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플랫폼, 결국 빅테크-은행권 ‘투트랙’ 가닥

금융위원회, 은행권 요구 수용
네이버 등 주도 ‘플랫폼’과 함께
시중銀 ‘공공플랫폼’운영 허용
지방銀·케뱅은 모두 참여할 듯

소비자가 금융회사 대출 상품을 비교한 뒤 금리가 낮은 곳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서비스가 올해 안에 빅테크(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대형 정보기술(IT) 회사) 주도의 플랫폼과 은행중심의 공공 플랫폼의 두 가지 형태로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빅테크 주도만 허용하려던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은행권과의 간담회에서 빅테크·핀테크(정보기술(IT)와 금융이 결합된 회사) 플랫폼, 은행 중심의 공공 플랫폼 등 플랫폼 경쟁체제로 대환대출 서비스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며 “은행들이 빅테크 종속을 우려, 이들이 주도하는 플랫폼 참여를 거부키로 함에 따라 전격 수용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전날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은 방침을 확인했다. 복수의 플랫폼이 등장할 경우 소비자 편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위는 플랫폼 간 경쟁 촉진을 통해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환대출 서비스를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소비자 편의성을 증진하기 위해 대환대출 정책서비스를 추진하면서 금융사들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공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가 서비스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빅테크의 금융권 잠식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빅테크 주도 플랫폼의 경우 10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은행 중심의 공공 플랫폼은 올 연말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하나를 택할 수도 있고 둘 다를 선택할 수도 있다. 5대 시중은행의 경우 공공 플랫폼에만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은행이나 중소 은행들은 두 플랫폼 모두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케이뱅크 역시 둘 다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계열 카카오뱅크나 9월 출범 예정인 대표적인 핀테크 회사인 토스뱅크는 빅테크 주도 플랫폼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연말 참여예정인 제 2 금융권(저축은행, 카드사 등)은 우선적으로 빅테크 주도 플랫폼에 참여한 뒤 공공 플랫폼 참여를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간담회에서 중금리 대출로 서비스 범위를 제한하자는 은행권 건의에 대해선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시중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나 고객이 작아 실효성이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인식이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