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매매 6억·전세 3억이상 복비 상한요율 낮춰… 정액제 요구 등 반발도 여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안을 최종 확정한 20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중개보수 인하를 반대하기 위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 부동산 중개수수료율 개편
규제따른 집값급등 책임, 중개업자에 전가 비판 고조… 웃돈 수수료 우려도

매매6억~9억미만 0.1%P 인하
9억이상, 단계별 0.2~0.4%P↓
9억거래시 810만원→450만원

‘집 팔때 중개료 무료’등 내건
부동산 플랫폼까지 잇단 가세
‘반값수수료’에 중개업자 반발

매물부족선 중개업자가 주도권
상한율이 시장가격화할 가능성
소비자들은 “여전히 비싸” 불만

정부가 지난 20일 부동산 중개수수료율 하향 조정 내용을 담은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덩달아 중개수수료도 올라 매매·임대거래를 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부동산 ‘불장’(불같이 뜨거운 상승장) 속에 정부가 뒤늦게 수수료율 인하 조치를 단행하긴 했지만,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중개업체들의 볼멘소리도 적잖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거래절벽 속에 가격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비싼 ‘복비’를 중개업자들 탓으로 돌리는 정부에 대한 불만도 크다. 특히 최근엔 온라인·모바일상에서 부동산 플랫폼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집을 파는 사람에겐 중개료를 받지 않거나 사는 사람에게 기존 수수료의 절반만 받는 파격적인 영업방식을 도입해 기존 오프라인 중개업계는 이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10문 10답을 통해 부동산 중개수수료율 인하 조치와 새롭게 등장한 부동산 플랫폼 서비스에 대해 살펴본다.


1. 부동산 중개수수료율 개편 배경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집값이 급등하며 집값에 비례해 책정되는 중개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국민 불만이 거셌다. ‘집 한 번 보는데 1000만 원’이란 얘기가 돌 정도로 매매는 물론 임대거래 중개수수료가 높다는 비판이 나오자 올해 초 국민권익위원회는 부동산 중개수수료율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보수체계는 거래금액이 증가함에 따라 요율이 낮아지다가 매매 6억 원 및 임대차 3억 원을 기준으로 요율이 높아져 부담이 가중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토론회 등을 통해 수수료율을 낮추는 내용을 20일 발표했다.


2. 기존 중개수수료율

기본적으로 수수료율은 거래 가격에 비례 연동돼 있다. 매매의 경우 5000만 원 미만은 0.6%에 25만 원의 수수료 한도가 설정된다. 5000만~2억 원 구간은 0.5%에 수수료 한도는 80만 원이다. 2억~6억 원은 0.4%, 6억~9억 원은 0.5%, 9억 원 이상은 0.9%가 적용됐다. 임대차 계약 수수료의 경우 5000만 원 미만은 0.5%에 한도 20만 원, 5000만~1억 원은 0.4%에 한도 30만 원, 1억~3억 원은 0.3%가 적용됐다. 3억~6억 원은 0.4%, 6억 원 이상은 0.8%이다.


3. 중개수수료율, 어떻게 변경됐나

매매 거래에서 6억 원 미만 거래는 현재 상한 수수료율 수준이 유지된다. 2억 원 이상~6억 원 미만까지 현행과 동일하다. 하지만 6억 원 이상부터 요율 체계가 달라진다. 6억 원 이상~9억 원 미만 구간 요율은 0.5%에서 0.4%로 0.1%포인트 낮아진다. 9억~12억 원은 0.5%, 12억~15억 원은 0.6%, 15억 원 이상은 0.7%의 요율이 설정된다. 이렇게 되면 9억 원짜리 매매 수수료 상한은 810만 원(9억 원의 0.9%)에서 450만 원(9억 원의 0.5%)으로, 12억 원짜리 거래 수수료 상한은 1080만 원(12억 원의 0.9%)에서 720만 원(12억 원의 0.6%)으로 낮아진다. 임대차 계약 수수료의 경우 3억 원 이상 거래부터 요율이 현행보다 낮아진다. 3억 원 미만 거래는 기존 요율 체계와 동일하다. 3억~6억 원 구간은 수수료율이 0.4%에서 0.3%로 인하된다. 6억~12억 원은 0.4%, 12억~15억 원은 0.5%, 15억 원 이상은 0.6%의 요율이 차등적으로 설정된다.


4. 수수료율의 허점·문제점은

이번 개편안은 상한 수수료율에 대한 조정이다. 소비자와 중개업자가 상한을 초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가격을 협의하면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자율적’ 조치가 중개사와 소비자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상한 요율이 자칫 시장 가격화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지금처럼 매물이 부족하고 거래절벽 현상이 두드러진 상황에서 특정 지역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보 우위에 있는 중개업자들이 거래를 주도하기에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상한 요율을 적용해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수료율을 억지로 인하해 실제 현장에선 이면계약 혹은 웃돈 수수료를 내는 상황도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5. 공인중개사업계 반발 왜

부동산 공인중개업계는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을 현장 중개사들에게 떠넘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와 공급 태만으로 집값을 급등시켜 놓고 중개수수료 부담이 높아지자 애꿎은 중개업계를 겨냥한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업계는 집값이 폭등하면서 매매 건수가 감소, 거래절벽 상황이 이어지는데 중개수수료를 낮추면 휴·폐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빌라(다가구주택 등) 등 저가 주택 밀집지역과 지방 중개사들의 반발 수위가 더 높은 상황이다. 수도권의 아파트 단지를 제외한 빌라나 지방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 수수료율 인하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박용현 회장 등의 단식 투쟁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전국 집값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운데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11억930만 원)은 11억 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6. 중개수수료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비싸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정액제가 아닌 정률제로 결정된 데 대해 반발이 거세다. 개편안이 발표되자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중개수수료 잡겠다더니 흉내만 냈다” “거래금액이 크면 중개사가 더 일하느냐” 등의 불만 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정액제 또는 고정 요율제를 도입하면 중개사 간 경쟁이 차단돼 소비자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공급 부족이 심각한 지금 상황에선 협의가 아닌 중개사의 일방적인 최고요율 적용 요구를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7. 중개사 합격자 수 제한은

정부는 부동산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문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현재 모든 과목에서 40점 이상을 받고 평균 60점만 넘으면 무조건 합격할 수 있는데 매년 2만여 명이 배출돼 포화상태다. 실제 2020년 기준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는 46만6500여 명이 넘고, 개업 공인중개사도 11만 명이 넘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개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자격자 관리 강화를 위해 시장 수급, 부동산 경기 등을 고려, 매년 적정 선발 예정 인원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극심한 취업난과 노후 대비 방안으로 공인중개사 시험을 택하는 사람들이 올해만 40만8492명(2021년 제32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인 상황에서 ‘합격 문턱’을 높이는 것은 취업과 창업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8. 부동산 중개플랫폼은 어떤 구조

온라인에서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프롭테크(부동산+기술)들은 중개업에 빅데이터와 가상현실(VR) 등 최첨단 기술을 접목했다. 발품을 팔지 않고도 휴대전화 클릭 한 번에 집 곳곳을 볼 수 있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많다. 특히 중개보수를 현행 법정 중개 요율(0.4~0.9%)의 절반(매수)이나 무료(매도)로 내걸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선두를 달리는 곳은 다윈프로퍼티(다윈중개)다. 최근 전국적인 서비스에 돌입한 이 업체는 현재 이용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공인중개사 1000명 이상이 이 업체 플랫폼을 이용해 영업하고 있으며 누적 매물은 1만여 건에 달한다. 집토스, 우대빵, 킹콩 등도 반값 수수료를 내걸고 중개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방이 중개시장 진출에 나서며 제휴 공인중개사를 모집하고 있다.


9. 중개플랫폼 업체와 중개사업계 갈등

기존 공인중개사업계는 저렴한 중개수수료를 내세운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다윈프로퍼티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중개법인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사실상 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다윈프로퍼티 측은 부동산 직접 중개가 아닌 소비자와 중개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만 운영하는 만큼 관련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번이 세 번째 고발인데 앞서 두 번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하거나 기각했다. 협회는 최근 부동산 중개시장 진출을 선언한 직방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 직방 역시 직접 중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협회는 “중개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협회는 플랫폼 업체들이 저렴한 중개수수료, 부동산 계약 공동 날인 등을 내세우며 향후 중개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0. 중개시장 혼란, 정부 책임은 없나

가격이 급등해 소비자의 중개수수료 부담이 커지고, 거래가 급감해 중개업자들의 수입이 떨어지는 것이 현재 중개수수료를 둘러싼 소비자와 중개업자의 불만이다. 이 같은 불만의 근본 원인은 결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공급은 충분하다. 투기세력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며 수요 억제에만 집착한 정부의 정책이 가격 급등과 매물 부족을 낳았다. 중개수수료 논란도 이 같은 정책 실패로 인한 부작용 중 하나인 셈이다. 중개업자들이 수수료를 비싸게 받는 것이 아니라 정책 실패로 인해 집값이 급등해 수수료가 비싸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개업자 수를 줄이려는 정부의 의도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정책 실패의 책임을 돌리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박정민·황혜진·김순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