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합니다>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소원…최고 품질 토착 기업 만든 전문경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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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이 슈지 한국닛켄 회장

품질에는 타협이 없는 전문경영인인 와카이 슈지(若井修二) 한국닛켄㈜ 회장은 반일감정이 뿌리 깊은 이 땅에서 35년째 꿋꿋하게 기업경영을 해오고 있다.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구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주한 일본인 중 한 사람이다.

이 회사는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일본 자본 100%의 외국인투자 기업이다. 1987년 처음에는 한·일 합작으로 설립됐다. 주요 생산품은 기계장비의 중간 연결장치인 툴 홀더(tool holder)인데 이 분야의 히든 챔피언이다. 설립 이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납품하며 오사카(大阪)의 본사로 역수출도 한다. 그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와카이 회장은 “기계공업의 바탕은 기술력이다. 제품의 품질에서는 절대 양보가 있을 수 없다. 이것은 민족성이 아니라 기술력의 본질이다. 제품이나 업무에서 ‘이 정도면 괜찮다’는 말을 나는 제일 싫어한다. 하도 강조하니 우리 직원들도 나처럼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의 경영철학은 ‘시장점유율 50%를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35∼40% 선을 유지한다. “지분 100%의 외국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면 욕을 먹는다. 경쟁사 중에는 우리 회사에서 나간 기술자가 세운 회사도 있다”며 “한국 기계공업 발전에 필요한 밑거름이 되는 게 우리 회사의 목표다”라고도 했다.

일에는 까다롭지만 사석에서는 직원들과 가족처럼 지낸다. 직원이 90여 명인데, 그들 가족의 안부와 경조사를 줄줄 꿴다. 2016년에는 한일경상학회가 주는 ‘한·일 경제인대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회는 ‘일본적 경영의 한국 정착에 성공한 대표적인 경영자’라고 평가했다.

와카이 회장은 내가 현직에 있을 때 알게 된 인연이다. 그에게 외국인의 눈높이에서 본 우리 중소기업의 문제점 및 애로사항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다. 한·일 경제인들의 회의에서는 현실적인 양국 기업 협력방안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하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필자가 퇴임 후 2014년 첫 단행본 ‘박태준이 답이다’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때의 일이다. 그는 다른 일정으로 참석이 어렵다며 계좌번호를 물어왔다. 현직을 떠난 지 이미 5년이 지나 의례적인 인사 정도려니 생각했다.

나중에 통장을 확인해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10배 이상으로 많은 금액이 찍혀 있었다. 이후 회의에서 만났더니 내가 보낸 10여 권의 책을 직원들이 돌려보고 있다고 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직접 번역해 출간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드물게도 초기 포스코(구 포항제철)건설 시 일본의 기술협력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책에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와카이 회장은 사재를 털어 인천대에 발전기금을 쾌척했다. 그리고 지역의 예술문화 지원 활동에도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이곳은 나의 제2의 고향이다. 불행했던 과거사는 지우개로 지울 수 없다. 단 우리 세대에서 노력하지 않고서는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만들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오너도 아닌 그가 80세가 넘은 지금까지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하는 것이 놀랍다. 과연 언제까지 이것이 가능할지 지인들은 궁금하게 지켜보며 그의 건승을 기원한다.

허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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