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이사’에 얽힌 무서운 이야기 속 알쓸신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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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유키코의 ‘이사’

진초록의 잎들이 피기 시작할 즈음 아파트를 복덕방에 내놨다. 이곳에 산 지도 10년이 넘어가니 슬슬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열심히 정리한 끝에 우리 엄마가 올 때마다 “이게 사람 새끼가 사는 집인지 돼지 새끼가 사는 집인지” 하며 혀를 끌끌 차던 집구석을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다.

다만 예상했던 만큼 쉽게 팔리진 않았다. 급한 일도 없으니 기다려 볼까. 처음 한 달은 여유롭게 생각했다. 그러나 두 달이 넘어가자 조급해졌다. 석 달째에 접어들자 주위 사람들에게 호객행위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때 북스피어 출판사와 거래하는 인쇄소의 담당자가 묘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자기도 작년에 집을 내놓고 애를 먹었는데 ‘근래에 읽었던 책을 붉은 실로 묶어 신발장 맨 윗단에 감춰둬 보라’는 지인의 얘기를 듣자마자 그대로 했더니 신기하게도 금방 팔리더란다. 에이, 설마.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따라해 보았다. 불과 보름 만에 아파트가 팔렸다. 농담이 아니다. 나도 기겁할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책에 등장하는 누군가가 내 신발을 신고 이 집에 살 운명을 가진 이에게 영적 호객이라도 한 걸까. 사정은 알 길이 없지만 그때 붉은 실로 묶어 둔 책의 제목이 ‘이사’(작가정신)였다는 건 밝혀도 무방하리라 싶다.

만약 당신이 이사한 집이 뒤늦게 알고 보니 사고물건(고독사, 자살, 살인 등 입주자가 사망하는 사건 사고가 일어난 건물)이라면 어떤 기분이겠나. 아니, 사고물건의 경우는 부동산에서 계약 전에 고지할 의무가 있으니까 피할 수도 있겠지만, 일이 터진 현장이 아니라서 아무도 모를 뿐 실제로는 전에 살던 집주인이 살인자였다면 어떨까.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소시오패스가 전체 인구의 4%, 즉 25명당 1명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극단적인 가정은 아닌 듯하다.

이삿짐 업체에서 일하는 직원이 어느 회사가 이사하다 버린 책상을 갖다 쓰게 되었는데 서랍 뒤쪽에서 ‘이 책상을 쓰던 사람은 강간범이니 조심하라’는 메모를 발견하고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조사해 보니 문제의 회사가 남편의 직장이고 그곳에서 책상을 버린 사람은 남편뿐이라는 소설의 전개에 이르렀을 때 나는 생각했다. 역시 가구는 중고가 아니라 새 걸로 사야겠다고.

이런 무서운 이야기 외에도 소설 ‘이사’에는 (일부) 부동산 업자들이 어떤 식으로 세입자에게 사기를 치는지, 이삿짐 업체와 계약할 때 주의할 사항은 무엇인지, 집을 구할 때와 팔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에 관한 소소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혹시 이사를 계획 중인데 집이 팔리지 않아 고민이라는 분들은 이 책을 구입해 내가 쓴 방법을 따라해 보셔도 좋겠다. 단, 신발장에 붉은 실로 감은 책을 감춰뒀다는 건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집이 팔리기 전까지는.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