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상처 입어도 희망 품은 지연처럼…지금을 포기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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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예스24 -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 기쁨’

- 3차 공모 책 ‘밝은 밤’의 최은영 작가

“첫 장편 도전 쉽진 않았지만
호흡 긴 편이라 나랑 잘맞아”

“많이 힘들고 바쁜 때에, 시간을 내 긴 소설을 읽어주신다니 감사드려요.”

문화일보와 예스24가 공동 진행하는 ‘국민서평프로젝트-읽고 쓰는 기쁨’의 선정도서 ‘밝은 밤’(문학동네)을 쓴 최은영(37·사진) 작가는 2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서평을 쓰려면 깊이 있게 읽어야 하는데, 그런 독자들을 위해서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밝은 밤’은 최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증조모에서 시작해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나’로 이어지는 여성 4대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진다. 100여 년의 시간을 담아낸 소설은 350여 페이지에 이르는데, 이는 최근 발간되는 장편 소설의 평균 분량보다 많은 편이다.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등으로 주목받은 최 작가는 그동안 주로 중편에서 특히 강점을 보여왔다. 그도 “단편을 쓸 때보다 편안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쓰는 일은 늘 힘들지요. 하지만 단편은 절제하고 압축해야 하는 수고가 있잖아요. 장편을 써 보니 호흡이 긴 편인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소설은 ‘나’이면서 기억을 재구성하는 화자인 ‘지연’이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전해 듣는 형식이다. 남편의 불륜과 이혼이라는 현실의 괴로움에 봉착한 지연은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던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다른 시대에 다른 형태로, 남자들로 인해 고통받은 여성들을 만난다. 지연의 증조모가 그랬다. 그렇게 슬픔의 계보를 찾아낸 지연은, 치유되지 못한 상처가 대물림 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지만 책은 인생의 ‘밤’도 밝게 살아보겠노라는 의지로 가득 차 있다. 지연은 소설에서 ‘기억하기’의 무용(無用)에 대해 자조하기도 하지만, 최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지연에게 작은 희망의 씨앗을 품게 한다.

“사라짐이나 끝이 있다고 해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내일 당장 죽더라도, 살아 숨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말자고 늘 생각하는 편이에요.”

최 작가는 최근 2년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했다. 첫 장편이기도 했지만, 슬럼프를 딛고 완성한 소설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글쓰기가 어려웠던 시기를 지나고 보니, 요즘 부쩍 2017년 3개월가량을 보냈던 쿠바가 자주 생각난다. 말도 안 통하고, 가만히 있어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래도 돌아보니 좋다. 열심히 썼고, 맘 편히 여행 다녔으니까. 그는 “공간이 바뀌는 체험이 작가에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이탈리아에 가고 싶어요. 저는 따뜻한 게 좋아요. 제게 한국은 여름 아니면 겨울뿐이에요, 하하.”

‘읽고 쓰는 기쁨’ 3차 공모는 27일 자정에 마감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