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건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머지플러스, 전금업 등록 권고받자 제휴 업체중 ‘음식점만 서비스’ 공지
3억 자본금으로 1000억 상품권… ‘폰지 사기’ 결론땐 환불 못받을 수도
‘20% 무제한 할인’ 홍보하며
이커머스·편의점 등과도 제휴
전금법 따라 미등록업체 되자
예고없이 ‘사용처 축소’ 공지
피해액 최대 2000억원 추정
20일 지났지만 환불혼란 여전
당국, 실태 점검 말곤 대책無
제휴 카드사·핀테크도 책임론
온라인 상품권 규제 공백상태
‘제2 머지사태’ 일어날 가능성
“카페부터 모든 외식 20%는 머지가 쏩니다.”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킨 머지플러스가 내세운 홍보문구다. 머지플러스는 이렇게 조건 없는 무제한 20% 할인을 앞세워 1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끌어모았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청년, 주부 등 ‘알뜰족’이 머지포인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이 포인트를 구매했다. 포인트 판매가 중단된 이후 머지플러스 측은 전자금융업 등록 이후 다시 정상 판매를 재개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회사가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알뜰족들은 경찰 수사 결과, 이번 사태가 ‘폰지 사기’로 결론나고 결국 환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1. 머지 포인트란
지난 2019년부터 본격 사용된 머지포인트는 식음료점이나 편의점 등에서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우며 인기를 끈 결제 수단이다.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20% 저렴한 금액으로 포인트를 사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즉, 8000원만 지불하면 편의점에서 1만 원짜리 상품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머지포인트는 무엇보다 파격적인 할인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뿐만 아니라 파리바게뜨, 이디야커피 등 각종 프랜차이즈도 가맹점으로 편입됐다. 머지플러스가 밝힌 하루 평균 접속자는 20만 명, 월간 결제자 수는 50만 명 이상이다. 기본적으로 모바일상품권 발행사들은 고객이 상품권을 사들인 뒤 물품으로 교환하기 전까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 고객이 상품권을 사용하고 나면 수수료를 제하고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남긴다.
2. ‘환불 대란’ 왜 발생했나
머지포인트 환불 대란 사태가 발생한 것은 지난 11일 운영사인 머지플러스가 포인트(머지머니) 판매 중단과 사용처 축소를 기습 공지하면서부터다. 금융당국은 머지포인트 서비스가 전자금융업법(전금법)에 따른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판단,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한 뒤 사업을 하라며 시정 권고를 내렸다. 머지플러스는 이런 권고를 받아들여 판매중단·사용처 축소를 공지했지만,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사전에 예고된 바 없이 밤늦게 급작스레 떨어진 공지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은 현행 전금법상 미등록 사업체는 오로지 한 가지 업종에 대해서만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등록 업체인 머지플러스는 여러 업종이 아닌 단 하나의 업종에만 상품권을 발행해야 하지만, 머지플러스와 제휴·협업한 업체는 7월 기준 8만여 곳으로 추산된다. 머지플러스는 공지와 함께 ‘음식점 업종’만을 서비스 업종으로 남겨놨다.
3. 머지포인트 발행 규모와 피해액은
머지플러스는 전자금융업자로 등록조차 하지 않은 채 포인트 영업을 해왔다. 이에 현재까지도 정확한 발행액과 피해 규모가 추산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머지포인트 발행액을 최소 1000억 원으로 추정한다. 미사용 잔액 규모 등을 포함하면 2000억 원에 달한다는 추정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권남희(37) 대표 등 대부분의 관계자가 수사 대상에 오르고 업체가 영업을 중단하면서 피해자 수와 피해액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환불이 진행 중인 만큼 피해액을 둘러싼 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 폰지사기 가능성은
머지포인트는 3억 원이 안 되는 자본금으로 1000억 원 이상 규모의 할인상품권을 발행했다. 이를 두고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폰지사기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말한다. 머지플러스의 사업모델도 기본적으로 기간 내 얻은 포인트 판매 수익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모델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나중에 구매한 사람의 구매 대금으로 이전 구매자들이 가맹점에서 이용한 금액을 보존하는 형태로 비즈니스를 운영해왔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이다. 이에 대해 머지플러스 측은 처음에는 출혈을 감수하고 대규모의 이용자층을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투자 유치에 나서 적자 회복을 하는 사업모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사업 모델에 대해 “자사의 수익사업은 결제 수수료, 광고 수수료, 결제 및 위치 기반 데이터 사업 등 다양한 파트너 지원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에 머지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이 모여 있다. 이에 앞서 머지플러스는 포인트 판매를 돌연 중단하고 사용처를 대거 축소했다. 연합뉴스
경찰은 머지플러스에 대해 강제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와 머지서포터, 결제대행사 3곳 등 5개 장소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머지플러스 권 대표와 권강현(64) 이사(전 삼성전자 전무), 공동 설립자로 알려진 권보군(34) 씨 등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3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이들이 전자금융거래법에 규정된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로 영업해온 혐의를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금액이 많고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안인 만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6.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머지포인트 환불 대란 사태는 전자금융업계뿐 아니라 금융권을 비롯해 유통업계로도 확산할 수 있다. 당장 머지플러스와 제휴를 맺었던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가 이용자들의 질책 대상이 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머지플러스와 연내에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출시 계획을 세웠었고, 하나카드는 이벤트를 함께 진행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에 대한 현황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기존 금융사 외에 핀테크 업체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금감원은 머지플러스와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 ‘토스’와 ‘NHN페이코’에도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머지플러스와 계약서 등으로 검증을 거친 뒤 제휴를 맺었는지 등이 검토될 전망이다. 11번가, 지마켓, 위메프, 티몬 등 이커머스에서 수시로 머지머니 할인판매 ‘딜’이 진행된 점도 문제로 떠오른다. 이들 업체는 금감원과 의사소통 과정에서 머지머니를 판매하려면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을 인지했을 무렵인 지난달 말부터, 지난 11일 공지가 올라온 당일까지도 머지머니를 판매했다. 이 때문에 이커머스 회사들이 수익을 위해 이용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것을 알고도 판매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7. 환불 책임주체와 가능성
11번가는 26일 “지난 한 달간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고객들에 대해 사용 여부에 상관없이 전액 환불하기로 했다”며 판매처 중 처음으로 환불에 나섰다. 하지만 판매처에 따라 어떤 소비자는 환불을 받고 어떤 소비자는 환불을 못 받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작 머지플러스는 돌연 ‘환불 잠정 중단’을 선언한 뒤 버티고 있다. 중복 환불 등의 추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환불을 해주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린다”며 분노하고 있다.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한 직후 그동안 판매를 중개한 이커머스 업체에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판매처에 대한 충분한 인지 없이 상품을 판매했다는 점에서 관리가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대부분 이커머스 업체는 소비자가 구입한 머지상품권을 머지머니로 바꿔 일부 사용했다면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은 판매 경로일 뿐 상품에 대한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8. 집단소송 움직임도 있나
이번 사태가 집단소송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머지포인트 피해 관련 커뮤니티 중 4만 명가량의 회원을 보유한 ‘머지포인트 사기 환불 피해자 소송 보상 커뮤니티’에서는 별도의 대책보상방을 만들어 법무법인으로부터 대응 제안서를 받는 등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머지포인트는 일부 고객에 대한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원하는 고객에게는 일부이기는 하지만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현시점 기준 자금력이 완전히 바닥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환불 절차가 완전 중단되거나 검·경 수사 등으로 더 이상 고객 환불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은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9. 금융당국 후속 대응은
금융당국은 논란에 휩싸인 머지플러스와 관련된 금융권에 대한 실태 점검에 착수하고, 장기적으로는 머지플러스와 유사한 형태의 사업자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은 27일 국회에서 “실태파악을 하고, 이와 유사한 다른 사례도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금법에 따른 선불전자지급업자로 등록이 제대로 되도록 하고, 등록된 업체라도 이용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전금법 개정안 처리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전금법 개정안은 △선불충전금의 외부 예치 의무화 △고객의 우선 변제권 신설 △고객별 1일 총 이용한도(1000만 원) 신설과 같은 소비자 보호 장치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전금법 개정안에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에 대한 감독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점이 문제가 돼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부분이 담긴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될 시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들은 고객의 모든 전자지급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금융위는 별다른 제한 없이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돼 ‘빅브러더’ 논란이 촉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도 우려
일각에서는 ‘머지포인트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24일 ‘머지포인트 사태 관련 입장문’을 통해 “머지포인트 사태는 과도한 위험을 수반한 사업모델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전자금융업 규율체계 밖에서 발생한, 안타깝지만 예견된 사고”라고 꼬집었다. 협회는 “간편송금 서비스 등에 활용되는 선불전자지급수단과, 머지포인트 사태를 촉발시킨 온라인 상품권은 엄연히 구별되는 개념”이라며 “전자금융거래법의 규제를 받는 선불전자지급수단과 달리 온라인 상품권에 대한 별도의 법령상 규제는 현재까지 공백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은 머지포인트 유사 사태 예방을 위해 선불 업계 점검 및 전금법 정비를 예고했다. 금감원은 다수 업종에 사용 가능한 전자지급수단(포인트 등) 발행 업체 중 규모가 큰 사업체를 중심으로 전금법에 따른 미등록 사례가 있는지 파악 중이다.
정유정·정선형·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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