상 늘어나 한국 부자 랭킹 1위를 차지했다”며 “자수성가한 기술 창업자가 수십 년 된 한국 대기업을 지배하는 재벌들을 제치고 어떻게 부자 명단에 오르는지 보여주는 사례이자 기업공개(IPO)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19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1위는 삼성그룹(654조4700억 원)으로, 카카오그룹(115조2075억 원)은 SK, LG,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재팬의 국내외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도 카카오그룹의 시총과 김 의장의 자산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추정한 이들 4개 계열사의 평균 기업가치 합계는 약 41조 원대로, 4개사가 모두 상장을 마치고 상장사들 주가가 현재 가격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그룹 시총 합계가 150조 원에 이르러 LG그룹(148조1300억 원)과 대등한 수준이 된다.

◇창업 또 창업…끊임없는 도전과 적극적 M&A=“세상이 갈증을 느끼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보는 경험을 쌓으면 나중에 큰 실력 차이가 생기는 만큼 기술 트렌드뿐만 아니라 세상의 큰 변화 흐름을 많이 보고 경험하세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도전하세요.” 지난 2019년 카카오 신입 개발자 오리엔테이션 강연에서 김 의장이 한 얘기다. 그는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은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는 말을 자주 꺼내면서 직원들에게 도전할 것을 주문하고, 본인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1992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김 의장은 삼성SDS에서 유니텔을 개발하며 얻은 사업 아이디어로 창업을 결심, 1998년 11월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1999년에 국내 최초 게임 포털 한게임을 탄생시킨 김 의장은 이듬해인 2000년 네이버컴과 한게임, 원큐, 서치솔루션이 합병한 뒤 2003년부터 NHN의 대표가 됐다.

김 의장은 NHN USA 대표로 있던 2006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설립, 두 번째 창업에 나섰다. 당시 미국에서 모바일 시대 출현을 직감한 김 의장은 모바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 2010년 이제는 ‘국민 메신저’로 등극한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카카오톡으로 사용자를 충분히 확보한 뒤부터는 공격적인 M&A를 통해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카카오톡을 단순 메신저 서비스가 아닌 검색, 콘텐츠 등의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키우기 위해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고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이 외에도 모빌리티, 콘텐츠, 기업간거래(B2B), 정보기술(IT) 사업 등 각 사업 분야에 진출할 때마다 크고 작은 M&A를 통해 성장을 가속화했다.

◇각 사업은 전문가에게…‘위임 리더십’=M&A로 몸집을 불린 카카오는 6월 말 기준 150여 개의 자회사를 보유한 대기업 집단이다. 김 의장은 “제일 잘 이해하고 제일 잘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각 계열사를 적임자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카카오를 이끌고 있는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카카오의 수익화를 성공적으로 이룬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광고 전문가인 여 대표는 카카오가 광고 수익을 증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카카오톡 비즈보드는 광고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광고를 띄우는 등 새로운 광고 모델을 도입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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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녹색 검색창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조 대표는 카카오프렌즈를 앞세워 해외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해외에서 카카오프렌즈 임시매장을 활용해 카카오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두 공동대표의 취임 직전 해인 2017년 카카오의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1조9724억 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조1567억 원으로 3년 새 매출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김 의장은 한게임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남궁훈 씨, 네오위즈·위메이드 등을 거치면서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조계현 씨를 카카오게임즈 대표로 앉혔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9월 상장 이후 주가가 4만 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신작 모바일 게임 ‘오딘:발할라 라이징’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또한 김 의장은 새로운 기업의 M&A 이후에도 해당 기업 대표가 관련 사업을 계속 이끌어가도록 하는 등 전문성을 중시하고 있다.

◇‘재산 절반 사회 환원’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김 의장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다. 재계 관계자는 “해당 메시지가 보여주는 것처럼 김 의장은 평소에도 ‘사회문제 해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사회문제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흙수저 출신인 그의 성장배경과도 무관치 않다. 김 의장은 한때 할머니를 포함해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 살았을 정도로 형편이 넉넉지 못했고, 5남매 중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했다. 교육 생태계 변화와 후배 기업가 양성에 힘을 쏟는 김 의장은 “미래 교육시스템에 대한 적절한 대안도 찾아보려 한다”며 “빈부 격차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하고 아프고 힘든 이들을 돕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월 초 카카오 전 직원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를 통해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세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김 의장은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결심을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부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자산이 10조 원 정도로 알려져 기부 규모는 5조 원가량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그가 보유한 주식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기부 규모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산 사회 환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실제 김 의장은 지난 4월 자신과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 주식 432만1521주를 매각해 5000억 원을 마련했고, 이 자금을 바탕으로 6월 사회공헌재단인 ‘브라이언임팩트’를 출범시켰다. 김 의장은 사회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승주·장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